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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평평한 글로벌시대의 新냉전
네트워크 우위 국가가 악용…이번엔 일본, 다음엔 어떤 나라가될까
기사입력: 2019/09/02 [07:05]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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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우위 국가가 악용이번엔 일본, 다음엔 어떤 나라가될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소련은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첨예한 대립구도를 만들면서 세계를 재편했고, 그것은 1947~48년 냉전이라는 이름으로 고착됐다. 양국은 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핵무기 경쟁을 벌였으나 핵 공격과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양측 모두 공멸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1990년대 들어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고 독일이 통일되자 냉전체제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의 위성국으로 머물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사실상 공산주의가 붕괴되어 자본주의가 종국의 승리를 이룩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한 미국은 권위적이고 오만한 정책을 펼쳤다. 이라크 공습, 전역 미사일 방어체계(TMD) 구축, 지구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 파기, 9·11테러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 등이 그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는 신()냉전 체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에서 미묘한 대립 가능성을 열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미·(美日)신방위조약을 맺고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쪽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남한을 미국과 일본의 방위선 안에 묶어 두려 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일을 지상과제로 안고 있는 한반도로서는 몹시 조심스럽고도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평평한 세계에 파고든 보호무역새로운 경제전쟁 양상 불러와  

 

지난 30여년간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megatrend: 사회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를 뜻하는 말로,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가 저서 메가트렌드Megatrends에서 처음 언급했음)였던 세계화가 퇴조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 속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이 있는 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글로벌 시대 평화법칙'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정학적 안보 논리와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자국우선주의 위세에 눌려 기업들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무역전쟁 최전선의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예찬했던 글로벌화로 '평평해진 세계'는 다시 울퉁불퉁해지고 있다. ·(美中) 간의 무역 분쟁,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지는 이런 반()세계화 흐름 속에 한·일 간 경제 분쟁도 있다. 프리드먼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 21세기의 짧은 역사(The World Is Flat: A Brief History of the Twenty-First Century)주로 21세기 초반의 세계화를 분석한 베스트셀러로, 제목은 세계를 상업의 관점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으로서 암시하는데 그 장에서는 모든 경쟁자들이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 지리적인 분리가 점점 더 무관하게 되는 세계시장에서 국가들, 기업들, 개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지각적인 전환을 언급하고 있다.

 

평평한 세계에 파고든 보호무역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제전쟁 양상을 불러왔다. 과거의 보호무역은 각국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발동해 국내 시장의 접근을 막고,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통해 확보한 수출 경쟁력으로 상대방의 빵을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이었다. '포스트 글로벌화(post-globalization)'시대의 신()보호무역은 자국 시장의 접근을 막는 수요 제한 조치를 넘어 글로벌 공급 사슬의 결정적인 길목을 틀어쥐고 전체 글로벌시장에 대한 제품 공급을 차단하는 새로운 형태의 무기를 동원하고 있다. 미국이 국가 통신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퀄컴사의 통신 칩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공급을 중단하고, 이란 제재를 위해 달러에 기반한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이란은행을 배제한 것은 모두 글로벌화된 세계의 공급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이다. 일본이 관세 장벽 등을 이용해 한국 제품의 수입을 막는 대신 삼성에 들어가는 불화수소 등 필수 소재 및 부품의 차단을 노린 것도 역시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헨리 패럴 교수와 조지타운대 에이브러햄 뉴먼 교수는 이를 '상호 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ed interdependence)'라고 부른다. 서로 의존하는 글로벌 경제이지만,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네트워크 허브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가 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보호무역 조치는 서로 얽혀 있고 대체네트워크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선공(先攻)한 국가가 의도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제재 조치에 대항해 영국·독일·프랑스는 달러를 대체하는 '인스텍스'라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이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역시 만약 삼성이 금수(禁輸)가 우려되는 소재를 유럽 등 다른 네트워크를 통해서 확보하거나 국산화를 통해 조달할 경우 제재의 효과가 무력화되고, 일본 기업은 중요한 고객만 잃어버리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전세계 각자도생글로벌 경기부양 가열

, 기준금리 0.1%P 인하, 급여세 2%P 인하 검토, 67조원 재정지출 확대

 

중국, 미국, 유럽 등 각국이 잇달아 금리 인하,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조짐이 짙어지면서 국가별로 경기부양 조치의 빈도와 강도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820일 중국 인민은행은 3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점차 악화되면서 경기가 지속적으로 나빠지자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던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Loan Prime Rate)4.25%로 고시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1년 만기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로 통용되다가 17일 인민은행이 금리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사실상 새로운 기준금리의 잣대가 됐다. 1년 만기 대출금리는 201510월부터 4.35%로 유지되고 있는데 인민은행이 이날 ‘1년 만기 LPR’4.25%로 고시하면서 사실상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낮췄다.

