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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宗敎人 김병윤의 ‘하나님과의 대화(29) 존재의 본질 사례

김병윤 | 기사입력 2022/04/26 [08:15]
모든 존재는 형태의 변화를 통하여 영원히 존속한다

無宗敎人 김병윤의 ‘하나님과의 대화(29) 존재의 본질 사례

모든 존재는 형태의 변화를 통하여 영원히 존속한다

김병윤 | 입력 : 2022/04/26 [08:15]

일정한 형태를 갖고 세대를 이어가는 존재는, 진화를 통해 축적된 정보를 DNA라는 고분자 화합물에 담아 다음 세대에게 전해 줍니다. 이를 통해 나타나는 것을 전생에서의 기억을 갖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으면 그 개체의 육체와 기억을 포함한 정신적 활동은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 정상적이고, 필요한 정보만 DNA에 담겨 전수됩니다. 여기에 담긴 정보는 한 개체의 육체나 정신적 활동이 아니라, 그 종()의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를 동종의 생명체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동종의 생명체의 경우는 거의 100%에 가깝게 공유합니다. “비록 인간이 다른 동물들의 일부와 아주 유사하지만, 인간은 사고하고, 인지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윤리, 이타심, 종교, 언어, 특성의 고귀함에 있어서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종류의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고하고, 인지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헌신하는 행위를 보인다. 침팬지와 인간은 활동적인 유전자의 99.6%(고릴라 경우는 96%)를 공유한다.” 1)

 

효모에 있는 단백질 중 약 46%는 인간에게도 있다. 선충 단백질의 43%, 초파리 단백질의 61%, 복어 단백질의 75%는 인간의 단백질과 뚜렷한 서열 유사성을 보인다. 인간의 단백질에 있는 구조 영역들 중 약 90%는 초파리와 선충의 단백질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에게만 있는 단백질이라도 실제로는 초파리에서 발견된 단백질들이 뒤섞여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2)

 

DNA라는 존재가 있고 이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던 과거에는, 이런 존재가 하는 활동을 느끼기는 했지만 객관적 실체로 인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육체나 정신과 별개의 존재인 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영이라는 것을 정신적 활동을 포함하는 존재로 간주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육체에도 영향을 주거나 통제하는 상위의 개념으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이런 존재의 실체를 충분히 알 수 있게 된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신비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01이라는 두 요소를 활용한 이진법의 다양한 결합을 통하여 엄청난 양의 정보가 처리됩니다. 그 정보 처리 능력이 과거 60년 사이에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단백질을 형성하여 세포를 만들어 내는 DNA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를 활용한 사진법의 결합을 통해 정보를 만들어 내고 이를 서로 공유하니, 그 잠재력은 컴퓨터의 능력을 월등히 상회합니다.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이 엄청난 디지털 정보 처리 능력을 갖는 DNA는 언제든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거미가 복잡한 거미줄을 치는 것과 새들이 복잡한 둥지를 지어내는 것을 보면, DNA에 기록된 정보가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DNA는 컴퓨터 코드처럼 디지털 코드다. 그리고 DNA는 부모의 디지털 정보를 자식과 그 뒤의 수많은 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전달되는 그 정보는 청사진이 아니다. 그 정보는 어떤 의미로든 아기의 지도가 아니다. 그것은 아기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지시 세트로 청사진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오히려 케이크를 만드는 레시피와 비슷하다.” 3)

 

