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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 배출과 아파트 경비원

신민형 | 기사입력 2017/05/19 [21:51]
하늘 소풍길 산책

재활용 쓰레기 배출과 아파트 경비원

하늘 소풍길 산책

신민형 | 입력 : 2017/05/19 [21:51]

재활용 쓰레기 배출일이 아닌데 커다란 박스가 배출장소에 버려졌다. 아파트 초소에서 이를 발견한 70대 중반의 경비원이 황급하게 뛰쳐나왔다. 단단히 화가 난 모습으로 박스 내용물을 뒤졌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경비원은 이내 박스를 조심스레 정리하고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숨은 장소에 정성스레 옮겨 놓았다.     

그리고 담배 피우려 10층에서 내려와 정원 벤치서 이를 지켜본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눈가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쓰레기 흔적으로 누군지 찾아내려다 편지를 발견했어요. 암으로 투병하는 엄마에게 아들이 쓴 편지에요. '꿋꿋하게 이겨내시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내용이네요."    

그는 아예 범인을 추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113동 암투병 노인의 처지와 마음이 노 경비원에 감정이입 된 듯하다. 나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졌다.     

"선생님, 이렇게 병 안들고 건강하게 일 하실 수 있는게 행복해 보이네요. 혈색도 좋으시구요. 저도 선생님처럼 건강하게 일하며 늙어야겠어요."    

경비원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나도 따라 웃었다. 이런 해프닝의 연출을 암투병 모자가 보았다면 좀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 힘겹게 일하는 老경비원, 암투병 母子 모두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따듯함이 전해져 페북에 올린 글이다. 生老病死 과정의 喜怒哀樂을 겪고 느끼며 살면서도 이런 모습 보며 때로 마음이 정화되어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게 삶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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