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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비전과 정치력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국민은 비전과 정치력 갖춘 유능한 리더 찾아내는 책무 다해야
기사입력: 2019/10/03 [20:25]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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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비전과 정치력 갖춘 유능한 리더 찾아내는 책무 다해야 

 

참새가 비록 작아도 오장육부를 다 갖추고 있다.’(麻雀虽小 五脏俱全: 하찮은 일이라도 연구·분석하면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전 싱가포르 총리가 자주 인용했던 중국 속담이다. 나라가 크든 작든 국가경영의 기본 원리는 똑같다는 얘기다. 싱가포르의 성공 스토리를 조그마한 도시국가의 깜찍한 변신 정도로 폄훼(貶毁)하는 시각에 대한 그 나름의 반론인 셈이다.

 

자치정부 초대 총리로 리콴유가 집권한 1959년 당시 싱가포르는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부존자원이라곤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인종 갈등과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하던 때였다. 폭동과 파업이 끊이지 않고 폭력이 줄을 이었다. 대국(大國)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약점은 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그는 싱가포르를 30여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의 빈곤국에서 6만 달러(2017년)의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갈라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는 나라

파국 벼랑 치닫는 경제를 보고도 경제 올바른 방향 간다고 하니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어떤가. 국민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제상황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2년 전, 전방(전남방직) 회장은 한 매체와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IMF, 6·25도 이겨냈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견뎌내기 어렵다. 다른 섬유업체들이 해외로 떠날 때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주장한 나는 공장을 해외로 옮기느니 차라리 공장 문을 닫겠다고 했다.” 전방은 84년 역사를 지닌 토종기업이다. 지금은 어떨까.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전방의 형님뻘인 경방(경성방직). 100년 역사를 지닌 경방도 지난 8월말 광주광역시와 용인 공장의 불을 껐다. 베트남으로 간다고 한다.

 

두 기업만 그럴까. 언제 꺼질지 모를 살얼음판 위에 선 기업들. 사정은 매한가지다. 해외로 떠날 생각을 한다. ? 살아남아야 하니까.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똑같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회장을 맡은 지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30년은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됐다.”고 일갈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전례 없는 위기에 제대로,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생각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안전지대로 대피해야 한다. 대기업도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을 위해 미국에 20억달러를 투자하는 현대차. 최근 3년간 투자한 50억달러도 모자라 앞으로 3년간 또 1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입하겠다는 SK. 미국에 30억달러를 투자해 에틸렌 공장을 세운 롯데와 태양광 모듈 공장을 건설한 한화. 삼성과 LG도 미국행에 나섰다.

이제 국내 투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 위험한 나라로 변한 탓이다. 반기업·친노조 정책도 모자라 엉터리 외교정책에 지정학적 위기까지 밀려드는 판에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나? 경제가 시퍼렇게 멍든다. 치솟는 실업률, 증발하는 일자리. 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투자는 얼어붙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1970년대 초 이후 초유의 감소 사태가 벌어진다. 저성장, 자영업자 폐업 사태. 이젠 돈 버는 기업도 드물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반토막 났다. 1분기 기준으로 20189.5배에서 4.7배로. 부도 문턱을 오가는 한계기업만 불어난다. 기업의 금고가 텅 비면 가계의 호주머니도 얇아진다. 복지를 외치며 그런 가계와 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정부. 결과는 가계에도, 기업에도 빚만 쌓인다.

 

붕괴를 알리는 적신호는 역질처럼 번지고 있다. 국대떡볶이 대표는 내 생활이 상권분석인데, 1층 공실이 이토록 많은 적은 없었다.비용 때문에 어렵다고 하면 악덕 사업주로 몰린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내면 200명이 지원해 눈물나는 경쟁을 벌인다고 토로했다. 새삼스러운 말도 아니다.

 

이런 경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이라고 했던가.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나는 소가 웃을 일이다. “남북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블랙코미디도 없다. “우리는 나라다운 나라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왜 그런 나라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매사 엉뚱한 일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에는 또 조국 수호에 매달린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산처럼 쌓인 것을 보고도 대통령은 되레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을 공박한다. 급기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다그쳤다. 조국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취임식 때 한 그 말은 용도폐기한 것인가.

 

이를 보다 못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여권과 친문 지식인들을 향해 쏴붙였다.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 이 위선자 놈들아 구역질난다. 주둥이만 열면 **개혁.”

