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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⑧ 부흥하는 인도 불교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3/02/20 [07:12]
암베드카르 박사와 딕샤부미(귀의의 땅) 개종선언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⑧ 부흥하는 인도 불교

암베드카르 박사와 딕샤부미(귀의의 땅) 개종선언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3/02/20 [07:12]

모든 종교의 흥망성쇠는 돌고 도는 것 같다.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지만 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약 8백 년이 지나서 다시 인도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것은 인도가 영국 식민지가 되면서 브리티시 인디아 관료 학자들의 관심과 연구로 인도불교가 새롭게 조명된 이유가 그 단초가 되었다. 그렇지만 인도에 불교가 다시 부흥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나그푸르 딕샤부미(귀의의 땅)에서의 개종선언대회가 기폭제가 되었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 현대 인도 불교의 부흥 발상지 나그푸르 딕샤부미(귀의의 땅)를 방문한 보검스님과 현지 불교지도자들의 기사가 실린 신문. 딕샤부미는 암베드카르 박사가 이끄는 불교도 60만 명이 1956년 10월 14일 힌두 하위 카스트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선언대회를 한 역사의 현장이다.  © CRS NEWS

 

딕샤부미(귀의의 땅)의 불교로의 개종선언대회는 사실상 현대 인도불교가 다시 탄생하는 기점이 된 성소(聖所)이다. 딕샤는 수계행위(受戒行爲)의 의미가 있으며 부미는 장소()의 뜻이 있다. 현대 인도 불교를 이해하고 연구함에 있어서, 딕샤부미에서의 개종선언대회를 인지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이 개종선언대회를 주도한 암베드카르 박사에 대한 사전 인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딕샤부미의 개종선언대회는 인권회복을 위한 계급타파이면서 동시에 현대 인도불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2017년 발행된 암베드카르 박사 기념 우표.  © CRS NEWS

  

현대 인도불교 부흥의 시작점이 된 이곳은 인도 아대륙 정중앙부 마하라슈트라 주 동북쪽에 위치한 인구 310만 명의 나그푸르(용의 도시)이다. 나그푸르는 마하라슈트라 주 최대 도시이며 상업 영화 중심지인 뭄바이에 이어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특산물로는 오렌지가 유명하며, 쾌적함, 녹지 비율, 대중교통, 의료 복지 측면에서 인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멀지 않는 곳에 펜치 국립공원이 있다. 이 자연국립공원에는 수 백 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다.

 

 

▲ 펜치 국립공원입구에서 필자 보검스님.  © CRS NEWS

 

인도불교가 다시 부흥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암베드카르 박사의 주도로 열린 19561014일 개종선언 대회이다. 인도 공화국 헌법을 기초하고 네루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B.R.암베드카르(Ambedkar) 박사가 이 거사를 주도했다. 현대인도불교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로서 우리는 개종선언대회와 암베드카르 박사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내용적으로는 인도의 오랜 사회관습인 카스트의 이해와 나바야나(新乘) 불교에 대한 인식이다.

 

붓다 석가모니가 그의 가르침을 편 이래로 불교는 다양한 성격의 부파(部派)가 명멸했다. 21세기 현대 세계불교는 다양한 부파로 분화되어 있다. 원점은 붓다 석가모니로부터이지만, 그 부파의 형태는 다양하다. 모르긴 해도 수 백 개의 전통으로 가지를 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한국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무슨 종() 무슨 종()이라고 내세우면서 역사성과 정통성을 주장하지만,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 세계불교는 크게 대별한다면 3대 패밀리이다. 테라와다(上座部). 마하야나(大乘). 바즈라야나(金剛乘)이다. 테라와다인 상좌부는 스리랑카와 동남아시아인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의 일부이다. 대승은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 한국 일본과 대만 베트남이 여기에 속한다. 베트남은 상좌부와 대승이 공존하고 있다. 바즈라야나 전통은 티베트와 몽골 그리고 히말라야 지역의 부탄 라다크 시킴 네팔 등지의 금강승(밀교) 전통이다. 지금은 인도에도 티베트 망명불교가 달라이 라마를 지도자로 추종하면서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집중되어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이야기를 인도의 현대불교로 돌아가 보자. 현대 인도불교는 통일된 종파가 없다. 또한 중앙집권적인 승가의 행정부는 존재하지 않지만 지역별로 단체가 각개 약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부파불교의 양상(樣相)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현대 인도불교 인구의 통계에 의하면 인도 불자의 85%는 암베드카르 박사로부터 비롯된 재해석(再解釋)의 나바야나(新乘, 새로운 부파)불교도들이다.

 

 

▲ 2023년 1월 31일 마하라슈트라 주 푸르나 붓다 비하라(佛陀寺)에서 주관한 연례법회에 10만 불자가 운집하여 이틀 동안 설법회가 열리고 있다. 현대 인도불교의 설법사인 비구들이 참석하여 불법을 설파한다.  © CRS NEWS

 

필자는 현대 세계불교에 대하여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라마다 각 나라 불교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강조한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부파나 종파의 적통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겉모습은 상좌부나 금강승과는 다르지만 선종불교의 전통과 법통을 내세우면서 법륜(法輪)을 굴리고 있다. 비유하자면 붓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인 금덩어리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서 금빛을 발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현대인도불교의 주류인 나바야나인 신승(새 수레) 불교 전통도 이 범주를 벗어나는 예외가 아니다. 형식상으로는 테라와다인 상좌부의 모습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암베드카르 박사의 재해석된 불교를 따르는 프로테스탄트(改新敎的)적인 불교를 지향하고 있다. 몇 회에 걸쳐서 나바야나 불교를 추적해 보겠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10만 불자 대법회를 주관한 우파굽타 마하테라와 함께한 보검스님.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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