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사는 맛을 주는 와인

박현선 | 기사입력 2023/01/16 [16:08]
제1부-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4. 사는 맛을 주는 와인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 사는 맛을 주는 와인

제1부-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4. 사는 맛을 주는 와인

박현선 | 입력 : 2023/01/16 [16:08]

 

▲ 박현선(수필가) ./    ©매일종교신문

 

송산 포도농장이 까마득히 넓어 보인다농장의 넓이는 만여 평, 그중 경작 면적은 오천여 평이다. 십여 년, 순영이는 각박한 사회 생활에 떠밀려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을 결정했다.

 

염전이었던 들판이 포도송이로 꽉 들어차 있다. 물론 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늘의 도움만이 아니라, 이 농장 에서 일하는 부부의 흘린 땀도 적지 않았으리라, 농익은 포도송이를 만들기 위해 수 없는 손길로 가꾸었을 순영이를 생각하니 대견해진다.

 

풀로 덮여있는 밭을 전쟁하듯 갈아엎고, 각종 벌레와의 싸움이 치열했을 것이다. 하늘의 심술에 맞서 관리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경비도 투자했다이런 노력 덕분에 여름걷이를 시작했다

 

이제는 흘린 땀의 대가를 거두어 유기농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녀는 알코올 농도가 낮고 맛이 부드러운 저가 와인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도 입점시키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와인의 용어와 매너를 잘 모르고 마실때종종 스트레스를 받는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다고 느끼면 그만이지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와인을 여유롭게, 유쾌한 분위기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면 되는 것이지 잡다한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야. 이 와인, 와인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지와 와인의 종류, 수확 연도에 관심을 두게되지.”

 

이어 알코올 도수가 낮다고 와인을 쉽게 보고 벌컥벌컥 마셨다간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발효주인 까닭에 많이 마시면 양주보다 숙취가 오래가고, 고통에 빠지게 된단다.

 

하지만 코로나 종착점을 예측할 수 없는 답답한 시대에 면역력도 강화하고, 항암효과와 더불어 심장병 발병도 감소시켜 주는 묘약이라고 예찬한다.

 

그녀에게 평소에 궁금하던 걸 물었다.

 

와인을 같은 잔에 계속 마시면 되는 거니잔은 왜 모양이 기 다를까?”

 

그릇에 따라 물의 형태가 달라지듯, 와인의 맛과 향은 잔에 따라 다르단다. 같은 종류의 와인이라도 길쭉하고, 오목한 잔에 따르잔 맨 위쪽에 모인 과일향을 강하게 느낄수 있고더 넓은 잔에 따르면 아래쪽에 깔린 참나무향이 약하게 위로 올라가니까 은근하게 느낄 수 있단다.

 

이러한 이유로 와인이 바뀔 때마다 잔을 바꾼다는 것이다. 앞서 마신 와인의 맛과 향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잔을 새것으로 바꿔줘야 한단다.

 

섬세하게 느끼려면 달걀처럼 입구가 몸통보다 살짝 오므려진 잔이 좋고입이 닿는 곳은 매끈해야 부드럽게 넘어가겠지!”

 

집에 손님을 초대해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사람들과 공유할때 그 행복감은 몇 배로 커진다. 마음이 통하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와인은 선별 단계부터 기쁨을 선사해준다

 

판매점에서 싸고 좋은 와인달콤한 와인새로운 와인을 이리저리 살펴 며 고르면서 그날 초대할 손님과 식탁에 오른 음식에는 어떤 인 이랑 어울릴까? 고민도 즐거움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향기로운 와인 잔을 부딪칠 때면 이게 바로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와인잔을 가볍게 마주대며 눈과 눈끼리 만나는 순간 맑은 눈빛이된다얼굴의 코그리고 마음 마저 화사해진다.

 

~하는 상큼한소리에 향이 뭉쳐지니몽롱한 기분에 빠져드네!’

 

박현선 (수필가)

 

  • 도배방지 이미지

  • 김은경 2023/01/16 [20:52] 수정 | 삭제
  • 읽다보니 예쁜 와인잔에 레드와인 한잔 쨍!!~하고 부딪치며 한잔 하고 싶네요 ㅎㅎ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