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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의 군림과 신도의 복종

이옥용 | 기사입력 2017/03/31 [13:17]
“종교지도자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된다”

종교지도자의 군림과 신도의 복종

“종교지도자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된다”

이옥용 | 입력 : 2017/03/31 [13:17]

“종교지도자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된다”

 
“우리 주위에는 신과 귀신이 있다. 이 방 안에 귀신이 많다. 신은 좋은데, 귀신이 문제다. 나는 귀신을 다스리고, 좋은 신이 협조하게 해서 사람의 액운을 해결할 수 있다. 지도자가 고통 받는 신도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상담을 통해 다 해결해 주고 있다.
부처는 한 분이지, 둘이 아니다. 잘못 가르치고 있다. 종단본부는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센터와 같은 곳인데, 신도들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얼마 전 신통력이 있다는 노스님이 한 말이다.
 
부처는 신통력은 진리를 성취함에 있어 삿된 것이기 때문에 제자에게 신통력을 행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진리로 바른 길을 인도해야지, 신통력으로 신도들을 자신에게 의존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치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스님과 대화 중 여신도가 외국 가는데 인사드리려 왔다고 알려왔다. 스님은 들어오라고 하였다. 40대로 보이는 여인은 합장하며 노스님께 큰절을 3번 올렸다. 엄숙했다. 마치 부처께 예불하는 것 같았다. 노스님은 여신도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었다.
 
스님의 태도는 몹시 권위적이었다. 마치 ‘나는 이런 사람이다.’고 자신을 나타나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씁쓸했다. 학승이나 선승, 고승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종교마다 온유하고 겸손한 자리에 들어가라고 가르친다. 종교지도자는 더욱 낮은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스님은 자신이 마치 부처인 것처럼 행세했다. 스님은 부처의 제자이고, 목사는 예수의 제자다. 부처와 예수의 제자는 자신을 낮추고 대신 부처와 예수를 높여야 옳다. 부처와 예수를 팔아 자신을 높이는 지도자는 부처와 예수를 모욕하는 사람이 된다.
 
문득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제나라 재상 안자와 그 마부 얘기가 생각났다. 재상 안자는 수레를 타고 외출할 때는 늘 고개를 푹 숙이고 겸손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 마부는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의기양양하게 수레를 몰았다. 마부의 아내가 그 모양을 보고 마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모시는 안자 나으리는 겸손하고 점잖은데, 마부인 당신은 그토록 거들먹거리니 소가 웃을 일이요.”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 끝을 보고 있나’는 말처럼 종교지도자 중에는 마치 자신이 달이라도 되는 양 달을 가로막고 달 흉내를 내며 달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승려’란 부처의 법을 배워 부처의 말씀을 전해 주는 사람이고, ‘목사’란 예수의 말씀을 배워 예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에 다름 아니다. 승려나 목사는 부처처럼, 예수처럼 살지 않으면 그 자격이 없다.
 
종교지도자들은 저마다 ‘구원 면허’를 가지고 있는 듯 행세하며 돈과 사람을 끌어 모은다. 종교지도자들에게 양심이 살아있다면 호화로운 교회당이나 법당, 사원을 지어놓고 그 안에서 창시자를 팔아 자신과 종교의 배를 채우는 설법이나 설교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도들을 자기 종교 속에 가둬놓고 자기 하수인으로 부리려는 종교지도자는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다. 종교지도자가 신도들로부터 추앙받고 모심을 받으면 우상이 된다. 교만 방자하면 마귀가 마음에 들어가서 교조나 신처럼 행동하게 만든다. 자기 명예를 얻고, 영광 받기 위해 신과 교조를 파는 사람은 마귀의 종이다. 신과 교조의 자리에 들어가면 누구나 마귀가 된다. 신과 교조 대접을 받으면 신과 교조의 자리에 들어간 것이고, 신과 교조같이 나타나면 신과 교조자리에 들어간 것이 되며, 신도들을 종으로 부려먹는 것도 신과 교조자리에 들어간 것과 같다.
 
교회와 절은 인격을 닦고 남을 돕는 것을 배우는 곳이고, 종교지도자는 교조의 가르침대로 신도들이 인격을 닦고, 남을 돕는 사람이 되도록 인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신도가 자기의 인격을 닦고 남을 돕는 일은 배우지 않고, 지도자에게 의존하여 지도자를 교조처럼 떠받들거나 지도자가 신도들에게 교조의 뜻대로 가르치지 않고 돈을 생각하고, 자신을 높여서 우상이 되려하고, 세력을 키워서 자기를 나타내려고 하면 신도와 지도자 모두 교조와 상관없는 이단아가 되고 만다.
 
교조와 자비와 사랑을 팔아먹고 사는 지도자는 선을 팔아 악이 되는 사람이다. 선의 종교가 변질되어 정체가 모호한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무종교인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있으니, 교조들이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병고치고, 귀신 쫓아내고, 신도를 많이 모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조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신도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지도자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된다. 예수와 부처의 제자를 자처하면서 예수와 부처의 인격은 닮지 않고 권력과 금력을 좇으며, 신도들에게 추앙받고 군림하려고 하면 사기꾼이 된다. 그런 지도자는 늑대가 양의 탈을 쓴 모습이다. 입으로 말은 잘한다. 빈 깡통같이 소리만 요란하다. 잘난 척하고, 똑똑한 척 하면 허수아비가 된다. 껍데기가 된다.
 
의식이 낮은 신도들은 종교지도자를 신이나 교조처럼 떠받들고 의존하면서 신격화시킨다. 자신을 무력하다고 생각하여 종교지도자에게 의존하며 복종한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다. 자신의 우주적인 가치를 알아야 한다. 인간의 가치와 존재목적을 알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자기 힘으로 기쁘게 사는 것이 신과 교조에게 보답하는 것이고, 감사드리는 것이다. 종교는 성숙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종교지도자는 신도들에게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야 한다. (매일종교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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