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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역사’ 벗어나 영원한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스티븐 호킹

신민형 | 기사입력 2018/03/15 [22:13]
국내외 예상 이상의 과학자 추모물결, 우주와 신에 대한 관심 반영

‘시간의 역사’ 벗어나 영원한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스티븐 호킹

국내외 예상 이상의 과학자 추모물결, 우주와 신에 대한 관심 반영

신민형 | 입력 : 2018/03/15 [22:13]
▲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스티븐 호킹 박사.  

‘신의 마음’ 읽는데서 무신론으로 선회, 미래과학이 종교 대신할까?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14일 별세했다는 소식에 의외의 추모물결이 국내외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미국 국무장관 교체와 남북미회담, 최악의 고용실태, 미투확산 등 핫이슈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15일자 조간종합지 1, 2면 등에 여러 꼭지의 해설기사와 함께 비중있게 다루어졌으며 조선 만물상 칼럼, 세계의 사설 주제로도 올려졌다. 말년에 무신론자인 듯한 그의 발언인 듯 기독교계 신문인 국민이 사람들 면에서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루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람들’면 톱기사로 다루어졌다.     

그의 ‘시간의 역사’ 등 저서들은 국내외 서점가에서 다시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그의 삶이 재조명되는 등 과학자로서 그 어는 성직자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신의 마음을 읽는 구도자적 과학자에서 "사후세계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는 무신론자 입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와 신에 대한 명상을 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88년 '시간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며 그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창조주로서 ‘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그가 2010년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는 무신론자의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주창조는 신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이 책은 생물학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창조론과 종교논쟁을 불러 일으킨 것과 같이 물리학에서도 본격적으로 창조론과의 논쟁을 불붙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우주의 탄생기원으로 알려져온 ‘빅뱅(우주의 대폭발)’에 대해 “신성한 존재의 개입이 아니라 중력 같은 물리학 법칙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우주와 인류의 존재는 '자연발생적인 창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영국 주요 신문은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호킹이 신(神)은 없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하는 등 세간의 관심이 컸다.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80% 이상이 호킹의 말에 동의했다. 당대 최고 과학자의 영향력은 그만큼 절대적이었고 종교사상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11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사후세계는 없다"고 발언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사람의 뇌는 컴퓨터와 같다. 컴퓨터가 기능을 다하면 동작을 멈추듯이 인간의 뇌가 멈추면 그것으로 끝이다. 컴퓨터를 위해 마련된 천국이 없듯이 사후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에 과학이 종교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인간문명의 미래를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강조해 왔다.     

호킹은 2015년 영국에서 열린 자이트가이스 컨퍼런스에서 "향후 100년 이내에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사람을 넘어설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와 일치한 목표를 가지게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그 이전부터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 GWC(Great Wall Club)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AI가 인류 문명사를 종결지을 수 있으며 이같은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부상이 인류에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아직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력을 다해 AI가 인류와 환경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BBC방송을 통해서도 같은 경고를 시작했으며 2015년엔 인공지능 개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시간의 역사’ 벗어나 영원한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스티븐 호킹은 과연 미래종교의 초석이 될 수 있을까. 장애 과학자로서 드라마틱하고도 위대한 삶이 시간을 뛰어넘어 종교적 공간에 자리매김할 것인가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지난 50여 년간 우주론, 양자중력 등 현대 물리학 연구를 이끌어 왔다. ‘시간의 역사’ 등 대중과학서적 저자는 물론이고 오피니언 리더로도 활약했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 우주론과, 양자역학-상대성이론의 통합을 꿈꾸는 양자중력 등 현대 물리학계를 선도해온 호킹 박사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정통 이론물리학자이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즐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꼽힌다.    

1942년 영국에서 태어난 호킹 박사는 21세인 1963년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운한 질병이 그를 거장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 실제 스티븐 호킹과 제인 와일드의 결혼식 사진(왼쪽)과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재현한 스티븐 호킹과 제인 와일드(오른쪽)    

그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1965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 루커스 수학 석좌교수를 지냈다. 물리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초물리학상’을 비롯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어워드’ ‘코플리 메달’ 등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노벨 물리학상은 받지 못했다. 그의 이론을 현재 기술로는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시절부터 사귀어온 제인 윌데와 박사과정 시절 결혼해 자녀들을 낳았다. 하지만 30년 뒤인 1995년, 자신을 돌보던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하며 제인과 헤어졌다.

지난 2014년 스티븐 호킹의 일생을 담은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것'에서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러브스토리가 조명되기도 했다. 영화는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이 신년파티에서 만난 당찬 여인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중과 소통하길 즐기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답게 영화와도 인연이 깊었다. 스타트렉이나 심슨가족 같은 유명 영화에 깜짝 출연하는가 하면 인터스텔라 제작진의 차기작에 자문 등으로 참여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책 집필, 강연 등도 활발했다. 수입도 상당해서 캐나다 온라인 매체 더리치스트에 따르면 호킹 박사가 소유한 순자산은 약 2000만 달러(약 214억 원)로 추산된다.

과학영역 넘어선 통찰과 유머가 조화된 그의 어록들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인생 전체를 꿰뚫은 그의 통찰과 유머가 조화된 그의 명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12년 8월 영국 런던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서 음성 합성장치를 통해 전한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 당신의 발만 쳐다보지 말고”란 메시지는 최고의 어록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 개막식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무엇이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지 궁금해하라”며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호소했다.

천체물리학자인 호킹 박사는 자신의 우주관을 선배 물리학자의 명언을 비틀어 재치 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신은 가끔 주사위를 안 보이는 곳으로 던진다"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는 “신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과학은 창조주 도움 없이도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면서 과학의 가능성을 믿었다.

20세기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그가 지능에 대해 남긴 어록도 주목된다. 지능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본 그는 “아이큐를 뽐내는 이들은 모두 루저"라고 비판했다. ”움직일 수 없어도 마음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인생은 웃기지 않으면 비극" "장애가 있어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같은 말은 통찰과 유머가 담겨있다.

1994년 브리티시텔레콤 광고에 출연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대화로 인해 일어났고 최대 실패는 대화하지 않아 일어났다”고 한 그의 말에 감동한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킵 토킹’이란 곡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특히 루게릭병을 앓은 그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충고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또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 말아라.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인 장애자가 되지 말아라"라는 말을 남겼다.    

뿐만아니라 장애을 가진 자신을 유머의 소재로 사용하는 어록도 있다. "셀러브리티로 살아가는 것의 가장 힘든 점은 어디를 가든 나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선글라스와 가발은 별로 소용이 없다. 이놈의 휠체어가 어차피 다 드러내니까"라는 말을 통해 유머러스한 스티븐 호킹의 모습도 느낄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답게 우주 연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도 있다. "우리의 관심을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기울인다면 그건 인간 정선을 제한하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통해 지구에서 가장 광활한 사고의 스케일을 가졌던 그의 면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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