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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비는 게 정상

이옥용 | 기사입력 2017/05/10 [18:45]
“사주보다 중요한 게 관상, 관상보다 중요한 게 심성”

나에게 비는 게 정상

“사주보다 중요한 게 관상, 관상보다 중요한 게 심성”

이옥용 | 입력 : 2017/05/10 [18:45]

사주보다 중요한 게 관상, 관상보다 중요한 게 심성”
 
“이 시대의 화제의 인물, 세상이 바뀌면 운명도 바뀌어야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스님 황금 복 돼지!!”
“액운을 없애주고 호운(好運)과 재운(財運)을 부르는 ○○스님 친필 기화(氣畵)”
 
2017년 5월 10일 한 중앙일간지에 실린 전면광고다. 아마 광고료가 4~5천만 원은 될 성싶다.
 
새해가 되면 유명 무당이나 점쟁이, 역술가의 집은 1년 운수를 점쳐보려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삶의 예측 가능성이 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 한다. 만약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면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인생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한 방에 인생대역전이 가능하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선과 악, 창조와 파괴, 영원과 순간 사이에서 무수히 고뇌하며 산다. 답답하다. 따라서 늘 자신의 흥망에 대해 불안해한다. 더욱이 마음이 나약해서 흥(興)함의 길보다 망(亡)함의 길로 나아가기가 쉽다. 그래서 무언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거나 우환이 생기면 으레 술, 담배, 마약 등 중독성물질에 의존한다. 더러는 요행을 바라며 도박에 손을 대고, 복권에 희망을 걸며, 용하다는 무당ㆍ점쟁이를 찾아가서 해결의 비책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종교에 의존하여 위로 받고 신에게 매달려서 소원을 성취하려고 기도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바꿔 줄 종교(신)와 무속(귀신)과 역술인(사람)을 통해 사주팔자를 고쳐서 행운을 얻으려고 한다.
 
자녀들의 대학입학시험 합격이나 남편의 사업번창 등을 위해 올리는 기도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교회나 성당, 사찰이나 명당 등에는 복을 비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론 노천에서 눈비 맞아가며 백일이나 천일씩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허망한 바람
 
금전, 건강, 애정 등 인간사의 애환을 가지고 점집을 찾는 기독교인도 적지 않다. 기독교지도자의 설교는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성공하며 천국 간다’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헌금하면 더 많은 물질축복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성도들의 간증도 ‘예수 믿고 병 나았다’, ‘예수 믿고 사업 번창했다’, ‘예수 믿고 돈 많이 벌었다’는 것이 주류다. 대개의 부흥회는 일종의 굿판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며, 철저하게 개인의 기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부흥회가 더 많은 물질적 보상과 축복을 받기 위한 투자모임 같다.
 
불교도 사찰 육성과 재정확보 등 다양한 명목으로 기복적인 기도나 천도재(遷度齎)를 권한다. “나쁜 업으로 천도가 안 된 영가(靈駕: 영혼)에게 부처님 법문을 들려주어 천도하면 그 공덕으로 악업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족들의 병도 나을 수 있다”고 말하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가사불사ㆍ기와불사ㆍ방생불사 등 구복적(求福的)인 행사와 부적, 퇴마, 구병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종교의 구복의식(求福儀式)이나 무당ㆍ점쟁이의 푸닥거리와 부적, 역술가들의 방책이나 개명 등으로 복을 받게 해주고, 죄를 없애주겠다는 것은 사기가 아니면 월권이다. 이는 염불보다는 잿밥이 목적이라 하겠다. 인간의 불안심리를 이용하는 돈벌이 수단이다. 허망한 바람이다. 미신이 따로 없다. 과거 미개문명시대에 존재했던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 샤머니즘적인 요소들이 오늘날의 고등종교 속에도 다분히 녹아 있다. 숭배대상만 자연물에서 신으로 이동했을 뿐, 그 내용은 하등 다를 바 없다.
 
사람이면 누구나 복을 받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 복을 받고자 하는 욕망은 잘못 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의존하는 것들이 과연 우리에게 복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갈증만 더할 뿐이다.
 
사주보다 중요한 게 관상이고, 관상보다 중요한 게 심성이라고 한다. 타고난 팔자가 아무리 좋아도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팔자 고치는 법은 ‘적선’이다. 선한 일을 많이 하면 타고난 액을 피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용헌 원광대 교수이자 동양학 연구소 소장은 인생을 바꾸는 법, 즉 팔자 고치는 법 여섯 가지를 말했다. 첫째, 적선을 하라. 둘째, 좋은 스승을 만나라. 셋째,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명상이나 기도를 하라. 넷째, 독서를 많이 하라. 다섯째, 편안한 집에서 휴식을 잘 취하라. 여섯째, 자기 자신을 알아라.
 
나에게 비는 게 정상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남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욕심이 사기꾼의 덫에 걸려든다. 달콤한 말로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 이용하려는 자가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말로 유혹한다. 꿀보다 더 달다. 그래서 속는다. 의존성이 강한 사람이 타깃이다.
 
‘모든 게 팔자소관’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간사는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자작자수(自作自受)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것도 인과법칙에 의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니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운명이 신의 손에 달렸다기보다는 인간 자신이 만들어 간다는 것이 정답이다. 인간은 자주적인 존재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게끔 되어 있다. 결과 또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
불행의 근원은 대부분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함에 있다. 자존성(自存性)이 없기 때문이다. 욕망은 물질이나 권력, 쾌락 등 외형적 가치만을 좇는다. 여간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
 
진실 된 목표를 세우고 성실하게 노력한 대가를 받아서 분수에 맞게 사는 사람은 굳이 누구에게 빌 필요가 없다.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생긴다. 문제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면 스스로 고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심은 대로 거둔다.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나온다. 바른 마음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며 선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 판단하고 노력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지, 신이나 귀신이나 인간이 간여할 부분이 아니다. 세상에는 노력 없이 되는 것이 없다. 공짜가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열어나가야 한다는 뜻과 맞닿아 있다. 맹자는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천명을 기다리라(盡人事待天命)’고 했다.
 
노력대로 얻는 것이 천리(天理)다. 콩을 심으면 콩을 얻고, 팥을 심으면 팥을 얻는다. 천국과 지옥은 자기 마음이 만든다. 사람은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이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사람은 자기 능력대로 열심히 노력하여 얻은 대가로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자기 능력대로 분수에 맞게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 떳떳하다. 이게 정도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뿌린 대로 거두고, 심은 대로 나온다. 내일의 나가 궁금하면 오늘의 나를 보라. (매일종교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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