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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사태 악화…中정부 개입하나
중국정부, ‘덩샤오핑 어록’ 거론하며 또 다시 개입 시사
기사입력: 2019/08/27 [20:4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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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 ‘덩샤오핑 어록거론하며 또 다시 개입 시사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둘러싸고 지난 69일 시작된 대규모 시위와 경찰의 강경진압 반복은 홍콩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중국 정부가 무력진압을 경고하면서 선전(深圳)에 무장병력을 집결시켜 시위대를 압박해 왔으나 상황이 해결의 조짐은커녕 홍콩 사태가 또다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홍콩 시위대의 폭력 시위에 맞서 정부 개입을 재론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831일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홍콩 정부와 시위대 간 전운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중국은 홍콩 동란 시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과거 발언을 거론했다.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재론한 것이다. 818일 평화시위 이후 10여일 만에 경찰이 물대포를 현장에 투입하고, 실탄 경고사격을 할 만큼 폭력 사태가 악화하면서다.

 

중국은 특히 전날 시위진압 중 실탄 경고사격을 한 경찰관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새벽 성명을 내고 시위대의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 등 서방 세계가) 폭도와 연합해 홍콩 경찰을 모함하고, 세계 여론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홍콩 경찰이 8월25일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8월말 대규모 시위가 분수령 될 듯한국정부 안전 유의여행경보 발령 

 

824~25일 주말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격렬한 충돌의 여파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중앙정부 직접 개입 가능성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가 덩샤오핑의 과거 언급을 재론한 것은 중앙정부 개입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721일 홍콩의 중앙인민정부 연락판공실 국가 휘장이 훼손된 이후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덩샤오핑의 홍콩 문제 발언을 언급한 바 있다.

 

홍콩 시위대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폐기 등 5대 요구 사항에 대한 데드라인을 913일로 못 박고, 831일 민간인권진선 주도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 홍콩경찰이 25일 추엔완 지역 노상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다. CNN은 “12주 동안 이어진 홍콩 시위 중 가장 폭력적인 밤이었다”고 보도했다.  

 

홍콩 대학생들은 913일까지 홍콩 정부가 5가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동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생들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규정 철회,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홍콩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진선은 831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5년 전 이날인 2014831일은 홍콩 행정장관 간접 선거를 결정한 날이다. 31일 집회가 홍콩 사태의 향배를 가르는 최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홍콩에 1단계 여행경보(남색경보·여행유의)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홍콩 전역에서 시위가 지속 발생하고 있고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민안전이 우려된다고 발령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위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홍콩에 체류 중인 국민은 신변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홍콩을 여행할 예정인 국민은 여행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은 홍콩사태에 소탐대실하지 않아야

홍콩사태 해결방식이 미래 가늠 척도一國兩制걸맞은 정치적 성숙함 보여야  

 

중국 정부는 미국이 배후에서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18일 중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문제는 미·(美中) 갈등으로까지 확산됐다.

 

홍콩은 그동안 누려온 자유무역항과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이미지와 환경은 이미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특별조치를 통해 홍콩 주민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고, 명실상부한 홍콩특별행정구 자치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사태의 본질을 호도해 미국 배후설로 몰아가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소요사태만 진정시키면 된다는 중국 지도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안타깝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후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양제는 모호해지고, 믿을 수 없는 중국 정부의 공언으로 그 의미가 퇴색됐다. 중국 지도부는 국가권력의 일사불란한 절대적 사회통제를 벗어난 홍콩 스스로의 또다른 제도와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도의 자치와 민주적 정치 제도는 홍콩의 경제적 기능과 사회 안정을 보장하는 전제다. 이번 홍콩사태는 2014년 가을에 있었던 홍콩수반 직선제 요구를 앞세운 이른바 우산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묵은 홍콩 주민의 염원이 응축된 결과이며, 표면적 이유인 송환법제정은 시민 저항의 계기가 됐을 뿐이다.

▲ 8월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홍콩 문제 해결방식은 중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중국 헌법에 규정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진화 중에 있으며 그 실체가 모호하다. 하지만 홍콩은 중국에는 보석 같은 존재다. 안정적이며 자유로운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과 홍콩달러의 존재는 중국이 경제대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중국 남부지역과 홍콩 및 해외 화인(華人)사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는 중국의 성공적 개혁·개방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홍콩에 대한 중국의 위압적 접근으로 인해 홍콩의 자본과 인적자원이 탈출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 정치와 홍콩·대만 문제 해결 방식으로서 무력진압과 사회통제를 선택한다면 동북아 역내 질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존립 공간을 찾을까 우려된다. 중국 지도부의 경직된 국가주의 이념 지향성으로 인해 한·(韓中) 관계를 포함, 역내(域內) 정치경제 질서도 신()냉전 기류 속에서 질식할 수밖에 없다.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새로운 보호주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불필요한 이념적 불신의 벽을 쌓아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이제 중국은 덩샤오핑이 남긴 창의적 정책 유산인 미완(未完)일국양제를 홍콩에서 완성할 때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변신을 도모하면서 홍콩의 시장경제와 개방적 제도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일국양제는 홍콩이 가진 안정적 자치 환경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이다. 다만 과도기 중국의 상황을 고려해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경제의 단물만 섭취하고 정치는 베이징(北京)의 뜻대로 주무른다는 것이 아니다. 홍콩인의 마음조차 감동시키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중국을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강대국이라 할 수 있을까. 중국에 홍콩이란 중국의 정치적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기회의 땅이지 힘을 휘둘러 겁줄 상대가 아니다.

  

송환법 저지는 정치자유 바로미터

 

시위에 참여한 한 소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홍콩의 미래에 관심이 있어 왔어요. 그건 우리의 미래잖아요.” 홍콩 시민은 절박했다. 인구 700만명 중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면 그것은 홍콩의 민심이다. 경찰 뒤에 숨어 시민을 통제하고 있는 홍콩 정부의 신뢰도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정부 신뢰도를 0%라 대답한 시민이 무려 43.5%나 된다고 한다.

 

송환법 저지는 홍콩의 정치적 자유의 바로미터다. 중국이면서도 중국이 아닌 곳인 홍콩에서 자유가 공포가 되고 민주주의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홍콩이 아시아의 진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치적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들, 그러다가 홍콩으로 들어온 중국인을 홍콩이 보호하지 못한다면 홍콩은 절대권력이 함부로 지배할 수 있는 섬이 된다. 저렇게 모여 자유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평화를 호소하고 있는 홍콩 시민의 일이 남 같지 않은 것은 일본에게, 독재정권에게 자유를 반납하고 살아온 우리의 기막힌 역사 때문일 것이다. 절대권력은 폭력이다. 그 폭력은 집요해서 포기를 모른다. 중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그랬고, 티베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홍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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