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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톱니바퀴와 추

박현선 작가 | 기사입력 2023/01/10 [10:30]
제1부_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3. 톱니바퀴와 추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톱니바퀴와 추

제1부_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3. 톱니바퀴와 추

박현선 작가 | 입력 : 2023/01/10 [10:30]

  박현선(수필가) ./ © 매일종교신문


크르릉,크르릉….

그루밍을 즐긴 고양이 수호는 연신 입을 !’ 벌리고 하품을 해댄. 온몸이 나른해졌는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자고 있다. 사람처럼 코를 곤하게도 곤다. 코앞까지 다가서도 아랑곳없이 여름잠에 취해 있다

 

고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절로 웃음이 난다벌써 께 한 시간이 5년이나 되었다. 고양이의 수명을 사람의 시간과 비교해 보니, 35살에 접어 들었다. 지내 오면서 이들의 생명 시간을 잊고 있었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양이 엄마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록 고양이지만 진지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몸집이 작은 호의 동작은 조용하고 빠릿빠릿 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몸집이 큰 먹보 사랑이는 느긋하고  태연자약한 데가 있다.

 

동물과 사람의 몸 크기와 시간 사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심장이 뛰는 간격은 반복되는 시간 간격이다.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이나 창자가 꿈틀거리는 시간도 마찬가지이다혈액이 몸속을 순환하는 시간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생명도 태어나서 죽고다시 태어나는 반복 활동이 기준 시간은 아닐까동물이나 사람이나 이러한 반복속도가 체중에 따라 달라지겠지한번 회전하여 돌아오는 시간은 몸집이 클수록 오래 걸리고 작은것 일수록 뱅글뱅글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고양이에게는 고양이 시간이 있고사람에게는 사람의 시간이 있다작든크든동물이든미물이든 각자 몸 크기에 따라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성싶다.

 

우리는 보통 시계를 이용하여 시간을 잰다. 톱니바퀴와 추를 결합하여 만든 기계 장치가 째깍째깍 시간을 잘라내고, 시간은 만물을 똑같이 비정하게 내몰고 있다. 시간은 공간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본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서 오늘에 당도했다. 그리고 또 미래를 향해서 끝없이 흘러간다. 왔다가 가는 흐름, 그것이 세월이고 시간의 성질인가 싶다. 그렇다면 이런 비유도 가능하지 않을까. 공간이 육체라면 시간은 영혼이라고.

 

어릴 적에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여겼다. 그 무렵에는 세상 만물의 이치를 보는 대로 흡수하는 시기라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일까?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시간이 빠 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호기심도 없어진다.

 

예전에 다 보았던 것이 생각을 흔들어 놓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세상 보는 눈이 시들해진 배춧잎 같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경험했거니 싶은 그렇고 그런 다 아는 이야기로 들린다. 떠들썩한 논쟁거리에도 흥미가 없다그러니 시간이 나를 외면하고 재빨리 지나가나보다.

 

만일 시간이 흐르지 않고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어둠의 세상으로 변할 것이고, 기다리는 행복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무엇 도 어느 곳에도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시간이 작동되어야 생명을 연명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최후의 승자는 시간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시간을 비켜서서 마치 세상 이치를 다 아는 사람처럼 그것은 그렇고 이것은 이렇다며 아무런 호기심도 없이 산다면 시간은 그런 나를 지나서 후딱갈 수밖에 없을 것이.시간은 나와 거래 할 일이 없을테니까그러면 나는 더 빨리 고 말 것이다.

 

돌고 돌듯, 오늘은 어제의 되풀이요. 내일은 오늘의 복사본처럼 살아내고 있다. 어제가 휴일이었는데, 금방 오늘이 휴일인 것 같다엊그제가 작년인듯 한데 벌써 한 해가 간 느낌속에 살고 있다시간을 탓하고 세월을 보채면서 말이다. 호기심과 열정, 감동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그래야만 몸은 늙어가도 마음만은 젊은 영혼으로 살아갈 테니까.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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