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호면에 서리서리 서리고 마음에도 환상처럼 피어난다신명상 시인의 ‘삶과 사랑을 회복하는 산책’●산중 호수에서물안개 호면에 서리서리 서리고 마음에도 환상처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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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 호수에서
아득한 아침 호변에 서면, 불현듯
태고 그 날에 있는 듯하다
산으로 둘려 막혀 깊은 산
하늘은 아직 어둑하고
아래로 짙은 먹빛 호수
산중 호수 아련한 풍경
아침 해 산너머 산에 걸리면
호수 천천히 어둠 속에 깨어난다
물 안쪽으로 자리 틀고 앉은 고목
기이한 형상 펼치고 기지개 켠다
산자락 안길을 달려가는 빛줄기
솟구친 봉우리 가로질러 내리면
희미하게 드러나는 검은 호수
수중 깊은데서 마치 떠오르는 빛
그 빛 호면 어둠을 밀고 나오면
경이의 풍경 까마득한 꿈결 같다
물안개 호면에 서리서리 서리고
마음에도 환상처럼 피어난다
잠잠한 호수 가만히 다가 서면
돌연 태고적 신비의 세계
홀연 내가 없는 듯
마치 무심의 경지, 거기에서
나는 그저 고요히 나를 잃는다.
-청송, 주산지(注山池)를 돌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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