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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범종교시각
아픔은 속으로 새겨 놓지 말고 마음에서 떠나게 하자
신용불량 페기물 처리업자의 불운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19/10/28 [07:4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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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처리물  처리할 게 많은 이사라 폐기물 처리 전문업자를 불렀는데 그의  수더분한 인상에 아예 이삿짐까지 맡겼다. 폐기물보다 적은 양의 이삿짐으로 동시에 사다리 차를 이용하는 등 피차 득이 되는 일이었다.

 

그는 일거양득의 일에 신이 났다. 자신의 폐기물 처리 차량 이외에 이사 화물차를 관련 앱을 통해 수배했고 이사 전문 잡부 두명도 일시 끌어들였다. 그리고 정말 성의있고 친절하게 일했다. 그는 이사 화물차 기사와 잡부 인건비 지급도 자신을 통해서 하지 않고 아내에게 직접 해주라고 했다. 아내는 현장에서 이들 계좌로 바로 이체해 주었다.

 

이삿짐을 모두 용인 오산리 창고에 옮기고 마곡 거처로 왔다. 아내는 오산리 외진 곳에서 인부들 점심 먹을 곳을 찾아 신경쓰던 그가 마음에 걸렸나보다. 짜장면 점심 조차 대접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그에게 감사전화를 걸며 점심 대신의 팁을 이체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자신의 계죄가 차단됐다며 그러실 필요가 없다고 했단다. 신용불량자로서 이미 계좌가 차압당했음을 몰랐던 것이다.  

 

아내는 너무도 마음이 아파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저 전화를 끊으며 현금을 찾아 전달할 것을 잘못했다고 자책했다. 나도 그의 순진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그로 인해 마곡동 첫날 밤의 감회는 물론 용인 생활을 마무리 할 기분이 생기지 않았다. 아내나 나나 이른 새벽부터 쌓인 이사로 인한 피로보다는 그가 온종일 고생하고도 한푼 건지지 못한 상심과 생활의 궁핍함을 안쓰러워하며 뒤척였다.

 

그에게 다시 현금을 전해주겠다는 마음이 없는 바엔 아예 관련한 생각조차 말아야하는데 아내와 나는 내색은 안했지만 찜찜하고 쓰라린 마음을 상호 감지하고  있었다.

 

아내는 마음을 추스리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고 나는 관련 메모 끄적이며 뭔가 해답과 위로를 얻고자 했다. 내 머리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마음 추스림을 손끝 글쓰기를 통해 머리에 전해지도록 하는 작업이외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내 마음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이 다소 위로가 되며 그런 작업 가운데 엄청난 터득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생각해낸 현실적 결론- 폐기물 중 5년 정도 된 대형냉징고 2개와 세탁기, 장식장과 탁자, 그리고 쓸만힌 각종 잡동사니, 화분  등을 잘 처분하면 어느정도 수입이 될거란  위안이었다. 내가 독주를 금해 그동안 숙성시켜온 오래된 과실주들도 한박스 건넸으니 유용하게 이용할거라 생각해냈다.

▲ 겸재 정선이 그린 궁산 소악루에서 담은 진경산수와 그 자리에서 카메라에 담은 한강 변 정경.    

 

스스로 위로하고, 가는 세월에 묻거나 희석시키는 아픔  

 

이사 첫날밤을 설친 이튿날 아침에 아내와 궁산 산책길을 나섰다. 그리고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를 그린 소악루에 들러 진경산수화와 현재의 한강 풍치를 비교하는 아내에게 내가 생각해낸 결론을 마음 속으로 전달했다. 아내가 여유있게 한강의 정취를 즐기고 있는데 굳이 전날의 아린 마음을 들춰내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닌게아니라 나 역시 전날 쓰라림의 농도는 많이 희석되어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혹은 가는 세월에 아픔을 묻거나 희석시킬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다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마음이 아리는 것이 지속된다면 너무 힘겨울 거다. 더욱이 내가 나서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땐 자책과 무력감에 시달린다. 순진하고 착하기만한 폐기물처리업자가 어렵게 사는 사회에 분노하고 그를 개선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없음에 무기력해진다. 폐기물처리업자의 불운에서도 그랬다. 측은지심이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나자 상처가 아물 듯 아픔이 서서히 사라지니 한편으론 미안한 심정이면서도 계속 지속될 것 같았던 전날의 참담한 마음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 안도를 하니 그 역시 스스로 상심을 극복하고 생활의 궁핍함을 벗어나리란 긍정적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간절한 기도도 올리고 싶었다.

 

내 자신이나 타인의 아픔을 자꾸 속으로 새겨 놓지 말고 무조건 마음에서 떠나게 해야한다. 그래야 잘 사는 거다. 잘 살게 된다. 손끝 글쓰기를 통해 이런 마음 추스림을 하게 되니 좋다. 순진하고 착한 폐기물 처리업자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후기>

번거로운 이사를 완벽하게 해결해준 성실한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온라인으로  비용을 지불했는데 계좌가 차단됐다고 했다. 이사온 집에 와서 다시 감사전화를 할 때야 알았다. 신용불량이기 때문인지 차마 그 이유를 묻지 못했지만 순진하고 착하기만한 그의 상심과 고달픈 생활에 마음이 아려와 이사온 첫날밤을 뒤척였다

 

그러면서 마치 영원히 남을 상처인듯 주저리주저리 그 사연과 쓰라린 마음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튿날 내 생활로 돌아오자 그 아린 마음은 자연스럽게 아물었고 시시콜콜한 마음챙김의 글들은 너무 시시해졌다. 그 절절했던 아픔의 순간들은 어디로 간걸까? 하찮은 글이지만 절실한 느낌을 기록한 순간들이 그 해답을 주는 거 같아 팽개쳐버리지 않고 남기기로 했다. 신경써도 해결하지 못할 시시콜콜한 일들에 연연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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