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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으로 오랫동안 일하는 시대 열자
60세 정년 의무화 2년 정년연장 다시 화두…고령자 생산성·임금피크제 등 과제 넘어야
기사입력: 2019/10/28 [07:4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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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정년 의무화 2년 정년연장 다시 화두고령자 생산성·임금피크제 등 과제 넘어야

 

국민소득이 상승하면 정년연장 문제는 필연적으로 딸려서 온다. 의료 서비스를 비롯한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수명이 늘어나고, 교육비 급증 등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아이를 많이 낳지도 않으니 청·장년의 경제활동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60세 정년이 민간기업에까지 의무화된 지 불과 2년 만에 정년연장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오랫동안 일하는 시대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정년연장 시행 시기와 적용 규모부터 임금피크제나 일자리의 질() 보완 등 풀어야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랫동안 일하는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시점은 그 과제들을 해결하는 속도에 달렸다

 

생산인구 될까 청년취업 될까뜨거운 감자 정년 65세 연장’ 

 

정년 65세 시대는 독()일까, ()일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급격한 고령화 문제의 해법으로 정년 연장카드를 공식화한 바 있다. 저출산 고령시대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청년 일자리 문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년 연장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법정 정년을 없앴고 일본에서는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시작됐다.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다. 정년 연장이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 정년 연장 방안 등이 포함된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1차 논의 결과를 발표키로 했는데 정부와 여당이 이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재부가 호봉제 개편을 비롯해 정년 연장과 관련해 전반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를 공론화하자 여당은 민감한 현안인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년연장 문제가 세대 간 일자리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TF는 정년연장과 관련해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연장을 강제하거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기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정년 60를 법제화(2013)하기 전인 1991년에도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할 때에는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바 있다.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공식화한 이유는 고령인구 급증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부담 때문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부터 급격히 줄어든다.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만1564세 인구가 대폭 사라진다는 뜻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20232000명 줄어들기 시작해 2030년대 연평균 52만명 감소한다. 반면 65세 이상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연평균 48만명씩 급증한다. 이는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노인 인구가 늘면 의무(醫務)지출과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의무지출은 201898000억원대에서 2022년에는 169000억원대로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법정정년을 5년 늘리면 당장 2019년 노년부양비가 20.4명에서 13.1명으로 떨어진다. 노년부양비는 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 숫자다. 노인부양에 들어가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의미다.

 

정년연장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당장 청년실업이 가장 큰 문제다. 고령자들이 일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청년들의 취업문은 좁아지는 구조여서 세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임금구조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철밥통만 양산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지난(至難)할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은 꼭 다뤄져야 할 내용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주요 선진국들은 인구감소에 따라 근로자들의 정년을 올리거나 아예 폐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78년에 70세로 정년을 늘렸고, 이어 1986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차별하지 말자는 취지로 정년제를 아예 없앴다. 영국도 법정 정년이 65세였다가 2011년 경찰 등 특정 직업군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정년제를 없앴다. 독일은 현재 65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1994년 법정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일본도 현재 아베 정부에서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고용 노력 의무를 70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일자리와의 상충과 고령자의 생산성저하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와 관련해 1990년대 중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기퇴직의 활성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2005년 신()일자리전략을 통해 양 세대 고용을 각각 늘리는 정책방향을 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세대 간 비교우위에 따른 고용 분리로 일자리전쟁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년연장 시행 후 오히려 청년고용률 상승한 일본한국이라면 어떨까  

 

일본의 현행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 따르면 기업은 사원의 정년을 최소한 65세로 하든지, 아니면 정년을 앞둔 직원이 원하는 경우 계약사원 등의 형식으로 적어도 65세까지는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이 법이 현안처럼 수정된 것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던 2012년의 일이지만 수정된 법이 시행된 것은 20134월부터다. 일본에선 새 회계연도가 4월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 정권이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넘어갔다. 2012년 수정안이 발표됐을 때 기업의 반발은 상당했다. 그러나 자민당 정부는 민주당 정권에서 제정된 법에 칼을 들이대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한술 더 떠 7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65세 정년연장에 기업의 반발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2013년부터 경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60세 이후 고용 형태와 관련해서 기업에 상당한 재량권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8년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정년을 아예 폐지한 기업은 2.6% 밖에 되지 않고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기업도 전체의 16.1%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은 계약직원 등의 형식을 빌려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한다.

