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희정이의 사과 농사

박현선 작가 | 기사입력 2023/02/20 [12:10]
제1부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야

9. 희정이의 사과 농사

꿈꾸는 여자들 [박현선 에세이]~희정이의 사과 농사

제1부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야

9. 희정이의 사과 농사

박현선 작가 | 입력 : 2023/02/20 [12:10]

  © CRS NEWS


희정이는 부산 기장군에 살다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으로 귀농을 했다. 도시형 어촌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거주지를 바꾸었다.

 

그녀는 짚불 꼼장어구이 음식점을 운영했다. 십여년 열심히 일을 했는데 허리디스크가 생겨 두 달간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하는 것보다 일하지 않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그러던 중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유실수도 키우고 흙도 만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을 마련하는 일부터 신중해야 했다. 친정 식구들이 있는 인제쪽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군청이나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상담했. 영농 창업 지원이나 농가 주택을 매입할 때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정착비나 주택지원비농기계구매비지하수 개발비용을 장기저리로 융자해주기도하고무상으로 해주는 곳도 있었다.

 

높은 산이 삼각형 모양으로 둘러싼 곳이었다. 공기의 흐름도 고요하고 햇볕이 많았다. 흙은 황톳빛으로 과실 농사를 짓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매물로 나온 넓은 임야는 가격도 인근 토지와 비교하니 저렴하고, 과수원 하기도 적합했다.

 

하지만 임야 안에 비바람이 들이치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주택이 있었다. 토지 따주택따로,등기되어 소유주도 달랐다주택을 앉힌 자리는 30평이었고텃밭과 창고로 사용하는 땅까지 더하면 백여평을 지하고 있었다.

 

흙집으로 지어졌고, 대문 입구에는 큰 나무가 턱 버 티고 있었다. 출입하기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 벼락이라도 치면 위험해 보였다. 수목이 많아 나무들을 제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여 겨졌다하지만 돌담에는 대나무가 우거져 있어 운치가 있었다천연림이 조화를 이룬 청정지역으로 과일 농사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그녀에게 귀띔했다.

번거롭더라도 거주하고 있는 낡은 주택을 토지와 같이 매입하세. 주택이 깔고 앉은 30여 평을 빌미로 군청에 양성화를 신청하면 백여 평을 대지로 전환하는 기회가 되거든요!”

 

그녀는 다양한 체험을 있는 체험마을을 구상했고화가인 남편은 목공예 교육까지 받고 정착할 준비를 하였다. 기존 낡은 주택이 있는 백여 평 토지를 대지로 전환하면서 평소에 꿈꾸던 황토주택으로 개조하였다. 벽지는 한지로 바르고, 장판은 콩 빛깔로 깔았다. 쓸고 닦고 했더니, 그런대로 아늑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그렇게 그녀는 초보 농군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였다.  

 

사과 열매가 잎이나 가지에 의해 가려지는 부분 없이 햇빛을 고르게 받고 새빨갛게 익어간다. 겨울에는 가지치기 봄에는 사과 알 을 일일이 솎아 햇빛을 받게 하였다. 사과에 봉지를 씌우는 것도 만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빛을 모아 사과 전체에 골고루 빛을 받게 하여 특등급사과를 빚어내는 건 매우 중요했다. 엽록소가 생기지 않으면서 사과 표피가 더욱 붉어져 간다.

 

사람들은 빨간 사과만 좋아해요!”

 

사과를 눈으로 먼저 먹으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빨갛고 매끈한 사과를 선호하나 보다. 사과는 밑부분과 배꼽 주변이 푸르스름해도 맛이 있다면서 햇빛바람서리에 자연스레 출되면서 더욱단단해져 당도가 높아져 간단다

 

검은점이 박혀있는 사과는 얼핏 맛이 없어 보이지만 자연이 선물한 영광의 상처라고 한다. 병충해의 침입을 받았다가 자연 치유된 병점이나 바람에 의해 상처가 생겼다가 아문 자국이기 때문이다. 사과에 묻어 있는 흰색 얼룩은 농약이 아니고탄산칼륨 살포후 비에 맞아 얼룩으로 남은 것이란다. 물로 닦으면 바로 지워지기 때문에 안심하고 씻어 먹으면 된다고 하였다.

 

처음 직거래 고객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가장 큰 재산이 되었고, 이제 사과가 여물면 고객들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달콤한 사과 5kg에 4만 원이에요수확 예정이니 주문 부탁드려요!”

 

박현선 수필가

▲ 박현선 수필가  © CRS NEWS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