 

중국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갈수록 경기침체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 데 따른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 6.4%를 기록한 이후 2분기에는 6.2%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목표로 삼은 올해 ‘6.0~6.5%’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근로자들의 월급에 부과되는 급여세 인하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19(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노력으로 최근 여러 가지 감세안을 검토 중이며, 이 가운데 한시적인 급여세율 인하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2020년 대선에서 경제 호황을 치적으로 재선(再選)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경기침체를 막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와 2년 만기 국채금리 간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등 미국에서도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계속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도 경기침체의 공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18"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500억유로(67조원)의 추가 지출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 떨어진 가운데 3분기 역시 역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공격적인 부양카드를 꺼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9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파에 뜬 돛단배와 같은 나라우리의 현실 냉철하게 직시해야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 한국 외교를 쥐락펴락하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됐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미국에 뭘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된다.”

 

자신이 그렇게 된다는 것일까, 아니면 나라가 그리 된다는 것일까. 그가 미국으로 급히 날아간 때는 미국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던 시기였다. 그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아프리카에 있었다. 김 차장의 발언과 달리 한국은 동네북으로 변했다. 주변국이 때리면 얻어맞는 나라. 어느 쪽을 봐도 그렇다. ‘내 편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우방이라던 일본. 이젠 더 이상 우방이 아니다. 외교청서에서 일본은 2015년에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라는 문구를 빼더니 2018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올해에는 전략적 이익, 미래지향적표현까지 삭제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국방백서에서 일본을 지칭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국가라는 문구를 지웠다.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이익도 공유하지 않는 나라. 그것은 우방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남북경협으로 평화경제를 실현하면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는다.”

 

·미동맹은 어떨까. 역시 깨진 독으로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놓고 조롱한다. “임대아파트 세를 올려 받기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기가 더 쉬웠다. 입이 가벼운 그는 그렇다 치고, 미국 조야의 보수인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국을 품고 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좌파단체 몇 명이 길을 가로막는다고 3년째 성주 사드기지에 공사 자재 운반차량조차 출입하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까. “지금의 한국 정부는 미국 편이 아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휩쓸던 2008년에 제2국가부도 위기를 걱정하며 미국으로 달려가 도움을 구했다. 300억달러 통화스와프협정(상대국 통화를 사용하여 환시세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며, 기간은 36개월임)은 그 결과다. 한국은 그에 기대어 고비를 넘겼다. ‘동맹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한국 때리기도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중국, 러시아에게라도 환대받을까. 중국의 사드보복은 이어지고 러시아군용기는 독도영공을 휘젓는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도 무시로 침범한다.

 

북한은 더 가관이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신뢰를 쌓았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인물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정부가 신줏단지처럼 여기는 남북군사합의서. 북한은 해진 종잇조각쯤으로 여긴다. 남한을 초토화할 신형탄도미사일을 자고 나면 쏴댄다.

 

이런 상황에도 평화경제를 이루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 북한은 가난하다. 경제규모를 키우는 소비시장이 되지 못한다. 축적된 기술과 자본도 없다. 그럼 자원이 많다는 북한은 왜 그렇게 가난한 걸까. 유일하게 내세울 것은 값싼 노동력뿐이다. 그런 상대와 손잡아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발언은 공허할 뿐이다.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망상을 국민에게 심는 걸까. ‘통일비용 2100조원’(영국 유리존SLJ). 그것은 북한에 쏟아 부어야 할 돈이다. 국민 호주머니의 돈이 모자라면 빚까지 내야 한다. 동네북이 되고도 엉뚱한 망상을 정책의 기둥으로 삼는 정치. 나라는 창파에 뜬 돛단배로 변한다. 흡사 조선말과 같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빗나간 생각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제대로 직시하면 길은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의도치 않게 '포스트 글로벌화' 시대의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피아(彼我)가 뒤섞여 있는 이 시대엔 언제든 누구와도 '()냉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엔 일본이 도발했지만, 지정학적인 안보상황 등을 고려하면 중국과 부딪칠 개연성도 높다. 이미 사드 사태에서 경험했지만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무기로 우리의 공급 네트워크를 공격해올 가능성은 상존한다. 초격차의 기술 확보, 핵심 소재·부품의 전략적 국산화와 대체 네트워크 마련은 극일(克日)을 넘어서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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