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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관계적 존재’…가장 목말라하는 욕구는 친밀감“
가톨릭 전진상교육관 내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 신선미 소장
기사입력: 2019/09/13 [07:2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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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전진상교육관 내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 신선미 소장 

 

개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관계를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한다. 주로 내적 성소를 찾는 데 주력해온 가톨릭 수도회에서조차 심리상담이 부상하는 데서도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다.

 

서울 명동성당 부근 전진상교육관이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심리상담을 배우는 성소(聖所)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관의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 신선미 소장이 1, 2학기 14주씩 진행하는 자아의 통합과 영성강좌엔 100명 안팎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다. 신 소장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하면서 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심리는 사춘기 상태이기적 자기애 벗어나야

 

현대인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듣는 신 소장에게 요즘 한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묻자 사춘기 단계로 진단했다. ‘아니 민주시민 의식에선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고 자부하기도 하는데, 마음 상태가 그렇게 저차원이라고?’ 이에 대해 그는 심리발달 단계를 보면 유아기에는 엄마와 아이가 심리적으로 구분이 안 된, 즉 미분화된 상태여서 독립하지 못하다가 사춘기가 되면 개인의식이 싹터 내가 누구인지찾아 나서게 된다며 사춘기와 성숙기를 구분하는 것은 자기애가 아닌 타인에 대한 조망 능력이라고 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느냐가 소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기에 그것이 아이의 단계냐, 어른이냐를 구분 짓는다는 것이다.

▲ 가톨릭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 신선미 소장은 “자신을 존중하게 되면 몸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우리는 가부장 문화를 살아왔다. 그때는 획일화된 집단문화가 지배해 불평등이 팽배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너도 좋아해야 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을 너도 싫어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렇게 집단에 의해 자아가 침해를 받은 상처의 반작용으로 지금은 자기애가 과도해졌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남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 챙기게 됐다.”

 

신 소장은 타인의 입장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나만 옳다고 하고 내 권익만 내세우면 소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에 가장 목말라하는 욕구가 친밀감이다. 내면 깊숙이 친교의 욕구가 있는데, 그런 만남이 없으면 삶이 공허해진다. 현대인들의 많은 병이 소통과 친밀감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이다. 요즘 자주 발생하는 엽기 살해도 고립에서 오는 우울과 분노, 불안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가치감은 한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체험에서 나와

 

신 소장은 또 요즘 한국인들이 이기적 자기애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자기 가치감 부재때문으로 본다. 개인주의 시대에 왜 자기 존재감이 없는 것일까.

 

가부장 시대 가장의 권위가 이제 성공으로 바뀌었다. 아버지라고 해서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니고, 이제 부자 되고 높은 지위에 오르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자식에게마저 오직 경쟁에서 승리와 성공과 성취만 강조한다. 그래서 하나같이 외형적 성공, , 직위, 스펙을 추구하다보니 도덕성이 바닥을 치고, 정신적으로 불건강한 사람들의 투성이가 됐다. 그러나 자기 가치감은 사회적으로 성공한다고 해서, 성형수술을 해서 외모가 바뀐다고 해서, 부자가 된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자기 가치감은 그렇게 뭔가를 이뤄야 얻는 것이 아닌, 한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체험에서 온다. 그런 체험이 없으면 허기를 메우기 어렵다.” 특히 그는 내가 괜찮은 인간이라는 가치감이 바닥을 치면 삶이 버겁고 부당한 것들과 맞서 싸우고 버틸 용기를 잃어 갈수록 자기 존엄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 신선미 소장이 진행하는 인간관계 그룹훈련을 하고 있다.  

 

평신도 사도직 걷게 된 것도 자기 가치감 없는 자신을 봤기 때문

 

신 소장은 11년간의 초등학교 교사직을 뒤로하고 국제가톨릭형제회에 입회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평신도 사도직을 걷게 된 것도 자기 가치감을 갖지 못한 자신을 본 때문이다.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실패를 거듭해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오빠, 언니들이 친척집에 보내진 가운데 젖배를 곯아 너무도 병약해 늘 저 애물단지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내적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던 그가 자신을 좀 더 제대로 직면하게 된 것은 이 형제회에 입회해서 1991년 인간관계 훈련을 받을 때였다.

 

그전엔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감정을 억압하고 살아오면서 정서가 발달이 안 된 자신을 발견했다. 정서가 발달이 안 되니 마음을 나누기 어렵고 깊은 관계를 만들기 어려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더 깊은 자기 치유와 심리 공부를 하려고 2000년부터 2년간 영국 켄트 성앤셀름학원에서 통합영성심리상담 코스 2년 과정을 마쳤다. 그가 개인치유의 변곡점을 맞은 것도 그때였다. 괜히 태어나 부모를 힘들게 하는 죄인이라는 무의식으로 자존감이 없던 그는 테라피스트(치유자)부모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자기도 모르게 내가 그렇게 태어난 게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라는 말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 뒤 무엇보다 활기가 생겼다고 한다.

