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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갈라진 영국…통합 나선 성공회
英성공회 “브렉시트에 관한 입장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자”
기사입력: 2019/10/16 [08:2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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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브렉시트에 관한 입장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자” 

 

2016623일 영국은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예외적으로 높은 참여율(72.2%)을 보인 가운데 투표자 51.9%가 동의하고 48.1%가 반대했다. 전세계가 투표 결과에 놀랐지만, 당사자인 영국에도 뜻밖의 결과였다. 유럽의 불법 이주민이 영국까지 몰려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EU에 통제당하기 싫다는 영국의 자존심이 궁극적으로 탈퇴 결정까지 이르게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브렉시트(British 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 뒤 영국은 정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EU는 경제정치공동체다. 어떤 조건으로 EU에서 나갈지를 두고 영국 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와 북아일랜드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 영국과 EU 사이의 논의와 조율도 순조롭지 않다. 브렉시트 시한은 지난 329일에서 1031일로 미뤄졌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0월2일 영국 맨체스터 센트럴 컨벤션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당대회 마지막날 연설을 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EU에 보낸 최종 합의안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10월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독립연구기관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UK in a Changing Europe)2018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브렉시트 투표에서 영국 유권자의 종교 성향과 EU 탈퇴에 관한 태도 사이에는 중요한 연관이 있었다. 투표에서 영국성공회 신도의 60%EU 탈퇴에 찬성했는데,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가톨릭의 신도는 찬반 양상이 비슷한 비율로 양분(48~55% 찬성)됐다. 종교성향이 없는 투표자 43%가 찬성한 것에 비교해서도 영국성공회 신도들의 탈퇴 찬성 비율은 높다.

 

투표자의 교육·경제적 상황과 나이에 비해 종교가 미친 영향은 약한 편이다. 하지만 영국성공회 신도는 전통적으로 EU에 회의적이며 영국 전체 크리스천 가운데 영국성공회 신도가 가장 많다. 따라서 EU 탈퇴 결정에 영국성공회 신도들이 끼친 영향은 유의미하다는 게 이 연구의 요지다. ‘월드 아틀라스의 영국 종교인구 분포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49%는 특정 종교성향이 없고 17%는 영국성공회 신도, 17%는 비()영국성공회 개신교 신도였다. 8%는 가톨릭, 5%는 이슬람, 4%는 다른 종교인이었다.

 

영국의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9일자에 브렉시트 이후 야기될 심각한 사회 갈등 때문에 종교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리며 EU 탈퇴를 찬성하는 이유도 종교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보도했다.

 

영국성공회 신도의 다수 의견과 달리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주교는 EU에 남는 게 낫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특히 최근 가능성이 높아진 노딜 브렉시트는 더 큰 사회적 혼란과 빈곤을 일으킬 것이라 주장했다. 웰비 주교는 분열된 영국의 화합을 위해 지역 교회 단위의 대화를 촉구했다.

 

반면 진보 성향인 자일즈 프레이저 성공회 사제는 브렉시트로 야기될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EU와 선을 그어 권력과 보통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애는 것에 찬성한다. 국가의 번영은 동맹이나 연합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달려있으니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근본주의 개신교 신자들은 영국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 신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렉시트 시한은 다가오고 찬반 양쪽의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영국성공회 주교들은 지난 927일 성명을 통해 자신과 다른 입장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말할 때 타자를 존중해야 하며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국가적 차원의 우리 대화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래야 한다. 우리는 동료 시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깎아내리거나 깔보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의견, 사회참여, 표를 존중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너그럽고 겸손한 종이 되라고 가르치셨다.분열과 막말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는 쉽다. 거기에서 기어올라 일치를 되찾는 것은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 분열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더 나은 행동을 찾아야 할 시기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영국성공회는 브렉시트로 인해 분열된 교회를 하나로 묶는 노력을 하고 있다.

 

브렉시트에 있어 관세 등 복잡한 경제문제는 물론, 지금은 왕래가 자유로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도 영국에 큰 짐이다. 1998년 벨파스트 합의 이전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쟁은 지울 수 없는 악몽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요청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브렉시트 시한 재연장 여부는 1017~18일 열리는 EU 정기 정상회의에서 결정된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노딜 브렉시트 대안 찾겠다"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로부터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성공회의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시민들과 함께 노딜 브렉시트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타임스’ 827일 보도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브렉시트 후 영국민의 단합을 목표로' 노딜 브렉시트의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들의 집회를 주재한다는 계획에 따라 의회의 여야 중진의원들과 협의를 갖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참신한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공회 고위 성직자들도 이러한 모임이 국가 비상국면에서 화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앨런 윌슨 버킹엄 주교는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가 웰비 대주교를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 "덩컨 스미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성숙한 민주주의에서는 시민들의 이러한 행동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시민들은 이를 통해 사안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 희망과 열망을 보여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윌슨 주교는 나아가 이러한 모임을 통해 "단순히 조용히 있으라고 다그치는 것보다 굳건한 브렉시트 기반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필립 노스 번리 주교도 "국가 비상 국면에서 화합을 이루기 위한 대주교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국민투표 결과를 훼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나, EU를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것은 특히 북부의 서민 계층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013년 3월 21일 취임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시민모임은 지난 2016년 낙태 찬반 논의를 위한 아일랜드 사례를 기반으로 각계 대표 100명으로 구성, 코번트리 성당에서 수차례 회합을 가진 후 마련된 제안을 9월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덩컨 스미스는 웰비 대주교의 행동을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면서 웰비 대주교가 기본적으로 극히 정치적인 이슈로 부상한 브렉시트에 간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들의 모임이 보리스 존슨 현 정부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웰비 대주교가 사안의 정치적 성격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지지의원 모임의 마크 프랑수아 부의장도 "국민투표 이후 3년이 지났으며 이제 국민은 브렉시트 번복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에 염증을 내고 있다"면서 "캔터베리 대주교가 다시 이를 거론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비아리츠의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존슨 총리는 웰비 대주교로부터 '멋진' 편지를 받았다면서 웰비 대주교는 브렉시트 후 영국의 단합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무소속의 프랭크 필드 의원은 '합의된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따라서 이번 시민모임의 취지에 만족한다고 적극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웰비 대주교는 모임을 주재하기에 앞서 시민모임이 의회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조국 사태를 기화로 오히려 분열을 심하게 조장하고 있어 안타깝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역할과 위상

 

캔터베리 대주교(Archbishop of Canterbury)는 영국 성공회의 최고위 성직자이자, 세계 성공회 공동체(Anglican Communion)의 상징이다. 현재 저스틴 웰비(Justin Welby)가 제105대 캔터베리 대주교로 사목하고 있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영국 캔터베리 교구의 교구장 주교이다. 이 교구는 영국 교회 사상 가장 오래된 교구이다. 둘째, 영국 캔터베리 관구(Province,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지역 성공회 교회) 전체를 관장하는 대주교로서, 이 관구는 영국 남부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셋째,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관구장이다. 넷째,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상징적 수장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나라 성공회교회의 관구장 주교 및 교구장 주교들과 "동등한 관계 안에서 수장"으로서, 로마 교황과 같은 강제적인 치리 권한은 없다. 이와는 별도로 영국 상원의원의 반열에 캔터베리 대주교가 포함되어 있다. 1867년 이래 캔터베리 대주교는 전세계 성공회의 주교회의인 램버스 회의를 10년마다 소집하여 주례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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