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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브뤼기에르 주교·김수환 추기경·방유룡 신부 '시복시성 추진 선언'

이인덕 기자 | 기사입력 2023/03/24 [12:42]
“한국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

천주교 서울대교구, 브뤼기에르 주교·김수환 추기경·방유룡 신부 '시복시성 추진 선언'

“한국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

이인덕 기자 | 입력 : 2023/03/24 [12:42]

 

▲ 왼쪽부터 브뤼기에르 주교,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사진제공=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CRS NEWS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조선대목구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서울대교구 제11대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1922~2009), 한국 순교 복자 가족 수도회 설립자 방유룡 신부(1900~1986)의 시복시성 추진을 선언했다.

 

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23일 오후 3, 서울 명동 교구청에서에서 제11차 시복시성위원회를 열고 세 명의 성직자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적으로 논의했다.

 

▲ 23일 오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제11차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회의 후 시복시성위원회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부위원장 박선용 신부, 위원장 구요비 주교,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위원 유경촌 주교, 원종현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 CRS NEWS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그간 교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의 시복시성 추진 문제에 대해 오랜 기간 숙고하며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청취해왔다. 신자들과 교회 단체 등 다양한 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후보자들의 덕행의 영웅성과 명성의 지속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한국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복시성 추진을 결심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회의에서 이 자리는 교구 시복시성위원회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세 분에 대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자리라며 정식으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고 오랜 노력과 기도가 필요한 여정이지만, 세 분의 시복시성을 위해 이 시간부터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교회는 전통적으로 신앙인 중에 덕행이 뛰어나고 성덕이 출중하신 분들을 현양하여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오늘은 영웅적인 덕행과 성덕의 명성으로 회자 되시는 세 분을 시복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떼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20106서울대교구 시복시성준비위원회를 신설하고 당시 염수정 주교를 위원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브뤼기에르 주교- 서울대교구의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는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 한국 천주교회와 이를 계승하는 서울대교구 초대 교구장이다. 조선왕조 당시 박해로 고통받던 교회 지도자들은 첫 중국인 선교사 주문모 신부가 순교하자 교황청에 성직자 파견을 요청했고, 교황청에서는 1831년 조선대목구를 설정하며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당시 선교활동이 엄격히 금지됐던 중국을 관통하는 데 3년이 소요되면서 아쉽게도 조선 입국을 목전에 두고 병고로 마가자 교우촌에서 선종했다. 이후 서울대교구는 1931년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해 유해 송환을 추진, 서울 용산성당 성직자 묘지에 브뤼기에르 주교의 유해를 안장했다.

 

조선왕조 시대의 모든 순교자와 증거자에 대한 시복 추진 권한은 주교회의에 있었기 때문에,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는 사전에 주교회의의 추진 동의가 필요했다. 이에 주교회의는 20221021일 가을 정기총회에서 서울대교구가 자체적으로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추진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는 교황청 시성부의 시복 재판 관할권 이전에 대한 승인도 필요했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에 입국하지 못하고 중국 땅에서 선종했기 때문에 선종 장소라는 속지법에 따른 관할권이 중국 교구에 있었다. 교황청도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검토한 끝에 2023112일 관할권 이전을 승인했다.

 

김수환 추기경-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전형을 모범으로 보인 성직자

 

김수환 추기경은 1968년 제11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후 1998년 퇴임까지 30년간 교구장으로 사목했다.

 

김 추기경은 개인적 덕행의 모범, 한국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인 공헌,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 등으로 많은 이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서 그리스도교적 사상의 토대인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을 바탕으로 가장 낮은 사람을 또 하나의 그리스도처럼 대하며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전형을 모범으로 보여줬다.

 

방유룡 신부- 한국 순교자 영성 녹인 수도회 창설

 

방유룡 신부는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의 창설자로, 수녀회(1946), 성직수도회(1953), 재속복자회(3, 1957), 빨마수녀회(1962)를 차례로 설립했다.

 

방 신부는 조선왕조 당시 박해로 순교한 한국 순교자들에게 영감을 얻어 가톨릭 신앙을 동양적 정서 속에 녹여낸 고유한 수도 영성을 만들었으며,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는 이를 바탕으로 순교자 현양 사업에 앞장서 왔다. 신자들의 순교 신심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결과 79위 복자(1925년 시복) 이후 24위 복자(1968), 103위 성인(1984), 124위 복자(2004) 탄생 등 시복시성의 밑거름이 됐다.

 

시복시성의 절차

 

시복시성이란 가톨릭교회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 혹은 순교자에게 공식적으로 복자(福者)나 성인(聖人)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을 말한다. 성인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복자는 해당 지역 가톨릭교회가 모시게 된다. 시복시성에는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필요하지만, 순교자는 순교 사실만으로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시성이 되려면 먼저 시복이 이뤄져야 한다. 시복시성 진행 과정은 엄격한 증거 조사를 거친다는 점에서 재판 형태를 취한다. 예비 심사 법정은 이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덕성을 따져 교황청에 보낼 약전(略傳)을 만든다. 이어 교황청이 관련 자료를 검토해 선정 여부를 가린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25년 조선시대 순교자 79위가 시복됐고, 1968년에 24위가 추가돼 103위의 복자가 있었으며, 이들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한 198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시성식 때 성인품에 올랐다. 이후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24위를 복자로 선포해 국내에는 103명의 성인과 124명의 복자가 있다.

 

땀의 순교자라고 불리는 한국인 두 번째 사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은 기적 심사절차만 남기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교회는 현재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아빠스와 동료 37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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