 

국제가톨릭형제회 수련자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졸았던 사람이 나였다. 늘 피곤을 느꼈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느라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쏟으니 늘 피곤했다. 에너지 누수가 많으면 현실 지각력도 떨어지고, 자주 잊어버리고, 실수도 잦아지게 마련이다. 몸도 아프게 된다. 잠으로 현실도피하려는 경향도 많다. 그러나 자신을 억압하지 않고 존중하게 되면 몸에 활력이 생긴다.”

 

신 소장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가톨릭 수도자들도 적지 않게 참석한다. 그는 너무 수도자스러워엄격주의에 빠져 자신을 억압하지 않도록 한다. ‘복음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옷 하나를 살 때도, ‘이런 욕구 하나 절제를 못 하다니라며 자신을 책망하거나 공동체의 눈치를 보던 예전의 그가 아니다. 그는 이제 멋지게 차려입고 귀걸이를 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신 소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사랑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자기희생만 강조하면 피해의식이 생기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누리면 기쁘고 자유로워지고 더 여유가 생겨 타인들을 더 넉넉하게 품을 수 있다. 영적 생활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기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상처받은 사람과 영혼이 찾는 치유의 공간 - 전진상교육관

 

 

가톨릭에서 사제와 수도자에 비해 평신도의 힘은 약하다. 여성은 더욱 약하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전제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었을지 모른다. 전진상교육관이 없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서울 명동거리에 있는 전진상교육관은 가톨릭 평신도 여성들이 지난 60여년을 하루 같이 지켜온 곳이다. 전진상교육관은 화려하고 소란스런 바깥 거리와는 사뭇 다르다. 고요함 속에서 가끔씩 새어나오는 웃음. 불빛이 아니라 얼굴에서 풍기는 따사로운 빛. 이것이었을까. 남편과 아버지를 독재정권의 사형장에 보낸 여인들의 손을 잡아주고, 상처 입은 영혼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주었던 숨은 힘이 바로 그것이다.

 

전진상교육관의 전신인 가톨릭 여학생관은 서울 대교구 노기남 대주교의 요청에 따라, 1957년 당시 가톨릭교회 안에 지성인 여성 교육과, 평신도 지도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설립됐다. 다양한 지방과 대학의 여대생들이 기거하면서 그 시대의 지성인 여성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소양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장이 됨과 동시에 최초의 다양한 가톨릭 운동과 평신도들 교육을 위한 센터가 되었다. 가톨릭 학생회, 가톨릭 여성연합회, 가톨릭 노동청년회 등 이 곳에서 시작한 많은 단체들이 자립해서 떠난 후에, 센터 안에서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시급성에 따라 성인들을 위한 사회교육, 민주시민의식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월요강좌, 노자 강의 등의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진행하여 의식 있는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교육활동을 근간으로 전··상교육관이 탄생하게 되었고 1970년대 80년대의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의 산실로서 당시의 시민사회 교육에 큰 기여를 했다

 

전진상교육관 이름의 ··은 전(·온전한 자아봉헌(·진실한 인간사랑(·항상 기쁨)을 나타낸다. 전진상교육관은 원래 평신도들이 조화로운 인간으로서 성장과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가톨릭형제회(아피)의 분회 성격으로 1957년 생겨난 가톨릭여학생관을 그 모태로 하고 있다. 처음엔 지방 출신 여대생들의 기숙사로 출발한 이곳은 60년대 가부장적 남성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여성들을 일깨워 가톨릭여성연합회의 산실이 되었고, 가톨릭노동청년회와 가톨릭청년회, 가톨릭 지성인단체 등 훗날 민주화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50여개 단체와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1970105월 이곳에서 개강된 월요강좌는 언론이 통제되는 암흑기에 민주시민 의식을 깨우는 부화장이 됐다. 무려 20년 동안 계속된 월요강좌엔 김지하, 법정스님, 신영복, 노무현 등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 강사로 섰다. 민주화의 대부 함석헌이 건강 때문에 강단에서 내려온 1985년까지 10년간 노자강의로 사자후를 토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 평신도사도직으로 전진상교육관을 이끄는 5인방. 왼쪽부터 박공자, 신선미, 유혜심, 김광숙, 손영순씨.    

 

80년대 들어서는 여성가톨릭조차 내려놓고 보다 폭넓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톨릭여학생관에서 전진상교육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내적 성장과 인간관계에 모아지자 전진상교육관은 각종 심리치료와 영성 프로그램을 개설해 시대적 요구에 응답했다. 전진상교육관은 영성심리상담소와 영성사목센터, 아피 국제교차로 등을 통해 현대인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앞으로 시대는 문화와 영성의 시대 아닙니까?”

 

신선미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 소장의 말에서 여성운동과 민주화, 심리치유를 거쳐 또 다른 세계를 향해 가는 평신도 여성들의 발걸음이 느껴진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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