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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천국의 일상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3/24 [13:03]
마음에 쌓인 앙금 풀어놓으면 천국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천국의 일상

마음에 쌓인 앙금 풀어놓으면 천국

박길수 | 입력 : 2022/03/24 [13:03]

마음에 쌓인 앙금 풀어놓으면 천국

 

벨기에의 30대 남학생이 50대 여선생님을 살해했다. '학생은 선생님에게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화를 삭이지 못하고, 가지고 간 칼로 선생님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가슴 덜커덩 내려앉은 듯한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기사를 봤다.

▲ 벨기에 남성 군터 우웬츠(사진 왼쪽)가 자신의 교사였던 마리아 벨리든을 30년 전 굴욕 EKD했다면 살해했다. DNA 샘플 수백 개를 분석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지만 16개월 잡히지 않았다가 최근 검거됐다.  

  

"그 남학생은 30년 전 7살 때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기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녀는 학생의 요구를 무시하고 방관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그 학생이 발표하려고 손을 들 때마다 선생님은 항상 다른 학생만 시켰다고 그는 또 진술했다.

 

학생은 선생님이 자기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30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대화를 하기 위해 선생님 집을 찾아갔으나 그녀는 학생을 보더니 여전히 얼간이 취급을 하고 자기를 무시했다고 그는 진술했다."

 

사람 마음이 때로는 한없이 너그럽고, 대범하며 인자하여, 설령 철천지원수일지라도 포용하며 용서할 수 있을 듯싶다가도, 애당초 인간이란 타고난 자기 중심적인 편협하고 옹졸한 마음을 지닌 동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든 경우가 때때로 있는 듯싶다. 마음속의 감정이란 마치 미풍에도 쉽게 흩어지고 휘둘려 날리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한 먼지와 같은 것 아닐까?

 

비집고 들어가기가 바늘구멍보다 더 좁디좁은 소갈머리 때문에 사람들은 가까운 사이라도 가끔 가벼운 농담 비슷한 개인적 비판으로 그만 기분이 상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글쎄 철석같이 믿고 좋아하던 친구가 내 자존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나의 결점을 나무라며 무시해 버리니. 확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절망감을 꾹 참으면 속마음 깊숙히 그 원한만 차곡차곡 쌓여 쟁여지게 된다. 때로는 끙끙 앓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부림 치며 속니 갈면서, 몇 날 며칠 밤을 꼬박 지새우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예상보다 자주 일어나는 심각한 사건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다.

 

몇 년 전 저녁 모임에서 나도 뜻밖에 절친한 친구 두 명의 비난으로 크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몹시 화가 치밀었으나, 그래도 나이깨나 먹은 사람이라 얼굴빛 달라질까 봐 애써서 겨우 태연한 척 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는 마음에 쌓인 앙금을 좀체 풀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적 원망은 오히려 더 커지기만 했다. 더구나 무시하며 비난한 친구 둘은 자신들의 행위가 나를 화나게 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 하는 듯싶었으니! 생각에 생각이 인간을 점점 쓰라린 지옥으로 옥죄어 끌어내렸다. 지금이라도 함께 있다면 결투 같은 난장판이라도 만들며 발광해버릴 텐데. 그날 밤 한숨 못잤고, 새벽녘 벌떡 일어나 당시 기가 막힌 심사를 곰곰히 반추하며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도량이 깊을 듯한 친구에게 내 사정을 토로하며, 한편이라도 되어줄 것을 편지 형식의 글로 하소연처럼 읊조리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그냥 시간이 흘렀고, 이상하게도 나는 두 친구 농담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심적 느긋함의 변화가 생기는 여유를 약간씩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행위와 말에 대한 어떤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고 순순히 인정하며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시받을 만한 행위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자아 반성을 해본 것이다. 혹시 성가신 두 친구를 만나면 행여 조심하고,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만나는 게 지금은 좋을 듯싶다고 나도 마치 장난처럼 다짐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내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게 된 것이다. ! ! 글의 치유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글을 쓰면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새롭게 삶의 정리도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나는 새롭게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고진감래 경험도 될 수 있는 작은 사건이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좋을 텐데! ! 말 못할 천국의 일상이여!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요양보호사, 6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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