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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마을신앙의 종류와 풍수적 의미(上)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8/31 [06:54]
산신과 산신제, 당산의 당신과 당제,장승과 장승제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마을신앙의 종류와 풍수적 의미(上)

산신과 산신제, 당산의 당신과 당제,장승과 장승제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22/08/31 [06:54]

<연재순서>

()산신과 산신제, 당산의 당신과 당제,장승과 장승제

()솟대와 솟대제, 용왕과 용왕제

 

산신과 산신제에 내재된 풍수적 의미

 

산신제란 산신에게 올리는 제의로 고대사회의 제천의례에 뿌리를 두고 이어져 온 것으로, 오늘날 지역민의 안녕과 평화를 도모하는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악 지형으로 이러한 여건과 환경은 한국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로부터 수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하림하여 나라를 세워 백성을 다스린 단군왕검이 산신이 되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뒷받침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역사와 문화는 자연스럽게 산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정에는 가정을 지키는 가신이 있듯이 산에도 산을 수호하는 신이 있기 마련이다. 그가 바로 산신령이다. 산신령은 초능력적 영험함을 발휘하여 세속의 인간세상을 지배하여 경외의 대상이었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삼국유사처용랑 망해사조에 헌강왕이 오악신에게 제사를 올렸다는 사실은 한민족이 오래전부터 산을 숭배한 풍습을 잘 알려 주고 있는 좋은 대목이다.

 

신라 때에는 삼신산으로 여긴 금강산·지리산·한라산을 숭배하였고, 오악산으로 불린 토함산·계룡산·태백산·부악·지리산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고려 때에도 지리산, 삼각산, 송악산, 비백산의 사악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조선시대에도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지리산, 삼각산을 오악산으로 숭배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의 500여 고을에서도 주산이나 진산을 설정하고 정기적인 산신제를 봉행하여 산악신앙의 맥을 이었다.

 

진산은 풍수형국론에서 한 지역을 호위하는 보호산의 주체를 말한다. 부모산이며 사신사 가운데 현무에 해당하는 산이다. 진산, 즉 부모산은 선천적 운을 관장하는 산에 해당하며 오악은 오행론에 근거한다. 오악은 동서남북의 4방위와 중앙을 포함하여 5방위를 나타낸다. 오악신이란 곧 풍수형국론에서의 5행방위의 신을 의미하고 5방위란 공간적 분할을 의미한다.

 

산악신앙의 맥은 오늘날 산신제라고 하는 민간제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산신제는 지역민의 평화와 안녕을 도모하고 국가의 번영과 안녕을 염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산신제를 통해 인간 세상의 일들을 하늘세계에 알리면서 신과 소통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또 달성하기 위한 신과 인간과의 조우를 의미한다. , 인간들이 산을 매개체로 하여 하늘과 연결 통로를 만들어 신과 감응을 형성하면서 기원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러한 산신제는 고대사회에서부터 있어 온 대규모적 제천의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신인일체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이 사상은 인심이 곧 천심이며, 천심이 곧 인심이라는 풍수의 3재 사상에 기인한다. 3재란 천지인이라는 소우주적 존재를 말한다. 

▲ 창녕포교당 산신도, 1897   


민속신앙에서의 산신은 산의 주인이라는 의미로 산신령·산신·산신할아버지·산할아버지·할아버지·산신령님·신령님·산왕·산왕산신·산군·산령·산귀신 등으로 불린다. 또한 산명을 붙여 태백산 산신령, 지리산 산신령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진산이자 부모산을 다스리는 산신이란 뜻을 가진다.

