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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혁명 후 최장, 이란 히잡시위 100일...전계층 목숨걸고 참여

최영미 기자 | 기사입력 2022/12/28 [08:11]
Z세대, 성직자 터번 벗기며 조롱...축구 영웅 체포 등 무자비 보복

이슬람혁명 후 최장, 이란 히잡시위 100일...전계층 목숨걸고 참여

Z세대, 성직자 터번 벗기며 조롱...축구 영웅 체포 등 무자비 보복

최영미 기자 | 입력 : 2022/12/28 [08:11]

▲ 지난 1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마흐사 아미니의 생전 모습과 이란 국기를 합성한 사진 등을 들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에서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반정부 .히잡 시위가 집회가 26(현지시간) 100일째를 맞아 전 계층이 목숨 걸고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란 정부의 참혹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14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사흘 만에 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가 발단이 된 이번 시위는 1979년 호메이니의 반()왕정 이슬람 혁명이 세운 신정(神政) 체제 등장 이후 가장 긴 시위이자, 정권 최대 위기로 발전했다.

 

이번 시위는 서민부터 엘리트까지 전 계층이 나섰다. 초기에는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주()의 쿠르드족 사이에 시작됐으나, 곧 테헤란 등 대도시 여성들이 대거 동참했다. 이후 시위는 대학생과 일부 지식인들을 통해 조직화하면서 , 억압적 독재에 불만을 품어온 시민 전체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유명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란 정부는 수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시위 참여자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1400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유명 축구 선수 출신 알리 카리미는 이란 정권의 폭력적 시위 진압을 연일 비판하다 상해 협박을 받은 끝에 미국으로 피신했다.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는 히잡을 벗고 여성, , 자유라는 시위 구호를 든 사진을 올렸고, 축구 선수 아미르 나스르-아자다니(26)는 반정부 시위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두 사람은 현재 이란 당국에 체포돼 정치범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나스르-아자다니는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 한 이란 여성이 이슬람 성직자의 터번을 벗기려고 달려드는 모습.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이란의 젊은이들이 성직자들의 터번을 벗기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뉴욕포스트 트위터

 

여성과 1990년대생 청년층(Z세대)이 시위를 주도하기 시작한 것도 특징이다. BBC이들은 쓰고 있던 히잡을 보란듯이 불태우는 등 새로운 시위 경향을 만들어내며 엄격한 종교적 통치에 저항하고 있다시위대 사이에선 이슬람 성직자가 쓴 터번을 벗기고 도망가는 터번 벗기기도 유행 중이라고 했다. 터번을 기득권과 억압, 특권의 상징으로 보고, 체제에 저항하는 의미라고 한다. BBC시위대가 이슬람 민병대 기지, 이슬람 성직자 학교 등을 겨냥해 화염병 공격을 하는 등 과격화한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라며 해외 거주 이란인들을 중심으로 한 지지 시위도 산발적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로 구금된 사람은 18000명이 넘는다. 시위 도중 숨진 사람은 507명으로 이 중 69명이 미성년자로 파악되고 있다. 시위 진압 도중 숨진 군경도 66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위 가담자 2명에 대해서는 사형이 집행됐다. 처형이 예정된 사람도 최소 26명에 달한다.

▲ 이란 당국이 26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자국 ‘축구 영웅’ 알리 다에이의 가족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드러나 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09년 1월 이란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의 다에이. AP 연합

 

한편 외신 보도에 따르면 26(현지시간) 이날 축구 전설로 불리는 알리 다에이(53) 전 국가대표 선수의 가족이 수도 테헤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돌연 항로를 바꾸는 통에 출국하지 못했다. 이 비행기는 테헤란을 떠난 후 걸프만에 위치한 이란령 키시섬에 기착했다. 당국은 그곳에서 다에이의 아내와 딸을 붙잡았다.

 

이란 당국은 이들이 이미 출국 금지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에이는 만약 (출국이) 금지됐다면 경찰의 여권 조회에서 이런 내용을 보여 줬어야 한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2007년 은퇴할 때까지 국가대표 공격수로 A매치 109골을 넣는 등 세계 기록을 세운 이란의 영웅이다. 그는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해 왔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135만명에 달한다. 이달 초 테헤란에 있는 그의 식당 등이 폐쇄된 데 이어 가족까지 억류된 게 보복 조치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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