 

9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검찰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통령 지지층이 주축인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지켜내자"는 구호도 외쳤다. 대통령과 조 장관의 운명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최 측은 참석 인원을 처음 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후 50만명, 150만명이라고 늘려 잡았다. 한참 부풀려진 수치이긴 하지만 대통령 응원단이 이 정도 규모로 뭉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을 검찰의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쥔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검찰 수사를 중단하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 장관 본인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하자 대통령은 "검찰권 행사를 절제하라"고 공개 경고했다. 대통령의 충견(忠犬)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 검찰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대통령이 두 달 전 임명한 검찰총장이 "우리 식구도 차별 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대통령 마음에 안 든다고 이제 와서 민란으로 뒤엎겠다는 것이다.

 

집권 세력이 거리로 동원한 지지층 머릿수로 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가려지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러하니 야당도 103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겠다고 했다. 여야 정당이 여의도 광장으로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던 30년 전 선거판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다. 이것 역시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자초한 일이다.

 

장관 한 명 임명 문제를 놓고 나라가 두 달째 난장판이다. 파렴치한 행각과 거짓말로 국민을 화나게 한 조 장관의 임명을 대통령이 거둬들였으면 진작 끝났을 일이다. 조국이 아니면 검찰개혁이 안 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검찰개혁 법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가 있다. 조 장관이 임명되나 안 되나 아무 상관이 없다. 반칙과 특혜의 상징인 조국이 정의 실현을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대통령이 개혁을 말해도 국민은 오히려 콧방귀를 뀔 것이다.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아집이 5000만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 거리 패싸움을 하게 만들고 있다.

  

나라는 이미 조국 블랙홀에 빠졌다. 위기로 내닫는 경제는 버려진 자식으로 변했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나라인가, 경제가 파탄나는 나라인가.

 

용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비전과 전략 가지고 국민 설득하는 지도자는 없어  

 

리콴유는 자서전에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여유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다른 나라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었다. 싱가포르가 직면한 문제들 가운데 다른 나라가 경험하지 못했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없다는 것을 그는 일찍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적든 크든 다른 나라의 경험과 사례를 최대한 활용했다. 이에 대해 리콴유는 나는 우리 앞에 있는 다른 사람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을 좋아했다타산지석(他山之石)의 기회를 제공한 외국의 유능한 지도자들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고백한다.     

 

리 전 총리는 미니스터 멘터(Minister Mentor)’라는 독특한 직함을 갖고 물러났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변함없었다. 작고하기 전 말년에 그가 1020년 후 싱가포르의 비전을 제시한 것도 그의 역할을 대변한다. 그가 밝힌 싱가포르의 청사진은 1세계의 상층부(Upper half of the First World)' 진입이었다. 싱가포르는 비록 선진국이지만 아직은 제1세계의 하층부(Lower half)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따라서 늦어도 20년 내에 싱가포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퍼스트 클래스로의 업그레이드인 셈이다. 이를 위해 녹지와 수로가 어우러진 열대 환경을 바탕으로 뉴욕런던파리가 한곳에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주거공간을 조성함으로써 하루 24시간 활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국가를 만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급 인재와 투자를 끌어들여 지속적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가. 대선 때마다 용꿈을 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러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지도자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에겐 왜 리콴유 같은 지도자가 없느냐는 한탄이 나온다. 물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 잘 살 수 있었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한다. 그에게 탄압받았던 민주인사들이 여러 번 정권을 잡기도 해서 국민의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직도 그에게 애정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식지 않는 인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그가 독재자였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독재정권 붕괴이후 집권한 민주인사들이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등 경제를 망쳐놓은 탓도 있겠지만 그의 경제업적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보여주었던 출중한 리더십 때문이 아닐까.

 

오죽하면 그 시절의 정치를 빗대어 개발독재라는 용어까지 나왔겠는가. 재벌 육성을 통한 성장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리콴유가 보여준 것은 창조의 리더십   

 

리콴유가 보여준 것은 창조의 리더십이었다. ‘건국의 아버지로서 그는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이다. 이미 있는 그림을 뜯어고치고 새로 그려야 한다.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 한다.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마하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력만큼은 부러울 정도다. 리 전 총리는 소속을 떠나 능력과 청렴성을 기준으로 최고의 인재들을 등용했다. 이들을 통해 관료집단을 장악해 공무원들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일류 집단으로 변모시켰다. 또 투명한 정책 결정과 집행을 통해 부정부패의 소지를 차단했고 원칙이 정해지면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민주지도자들은 그와 달랐다. 혁신의 구호만 요란했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관료집단의 강고한 벽을 깨는 데 실패했다. 지금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전시효과를 노린 화려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아니라 국민을 실질적으로 잘살게 해줄 민생정책과 그것을 강력하게 이끌 지도자이다. 우리 경제는 벼랑 끝에 서있다.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겨우 수출로 경제의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경쟁국들이 속속 우리를 추월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환경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 국민은 비전과 정치력을 갖춘 유능한 리더를 찾아내는 데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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