 

이러한 산신들은 나라를 다스리던 통치자가 사후에 산의 주인으로 신격화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넓게는 국가, 좁게는 부락과 가정을 수호하는 신으로 추대된다. 산신령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산신도인데 대부분 호랑이의 변화신인 신선이 호랑이 등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선은 인적이 드문 깊은 산 속에서 근엄하게 백발노인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간혹 선녀나 동자를 데리고 다닌다. 산 중의 왕으로 불리는 호랑이는 영험력을 소유한 신격이나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서 변화성· 개혁성·기술성·생산성 등을 상징하며 풍수론의 4신 가운데 백호신에 해당한다. 산신령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는 음양오행의 목성에 해당된다. 이는 곧 아침 해가 뜨는 동방을 상징하면서 희망의 소양 색인 청색으로 시작과 솟음을 뜻한다. 오행에서의 목성과 관련하여 서낭당에 소나무가 신목으로 모셔지고, 신 내림굿의 일월대를 동쪽으로 뻗어 자란 소나무 가지로 삼는 데서도 그 뜻을 잘 알 수 있다. 동쪽방위는 좌청룡의 방위를 나타낸다.

 

소나무는 음의 나무로서 맑고 깨끗한 깊은 산중에서 사시사철 푸른 색채를 지니며 성장의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이다. 소나무와 관련하여 소나무는 유독 지층구조에서 마사토까지 뿌리를 뻗는다. 암벽과 갈라진 바위틈은 물론이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혈을 찾는 혈증법의 하나로 송림증혈법이 있다. 송립증혈법은 소나무가 자라는 곳은 혈이 있다는 이론으로 마사토 밑에 고운 미사층인 혈토층이 있기 때문이다.

 

당산의 당신과 당제에 내재된 풍수적 의미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마을 근처의 산과 언덕에 대해 외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현상은 나 자신은 물론 마을사람들의 평안을 지켜주는 힘을 가진 존재라고 믿었으므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긴 것이다. 상고 시대에는 산신을 여신으로, 부권시대에는 남신을 산신으로 좌정시켰다. 당산신의 경우 처음에는 마을의 우주축에 해당하는 나무, 곧 우주목으로서 당산목 또는 서낭목을 지정하여 숭배의 대상 신으로 여겼다. 신의파악과 기원을 목적으로 우주목 옆에 제단을 만들어 제의를 베풀다가, 제의 때 풍우를 막기 위해 우주목 옆에 당사를 짓거나 우주목이 고사한 뒤 당사를 지어 당산신을 모시게 되었다.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당산에 사당을 지어 놓은 곳도 있고 큰 돌로 제상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또 어떤 마을에서는 처음 마을을 일으키는 데 공헌한 이를 골맥이 할배나 할매로 일컫고 당산신으로 모시기도 하였다. 경북 울진군 평해읍 거일1(개바우) 당고사의 경우, 마을의 입향조로 여겨지는 세 성씨를 골맥이로 표현하면서 모시고 있는데, 제당은 당사 또는 제당이라고 부르며 바닷가(이씨 골맥이)와 마을 입구의 산록(김씨 골맥이), 마을 주거지 바로 옆의 산록(박씨 골맥이)에 위치한다.

 

당산신은 지방에 따라 서낭신·당신·동신·골맥이신 등으로도 불린다. 따라서 당산이란 수호신이 있다고 하는 마을 가까이의 산이나 언덕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마을신앙의 구심점이 되는 특정한 장소나 신령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명칭을 말한다. 당산은 마을신앙의 여러 용어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지칭으로 지역에 따라서 당산할아버지·당산할머니 등 신령을 지칭하기도 하고, 당산제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제의를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당산에 올라간다고 하여 마을신앙의 특정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마을굿에서는 대개 마을을 수호해 주는 모든 신령을 당산신령이라고 부르고 있어 당산의 용례가 매우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 영광의 당산제     

 

당산신령에게 마을의 평온과 대풍을 위하고 악귀와 같은 흉액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에서는 공동으로 지내는 제의는 당제(堂祭) 또는 당산제·당고사·당마제 등으로 불리며 이들 명칭은 서해안, 호남, 영남 등지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지역에 따른 문화적 특성을 나타낸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산신이다. 산신은 산에 거주하는 신으로서 산 아래 사는 주민들을 보호한다고 믿는다. 경기·서울 지역에서는 도당신이나 부군 또는 서낭을 모신다.

