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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완전이란 것은 없다”...그러나 이 말은 ‘영원‧완전’하다

신민형 | 기사입력 2022/12/04 [17:26]
발행‧편집인을 발전적 승계 위해 내려 놓으며...하늘소풍길 단상

“영원‧완전이란 것은 없다”...그러나 이 말은 ‘영원‧완전’하다

발행‧편집인을 발전적 승계 위해 내려 놓으며...하늘소풍길 단상

신민형 | 입력 : 2022/12/04 [17:26]

11년간 나를 위로하며 자기암시도취로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페이스북 하늘소풍길 단상을 중단한 지 8개월이다. 대모산 우면산 수리산 법화산 광교산 속에서 내 글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글들도 눈여겨 봤었다. 나와 다른 생각과 주장을 가진 사람들 세상을 본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자기 주장과 생각에 몰입된 글들에 싫증이 생겨났다. 정치와 사회, 종교 등에서 상반된 진영의 극단적.독선적 글들뿐 아니라 일상적 생활을 올린 글에서도 더 이상 지리함을 감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내 글도 타인에게 그렇게 비춰질거라 생각을 했다. 내 위로의 단상들이 결국 자기합리화와 과시, 변명, 하소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완전히 중단할 결심을 했다. 대신 나의 생각을 외부에 보여주는 글이 아닌 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정리할 하늘소풍길 단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그나마의 사색과 단상 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숲속 벤치에서 글쓰기에 몰입하는 대신 오락게임 앱에 빠져들었고 숲속을 산책하며 사색했던 화두 대신 오늘은 뭘 어떻게 먹을까, 다음 주 약속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할까 하는 잡상념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첫눈 내린 12월 첫 주말에서야 오락앱과 잡상념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하늘산책길 단상을 했다. 14년 동안 수만 건의 기사를 일일이 두 세번씩 점검한 매일종교신문의 발행.편집인 역할을 발전적 승계를 위해 내려놓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다.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몰려들면서 승계하는 젊은 친구들이 겪을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 걱정이 괜한 기우라는 것도 안다. 나의 현상유지에 급급했던 신문 운영에서는 도저히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도전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을 젊은 승계자들이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먼저 가져야 한다.

 

또한 내가 고수한 신문의 방향이 내 극단적.독선적 아집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아야 했다. 페북의 많은 확증편향의 글들처럼 나도 확증편향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 종교의 폐해를 알리는 종교공해론을 집필할 목적으로 종교에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는 그런 생각이 절대 진리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절대진리 추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너졌고 사랑, 자비, 정의, 소망, 평화의 가치를 주창하는 모든 종교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리고 그것이 절대진리라 믿게 됐다. 그즈음 매일종교신문 제작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런 믿음을 붙잡고 이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영원완전할 수 없음을 안다. 세상은 영원완전한 것 없이 변화하고 내 생각도 변한다. 승계자들에겐 내 사후에도 이어질 신문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 또한 영생과 천국 등을 바라는 욕심과 같을 것이다.

 

138억 년 우주역사에서 인간을 비롯 수많은 생물은 얼마나 많은 변천을 거듭했으며 기껏해야 1만 년 사람 세상의 종교는 또 얼마나 많이 생성, 변화하고 있는가. 1백년 사람 삶과 생각 또한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교회와 절을 전전했던 내 일상생활 또한 부침을 거듭했고 그때마다 내 가치관과 신념은 달라졌다. 종교심을 길러 그 염력으로 추앙 받던 종교지도자나 교주들이 성욕, 물욕으로 일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종교역사와 현실에서 접했다. 성적관심, 물욕, 허명에 대한 욕구가 정성껏 쌓아온 종교심을 허물어뜨린 경우가 많았다. 종교와 종교인의 부침은 나의 인생역정의 부침, 가치관 변천과 다를 바 없었다. ’내 머릿속 들여다 보면 돌팔매 할 것‘ ’처자식있는 사람에 비해 즐거움 없는 나에게 담배는 괜찮은 즐거움등의 말씀을 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이고 참다운 종교지도자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마저도 오락가락하긴 마찬가지. 43년간 예찬론을 편 끽연과 음주를 수년 전 건강 때문에 중단하며 금연 금주 전도사가 되었는가 하면 이제 다시 건강을 회복하자 슬금슬금 흡연 음주의 효용론을 펼치게 된다. 흡연 음주가 만들어주는 지혜, 여유, 너그러움이 근원적인 종교심을 키워준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세상, 사람, 가치관 모두 영원,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담배와 술에서도 느끼게 되는 셈이다.

 

세상을 깨끗하게 덮어준 첫눈이 온 이튿날 산책길은 더 지저분해진 세상으로 변했다. 그러나 또다시 함박눈이 내리면 순백의 세상이 될 것이며 그 순간 내 마음도 순백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세상과 마음일 것이다.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함을 재삼 느낀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줄 모르지만 내 사후에도 이어질 영원한 신문을 바라는 지금의 마음과 자세를 일단 지속시키는 게 현명한 생활과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매일종교신문의 발행편집인을 내려 놓으면서도 앞으로 신민형의 범종교시각-하늘소풍길 단상을 통해 바람직한 다종교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한 마당임을 강조하고 그 가치관을 펼쳐 나갈 작정이다. 또한 8개월 전 페북글 하늘소풍길 단상을 다시 읽으며 영원히 중단하기로 결심한 페북도 폐쇄하지 않기로 했다.당시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며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발전한다고 착각하는 순간 순간의 생각과 실천을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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