DNA는 네 가지의 염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과정은 인간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해초를 비롯한 모든 식물, 초파리를 비롯한 모든 동물, 심지어 박테리아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생명체가 단세포 조상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균사체는 균류(菌類), 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동물 간의 오래된 협업 관계를 구축해 온 주체로, 드러나지 않게 이들 간의 의사소통과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망()이다. 지구상 모든 목초의 90%는 균사체에 의해 상호 호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서로 간에 영양분, 메시지와 공감을 교환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종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생명체를 아우른다. 숲에서 나무 하나가 잘려 나가면 다른 나무들이 자기 뿌리 끝을 뻗어 가련한 처지에 놓인 나무에게 접근하여,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 , 그리고 다른 영양분을 균사체를 통해 전달한다. 주변 나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정맥수혈로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는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생명을 유지한다.” 4)나무의 뿌리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파는 1초에 1/3인치(1cm)의 저속으로 전해진다. 나무들이 왜 이런 전기파를 자신들의 세포를 통해 전달할까? 그 답은 나무들 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전기파는 자신들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냄새나 맛을 통해서도 의사소통을 한다.” 5) 독일 삼림감독관인 볼레벤은 자신의 책에서 위의 사례 외에도 나무들이 서로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나름대로의 에티켓을 갖고 사는데, 단지 그 과정이 천천히 이루어질 뿐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당신이 음식을 섭취하면 그 음식은 당신의 몸에 흡수되어 당신을 구성하는 형상의 일부가 됩니다. 그 대상인 음식물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몸 속에 들어가 당신의 일부가 되면 이들의 이전의 형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의 본질인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그 이하의 구성 요소로 본다면 기본 속성은 변하지 않고 당신의 일부분을 형성합니다. 당신이 섭취한 음식물은 결국 당신이라는 형상의 일부로 변형됩니다. 이 경우에 섭취된 음식은 사라진 것일까요? 그리고 섭취되고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 다른 형상으로 변형되어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한 인간의 형상은 수많은 식물과 동물의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섭취하는 음식이 변형되어 이를 소화시킨 존재의 일부분이 되는 것과 같이, 같은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섭취하였다면 이를 공유한 존재들을 구성하는 요소는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서로 닮아갑니다. 이것은 인간 사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나 미생물체까지 미치는 현상입니다. 식구(食口)라는 말이 가족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입니다. 같은 음식을 먹으면 서로 닮게 되고 결국 하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물고기를 요리해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찌꺼기는 하수구에 버렸습니다. 과연 이 식사를 위해 잡혀 요리된 물고기는 죽은 것일까요? 물고기 그 자체로 보면 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됨으로써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비록 찌꺼기라고 버려진 것들도, 결국 다른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먹이로 섭취되어 그들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먹이사슬에 의해 지속적으로 그 형태를 변하면서 존속하다가, 사람이 먹이사슬에 놓여있는 동식물을 흡수하면 다시 그 사람 몸 속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경우에 물고기 형상을 기준으로 따지면 이 물고기가 잡혀 물 밖에서 숨통이 끊겨 숨을 거두면 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상이 아닌 물고기의 구성 요소를 기준으로 보면 결코 죽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구성 요소인 세포나 분자나 원자, 심지어 무유는 어떤 형태로든 영속적이며 반복적인 변형을 통해 존속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진정 부활이고 윤회가 아닐까요?

 

매 순간 모든 존재의 형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가 수명을 다하거나 다른 여러 사유로 떠나게 됩니다. 인간의 경우 10년 정도 지나면,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전부 바뀐다고 합니다. 10년마다 우리는 새 몸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만약 위에서 언급된 자연과학의 흥미로운 현상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떠난 존재의 본질인 원자나 쿼크 입자가 매 순간 그 존재의 행동에 따른 에너지의 변화에 따라 결정된 상태에서 다른 본질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상으로 변형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떠난 본질은 순간의 접촉을 통해 전달된 존재의 일부로 변형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먼 거리를 유랑하여 다른 존재와 합쳐져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 성분은 식물과 만날 수도 있고, 다른 동물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생물체와 만나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이 매 순간 존재를 떠난 본질이 다른 존재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으며, 다른 존재와의 가벼운 접촉에 의해서도 그 존재들을 둘러쌓고 있는 엄청난 양의 미생물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께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 것은 자연현상을 너무나 잘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킨스 박사가 이를 멋지게 표현한 구절이 있습니다. “물질은 여기서 저기로 흐르고, 순간적으로 함께 모여 당신이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당신이 아니다. 이 말을 듣고도 목뒤의 머리칼이 쭈뼛 서지 않는다면, 그럴 때까지 다시 읽어라.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6)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어떤 존재의 변천 과정을 면밀히 따져 보면 모든 존재는 하나일 수밖에 없으며, 모든 존재는 형태의 변화를 통하여 영원히 존속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1) Pale Blue Dot, Carl Sagan, 1994: 27

2) DNA: 생명의 비밀, 제임스 D. 왓슨, 까치글방, 2003: 242-3

3) , 만들어진 위험, 리처드 도킨스, 김명주 옮김, 김영사, 2021: 271

4) Cosmos, Ann Druyan, National Geographic, 2020: 204

5) The Hidden Life of Trees, Peter Wholleben, Judwig Verlag, 2016: vii

6) , 만들어진 위험, 리처드 도킨스, 김명주 옮김, 김영사, 2021: 331 

 

필자 김병윤195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퍼듀대학교 MBA 과정을 졸업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전자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마케팅업무를 담당했으며,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국제화 및 외국어 교육팀장을 역임하였고 이후 가천대학교, 신구대학교, 연세대학교 원주분교 및 호원대학교에서 겸임교수와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두레스경영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삼성신화 아직 멀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를 열다, 정아에게 보내는 서른 장의 편지, ()과 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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