 

한편 2013년 이후 60~64세 인구의 고용률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남성의 경우에는 2012년의 71%에서 2018년에는 81%로 증가했고, 여성도 같은 기간 45%에서 57%로 상승했다. 남녀 모두 10% 포인트 이상 고용률이 증가한 것이다. 청년고용에는 악영향이 있었을까. 정년연장이 입법되면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지 않았고, 지금은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20대 청년고용률 역시 남녀 모두 상승했으며, 놀랍게도 비정규직 인구는 감소한 반면 정규직 인구는 증가했다. 2013년 이후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다수의 대기업이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20대 청년의 25% 가량이 자신을 실업자로 여기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기는커녕 예년보다 못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 구직자들은 정년연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한 기업이 신규채용을 줄이지나 않을지 마음 졸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경기상승기에 정년이 연장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폭넓은 재량권을 줌으로써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노력을 함께 했다. 한국의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일본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정년연장, 노인연령 기준과 노인복지어떻게 할 것인가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1920.4명을 기록한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할 65세 이상 인구 수)203038.2명이 되고, 2050년엔 77.6, 2065100.4명까지 늘어난다. 노인복지 부담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속 가능하겠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부분이다. 노년부양비가 20명인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2.4%. 그런데 10여년 후인 2030년대 초반이면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40명으로 지금의 2배가 된다. 그리고 2050년엔 노년부양비가 78명이나 된다. 아무리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대가 오더라도 이런 인구구조에선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긴 어렵다.

 

그런데 한 가지 방법은 우리 사회가 인구구조에 서서히 적응하는 것이다. 정년 60세인 지금, 15세부터 64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로, 65세 이상을 노인인구로 설정해 노년부양비를 계산한다. 최악으로 달라진 인구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이럴 경우 15세부터 69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로, 70세 이상을 노인인구로 설정해서 노년부양비를 계산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2028년 노년부양비가 20.5명으로 나온다. 이 수치는 기존 방식에서 도출된 2019년 노년부양비 20.4명과 같은 수준이다. 노인인구 부양 부담을 9년쯤 늦춰주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인구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되는 셈인데, 이 방법 외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다른 정책 수단은 없을 것 같다

 

결국 제도적 차원에서 정년이 5년 연장되면 현행 만 65세인 노인연령 기준도 5년만큼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정부의 노인복지를 위한 재정지출도 일정하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전체 노인 중에서 65~69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1%인데, 결국 각종 노인복지 지출의 일정 부분을 줄일 수 있다대다수 노인은 노인연령 기준 65세는 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결국 정년 연장과 함께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65세가 노인연령 기준이라는 오래된 인식과 습관은 변하기가 쉽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이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림으로써 65~69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라는 식의 획일적인 결정은 옳지 않다. 따라서 65~69세를 '초기 노인', 70~80세를 '중기 노인', 그리고 80세 이후를 '후기 노인'으로 분류하고, 각 연령 구간별 노인 인구에 대해 경제·복지 대책을 달리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노인 일자리,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필요가 연령 구간별로 비슷하게 구획되고, 각각에 부합하는 정책 패키지를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충분한 공론화와 국민의 뜻을 모으는 절차가 중요하다. 그래서 경사노위 같은 기존의 노사정 대화기구를 통한 공식 논의뿐만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 작업이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이 이런 성과를 모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되, 2033년까지 65세 정년제를 완성하는 계획을 확정하고 최대한 조기에 입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논의 과정에서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다. 일본에서는 노동자가 희망하면 누구라도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강제했는데, 그 방법으로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계약직으로 65세까지 재고용하는 방안을 동시에 허용했다. 그랬더니 계약직 재고용이 약 80%를 차지했다.

 

한편,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보다 고령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들의 직무를 다양화해서 기업 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조기 퇴직해 변변치 않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노동시장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 취업자들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이 2013년 기준 49, 완전 은퇴하는 평균연령은 71.6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실효성 없는 정년 연장보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의 관행 개선, 직장문화 등 노동시장의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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