 

제의의 시기는 정월 초순이나 10월 보름 등으로 일정하지는 않지만 주로 정월 대보름날 자시에 행해진다. 자시의 풍수적 의미는 음기가 극에 달하는 시간으로 신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달과 풍요다산의 상징적 관련성에 기초하기 때문인데 이는 태음력에 의하면 최초의 만월은 가장 큰 생생력이 있다고 한다. 생생력이란 달이란 음체 자시라는 극음의 시간대 및 음의 여성자체가 음기가 강한 성이란 것에서 음이 음을 받는다는 기감력을 말한다. 그러나 마을에 상사가 생기는 등의 부정한 일이 발생하면 당제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당제를 지내는 제의장소는 제단형과 제당형으로 구별되는데 제단형은 신성한 나무가 신체인 경우가 많다. 수목 앞에는 소박한 제단 위에 제사상을 차려 제사를 드리는 형태이며, 제당형은 일반적으로 섬이나 바닷가 해안지역에 많다. 또한 인공적 신체인 장승이나 입석 및 솟대를 당산제에서 함께 모시는 마을도 있다. 그러나 제장이 복수인 경우에 제당형과 제단형이 함께 결합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당산신의 신체나 거처가 다중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산신을 모시는 당산제를 산신제라고 하며, 동구의 당산과 같은 위치에 모셔진 당산나무(팽나무)와 오리가 앉아있는 10미터 높이의 솟대당산이 있는 곳을 당산거리또는 짐대거리라고 부른다.

 

당산제를 모시는 제관은 정월 초순 무렵에 마을회의를 소집해서 선정한다. 마을 유지들만 모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마을 전체 회의를 소집하고 제일을 택일한다. 제관은 당산제를 주관하는 사람을 말하며, 그밖에 제물을 장만하는 화주, 술잔을 드리는 헌관, 독축을 하는 축관, 뒷심부름을 맡아보는 집사 등이 있다. 마을에 따라서는 당산굿을 담당하는 풍물꾼을 선정하기도 한다. 다른 제관들은 부정하지 않다는 조건만으로 가능하지만, 제물을 준비하는 사람은 생기복덕에 맞아야 하며, 가정뿐 아니라 집안에 유고가 없어야 가능하다.

 

풍수론적으로 생기복덕이란 운수를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로 일진과 나이를 팔괘에 배정하여 상··하 세 효의 변화로써 운수를 보는 법을 말한다. 생기복덕을 가리는 일은 마을 주민 가운데 학문이 높은 사람이 담당하기도 하고 마을에 거주하는 점쟁이나 무당 등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선정된 사람의 생기복덕을 보기위해서는 생년이 8괘중 어떤 괘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갑년생은 건괘, 을년생은 곤괘, 병년생은 간괘, 정년생은 태괘, 무년생은 간괘, 기년생은 곤괘, 경년생은 진괘, 신년생은 손괘, 임년생은 이괘, 계년생은 감괘에 해당한다. 갑년생이라 함은 갑자, 갑술, 갑신, 갑오, 갑진, 갑인년생은 모두 건괘에 속한다는 의미로 나머지도 이와 같다. 괘가 정해지면 이 기본괘를 가지고 8번의 괘변화로 생기복덕을 가린다. 이 결과 오귀, 육살, 화해, 절명은 나쁘며, 생기, 연년, 천복(천을), 복귀(귀혼)는 좋다. 마을 내에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인근 지역에 가서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에 따라서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정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선정된 제관은 신성한 공간임을 가리키는 금줄을 치고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하는 금기사항을 준수하며 심신을 깨끗이 하는데, 마을 주민들 전체가 함께 행하는 경우도 있다. 금기의 기간은 사흘에서 보름 사이에 행해지는데, 이 기간은 상주나 달거리를 하는 여성, 임산부, 환자 등의 부정한 사람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문화적 기제를 의미한다. 간혹 이 기간에 출산해야 하는 여성은 다른 동네로 가서 출산해야 한다. 특히 화주의 경우는 화주는 당산제를 마친 후에도 6개월에서 1년까지 궂은 곳에 출입할 수 없으며 개고기를 먹지 않는 등 사회적 활동이나 개인행동의 제약이 뒤따른다.

