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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상 시인의 ‘삶과 사랑을 회복하는 산책’●산중 호수에서

신명상 | 기사입력 2022/11/29 [08:16]
물안개 호면에 서리서리 서리고 마음에도 환상처럼 피어난다

신명상 시인의 ‘삶과 사랑을 회복하는 산책’●산중 호수에서

물안개 호면에 서리서리 서리고 마음에도 환상처럼 피어난다

신명상 | 입력 : 2022/11/29 [08:16]

 

산중 호수에서

 

아득한 아침 호변에 서면, 불현듯

태고 그 날에 있는 듯하다

 

산으로 둘려 막혀 깊은 산

하늘은 아직 어둑하고

아래로 짙은 먹빛 호수

 

산중 호수 아련한 풍경

아침 해 산너머 산에 걸리면

호수 천천히 어둠 속에 깨어난다

 

물 안쪽으로 자리 틀고 앉은 고목

기이한 형상 펼치고 기지개 켠다

 

산자락 안길을 달려가는 빛줄기

솟구친 봉우리 가로질러 내리면

희미하게 드러나는 검은 호수

 

수중 깊은데서 마치 떠오르는 빛

그 빛 호면 어둠을 밀고 나오면

경이의 풍경 까마득한 꿈결 같다

 

물안개 호면에 서리서리 서리고

마음에도 환상처럼 피어난다

 

잠잠한 호수 가만히 다가 서면

돌연 태고적 신비의 세계

 

홀연 내가 없는 듯

마치 무심의 경지, 거기에서

나는 그저 고요히 나를 잃는다.

 

-청송, 주산지(注山池)를 돌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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