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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범종교시각
​​'Amazing=놀라움=신기=감사'
하늘소풍길 산책
기사입력: 2019/08/25 [18:5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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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바둑 복기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복기

 

온갖 사건과 사고 속에서 내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게 신기할 때가 많다. 연탄 때던 시절, 동치미 국물로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중독됐다면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연탄가스중독사는 워낙 많이 겪는 사망사고라 뉴스거리도 되지 않았었다. 복막염, 장염, 췌장염, 치핵, 골절 등 지금은 발달된 의술로 별거 아니지만 제때 수술과 처방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조선시대 평균수명인 40살 전후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많은 생명이 희생됐지만 나에겐 기껏해야 부얶에 넘쳐 들어온 빗물을 바가지로 떠버렸던 기억이 전부다. 80년대 후반 혈기왕성했던 시절, 엉망진창 취해 88도로를 수시로 폭주했으니 그때마다 환생한 셈이다.

 

간혹 지나온 삶을 복기하다가 아내에게 '이제까지 살아온 게 참 신기하다'고 말한다. 세상 사는 능력이 부족한데 어떻게 이만큼 와있는지도 참 다행이라고 고백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신기한게 아니라 감사한 거'라고 강조한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여겨질 때도 그보다 더한 불행과 비교하며 ''감사하다'를 연발하는 아내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Amazing'을 나는 '신기'로 해석하는데 반해 크리스찬인 아내는 '감사'로 해석하는 거다. 결국 'Amazing=놀라운=신기한= 감사한'의 동일어가 된다.

 

바둑판 가로세로 19361칸에서 나오는 수가 무궁무진해 복기(復碁)가 흥미롭지만 삶의 복기는 더욱 다양하고 천태만상이어서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성장기, 연애사, 가족사 등 똑같은 인생 여정을 두고서도 숱한 갈래로 나눠지고 그에 따른 숱한 사연들이 샘솟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갈래의 복기가 이루어진다. 희노애락, 선악, 후회와 만족, 안타까움과 뿌듯함 등의 갈래로 복기가 이루어지다 때론 모든걸 뒤엉켜 되돌아보게 된다. 도저히 상상도 못했던 회상들이 불쑥 생겨나 스스로 놀래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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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나날들을 술과 담배에 젖어 살면서도 밤세워 놀고 일했다는게 놀랍고 신기하다. 이제 다시 복기하는 거 조차 힘겹다. 아마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신문제작과 운영도 훗날에 복기하면 놀랍고 신기한 작업으로 도저히 감당못할 일로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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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종교신문 창간 10주년을 앞두고 거창한 기념식은 엄두를 못내고 소박하게 매일종교신문 취지에 어울리는 필자를 발굴했다. 나로선 'Amazing Grace'가 절로 나오게 하는 필자다. ​​

 

최근 40여년만에 개설한 대학동기 카톡방에 올라온 친구의 글에서 보석을 발견한 것이다. 그 친구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이 찾아온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삶은 모든 종교생활의 귀감이 되는 듯하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에게 어느 성직자의 설교, 강론, 법문보다 머리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이란 제목을 달아 연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가 의식없는 아내와의 삶을 복기하는데는 젊은 시절 고생했던 아내에 대한 애틋함을 바탕으로 한 연민의 사랑과 감사함이 넘쳐 흐른다. 그리고 손녀는 물론 주변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모든 종교에 귀감이 되는 범종교적 심성임을 느끼게 된다.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함으로 충만한 신선한 글이다. 그가 칼럼을 연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감사함 충만한 복기로 생활의 활력을 찾기를 바라고 매일종교신문 독자에겐 훈훈한 감동의 전이가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그리고 엉키고 설킨 복기로 갈피를 못잡는 나에게도 아내와 친구가 느끼는 감사! 가 놀랍고 신기하게 자리잡았으면 한다. 훗날 열반에 들 때 삶을 복기하며 신기하고 놀라운 순간들이었다며 감사! 를 외쳤으면 한다.

 

법화산 둘레길 내 쉼터에 앉아 편안히 쉬며 '감사하라'며 정겨운 잔소리하는 아내를 떠올릴 수 있으니 나는 친구에게 미안할 정도로 감사할 삶이 아닌가. 그런데 나보다 그 친구가 더 놀랍고 신기한 삶에 감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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