 

제물은 마을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제사와 비슷한 경우가 많으며 제사비용은 제답의 수익금으로 충당하거나 집집마다 모금하는 호구전, 어린아이까지를 포함하는 인구전이 있다. 제물은 의례날짜와 가까운 장날을 이용하며, 물건 값을 절대로 깎지 않는다. 당산제는 낮 또는 새벽에 모시는 마을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밤에 많이 모신다. 당산제는 당산의 수나 그 형태에 따라 23시간에 끝나는 곳도 있고, 새벽 또는 아침까지 계속되는 곳도 있다. 당산제를 모시고 나면 다음날 음복을 한다. 음복이란 제사를 마치고 제관이 제사에 쓴 술이나 다른 제물을 먹는 것 을 말한다. 음복 후에는 마을총회가 진행된다. 제관들과 주민들은 신이 흠향한 제수를 공식하는 신성한 시공간에서 당산제의 예·결산 및 품삯 등 한 해 동안의 마을 공동사를 논의·결정한다. 풍물굿이나 줄다리기를 행하기도 한다. 또 마을에 따라서는 가가호호를 방문하면서 마당밟이, 매구, 걸궁 등을 행하는 지신밟기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고, 줄은 태워 논밭에 뿌리면서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당산제가 끝난 후에는 마을에 따라 줄다리기를 행하면서 또 당산 옷입힌다.”고 하여 줄을 당산나무나 당산석에 감아두면서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다당산제는 단독제당보다도 복수제당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유교 의례식으로 진행되는 제당제의를 제외하고는 풍물형이나 무속형이 서로 혼합되면서 문화복합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른 지역의 당제 또는 당고사라고 불리는 동제의 경우에서는 주변 지역의 문화사적 배경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농업과 어업이 동시에 중시되는 마을의 생태적 특성이 의례에 적용된 것으로 보이며 동해안 지역의 특징인 골맥이제와 유사하게 표현되고 있다. 

 

장승과 장승제에 내재된 풍수적 의미 

 

흔히 마을 입구인 동구에 세우는 장승은 외부로부터 침범해 오는 잡귀와 흉액을 막는 신으로서 장신·수살·벅수·우석목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흔히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으로 남녀 1쌍을 만들어 세운다. 장승의 기능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흉액을 막아주는 벽사신 외에도 마을경계표시, 그리고 이웃 동리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장승은 동제를 모실 때 당신의 하위신으로 제의를 받는데 이를 장승제 또는 거리제라고 한다. 장승제는 마을의 입구나 사찰의 입구 또는 길가에 세워진 장승을 대상으로 지내는 마을공동제의를 말한다. 장승은 마을제의 주신 또는 하위신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며, 솟대·돌무더기·신목·서낭당·선돌 등과 함께 마을제의 복합문화를 이룬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장승에 대한 다양한 명칭이 전해오고 있다.

▲ 동작구 장승배기의 장승제   

 

풍수적으로 천하대장군이란 천상세계를 수호하는 신으로 천기인 양의 상징신이다. 하늘은 양이며 남자는 양으로 음양론적으로 선천팔괘론에서의 경선축을 이루고 있는 남건방위로 근본축을 이르는 하나의 중심축을 의미한다. 이는 음양의 중심축으로 체용논리에서의 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하여장군의 경우 지상세계를 호위하는 신으로 지기인 음의 상징신이다. 땅은 음이며 여자는 음으로 선천팔괘론에서의 경선축을 이루고 있는 북곤방위로 남건과 함께 선천팔괘를 이루는 근본축을 이룬다. 선천팔괘는 음양의 천지창조론으로 오행의 상생구조이므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천지창조를 위한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장승과 관련된 어원이나 유래는 확실하지 않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장생·장생표주·국장생·황장생 등이 문헌과 실물로 전하지만 현존하는 장승과는 형태와 기능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고려 후기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생·장승·장생우· ·장성·장선주·장선·당승·장성·장신 등 다양한 명칭이 문헌으로 남아 있으나, 민간의 속설에는 딸과 관계를 갖은 아비를 징계하기 위해 사람들이 장승상이라는 나무 인형을 세워 그 앞을 오가면서 침을 뱉고 이를 장승이라 불렀다고 하는 유래담이 전하여 온다.

 

이밖에 장승에 대한 기원으로 절의 토지 경계표시에서 나온 것이라는 장생고표지설과 솟대나 선돌내지는 서낭당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고유민속기원설이 있다. 또한 북방기원설, 남방기원설, 환태평양기원설 등과 같은 비교민속기원설 등도 제기된 바 있다. 조선 전기의 경국대전에 보면, 노표의 설치와 관련하여 이수와 지명을 기록한 후를 10·30리마다 세우도록 법제화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후가 노표와 함께 장생을 지칭하기도 하였는데, 성현의 용재총화나 김수장의 해동가요등에는 후와 장생을 혼용하고 있다. 이로 보아, 장승이 노표인 후에서 유래된 것은 아닌지 추측되기도 한다. 위의 문헌으로 목장승이 16세기 이후 전국적으로 성행되었고 석장승은 17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장승은 흔히 나무나 돌로 만들어져 마을의 수문신·수호신, 사찰이나 지역간의 경계표·이정표 등의 역할을 하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나무기둥이나 돌기둥의 상부에는 사람 또는 신장의 얼굴 형태를 그리거나 조각하고, 하부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등의 글씨를 새기고 그 아랫부분이나 뒷부분에 작은 글씨로 이수를 적어 놓기도 한다. 보통 남녀로 쌍이 마주 서 있는데 이는 풍수음양론에서 음과 양은 생의 관계로 음양이 서로 상배하고 교접(交接)함으로서 만물의 생화에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승제는 장승에게 지내는 마을제의 하나이다. 장승은 마을수호신이기도 하지만 산신·당산·서낭 등 마을의 주신에 부수적인 하위신일 경우 마을제의 일부로서 지내기도 한다. 무당을 불러 마을굿을 하는 경우에는 산신을 모시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굿을 할 때 장승을 모신다. 역시 남녀 장승을 세우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수원·인천·부천 등 경기이남 지역에서는 동방청제장군·남방적제장군·북방흑제장군·서방백제장군으로 4개의 장승을 깎아 마을 사방에 세우고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 중앙황제장군은 깃발만 만들고 세우지 않는다. 이는 풍수론적으로 사신사론과 오행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방청제장군은 사신사로 청룡에 해당하고 정오행론으로 목방위에 해당한다.

 

사신사란 천상세계에서 옥황상제를 보좌하는 4방위의 호위신을 일컫는다. 천조지설에 의해 하늘의 천기가 지상으로 하림하는 것이므로 동방의 청룡신은 지상에서의 청룡사로 동방의 신사이다. 남방적제장군이란 천상의 주작신이 하림하여 풍수에서의 남주작사에 해당하며 색으로는 붉은 색을 상징한다. 정오행으로 화방위의 화신이다. 북방흑제장군 또한 천상세계에서 북방위를 호위하는 현무신이 지상으로 하림한 현무사로 북흑을 상징하고 오행론적으로 수신에 해당한다. 서방백제장군이란 천상의 우백호신으로 지상에서의 백호사에 해당하며 오행론적으로 서백을 상징하고 오행론적으로 금신에 해당한다.

 

따라서 4방위의 4신이 지상으로 하림한 것을 장승으로 표현한 것이다. 4신은 항상 중앙의 옥황상제를 보좌하고 호위하는 신이므로 중앙은 풍수에서 혈이 있는 곳으로 옥황상제가 있는 곳을 형상화한 것이다. 오행론적으로 토신이며 색으로는 황색으로 항상 4방위 신을 아우르는 조절자이며 중화자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장승을 마을 4방위에 새우는 것은 혈에 해당하는 마을을 중앙의 혈로 간주하고 마을을 호위하여 마을로 침범하는 흉액신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을 말한다. 중앙의 황제장군의 경우 깃발만 만들고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4신의 호위를 받는 중화자인 혈의 위상 때문이다. 오행론적으로 토신으로 혈인 자신을 의미한다.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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