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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 세계기독교박물관 세운 김종식 목사
성경속 등장하는 물건·식물 등 1만3천여점 소장…중학생 때 서원한 박물관 꿈 이뤄
기사입력: 2020/06/09 [19:5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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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등장하는 물건·식물 등 13천여점 소장중학생 때 서원한 박물관 꿈 이뤄  

 

박물관을 세우는 데 15년 걸렸습니다.”

 

세계기독교박물관장 김종식(68) 목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박물관 건립을 위해 부지를 매입했던 때가 2005년이었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경 속 물건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뤘다. 김종식 목사는 코로나19로 개관행사를 따로 하진 않았지만, 예배를 드렸다. 감개무량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물관은 충북 제천 백운면에 세워졌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조용한 곳이다. 이곳을 찾기까지 김 목사는 강화도, 이천, 인제, 문경 등 200여 곳을 둘러봤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쉬고 갈 수 있게 방해받지 않는 골짜기 땅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딱 맞게 이뤄주셨다고 말했다. 이곳엔 김 목사가 평생 모은 성경 속 물건 중 일부인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를 기다리는 물건만 13천점이 넘는다.

▲ 5월22일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 '세계기독교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1만3천여점의 기독교 관련 물품과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김 목사가 성경 속 물건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여름만 되면 아팠다. 병원에 가도 원인을 몰랐다. 끙끙 앓다가도 한 달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이 사라졌다. 이런 증상이 4년간 계속됐다. “이건 단순한 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제 병을 고쳐주시면 성경에 나오는 물건을 모으는 주의 종이 되겠습니다라고 서원기도를 올렸다.

 

왜 하필 성경에 나오는 물건을 모으는 주의 종이 되겠다고 했을까. 김 목사는 아플 당시 성경을 6번 정독했다고 한다. 가장 궁금했던 게 물매였다. 김 목사는 저는 그때 물매가 물로 만든 매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아마 이런 궁금증이 모여 서원할 때 성경 속 물건을 모으겠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그 뒤론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 김종식 목사  

 

김 목사는 197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입사하면서 성경 속 물건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서원기도가 이집트로 발령받으면서 떠올랐다. 김 목사는 출장차 이스라엘에 가는데 가이드로 함께하셨던 분이 차를 중간에 세우더니 풀숲에서 무언가 비비며 갖고 왔다. 겨자씨라며 보여줬는데 그때 충격을 받았다“‘이스라엘에 오니까 성경에 나오는 물건이 있네하면서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은 물건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박물관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트라에 근무하며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성경 속 물건을 전시해 놓은 곳은 많지 않았다. 자신처럼 13000여개를 가진 곳은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물건 수집과 박물관 건립은 차원이 달랐다.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랐다. 사재(私財)를 들여 부지를 사고 나니 박물관 지을 돈이 없었다.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곳곳에서 전시 요청이 들어와 전시회를 했지만, 그게 다였다. 성경 속 물건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예순 넘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도 받았지만, 박물관 건립의 꿈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성경 속의 물건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6년 전부터는 박물관 부지에 컨테이너 박스를 하나 들여놓고 그곳에서 생활했다. ‘코트라 동기들은 퇴직하고 즐겁게 사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때마다 기도로 마음을 다잡았다. 낮에 원주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매일 새벽 기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목사는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셨다. ‘하나님께서 그려놓은 길이 있는데 거기 나를 올려 두셨다는 마음을 주셨다“‘내가 취미로 물건을 모은 게 아닌데 결국 주님이 나를 쓰시겠구나는 믿음을 주셨다. 그러면서 힘을 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광야생활을 하던 어느 날 잘 아는 한 성도(집사)제가 박물관을 한번 지어 보면 안 되겠느냐고 연락해 왔다. 당시 갖고 있던 돈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는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2년 만에 박물관을 지었다. 김 목사는 사실 아직도 박물관이 100% 완공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그때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다. 시작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종식 목사, 코트라 근무시절 중동 각지서 수집"누구나 편안한 박물관되길"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경에 등장하는 물건과 식물을 대거 보유한 기독교 전문 박물관이 충북 제천에 문을 열었다. 522일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 개관한 세계기독교박물관은 조용한 산골의 11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200규모의 단층 건물인 박물관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쪽을 향해 서 있다. 건물 정면으로는 성경의 첫 단어인 '태초에'를 뜻하는 히브리어 '베레쉬트'가 큼지막하게 장식돼 있다.

 

이곳에는 무려 약 13천여 점의 기독교 관련 물품이 소장돼 있다. 대다수가 성경에 등장하는 물건이나 식물들이다. 내부 전시실은 모두 4개로, 특별전시실과 성경식물원이 함께 들어섰다. 마가의 다락방과 같은 크기로 설계된 제1전시실에는 성경에 나오는 악기와 의상, 예수가 살았던 시대 생활도구, 홀로코스트 유물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이스라엘에서 직수입한 기념품도 살 수 있다

▲ 김종식 목사가 충북 제천 백운면 세계기독교박물관 야외식물원에서 이스라엘 지도를 가리키며 성지를 설명하고 있다.    

  

2전시실에는 600년 전 양가죽에 필사한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와 1831년 체코 프라하에서 인쇄된 바벨론 탈무드를 볼 수 있다.

 

3·4전시실을 거치면서는 겨자씨, 타작기 등 성경에 나오는 물건 600여점을 볼 수 있다. 안식일 식탁, 성인식과 결혼식 등 유대인들의 절기와 관습에 대해서도 해설사 도움을 받아 안내받을 수 있다.

 

30여년을 코트라에서 근무한 김 목사는 오만 무스카트, 이집트 카이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무역관에 있는 동안 성경 관련 물품을 수집했다. 코트라 퇴직 뒤에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 목회자로 제2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성경 유물을 한자리에서 보는 행복을 주고자 박물관을 세웠다고 했다.

 

김 목사는 "불교 신자들은 산에 가면 절이 많아 어느 곳을 방문하든 푸근함을 느낄 수 있지만, 교회 신도들은 자기 교회 외에는 갈 곳이 없다""박물관에서 성경에 나오는 물건도 구경하고, 산골짜기에서 푹 쉴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람객 예약이 차 있다""기독교인은 물론 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 성경을 알아가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세계기독교박물관은 단체 관람객 방문 시 사전 예약을 받는다. 해설사가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개인 입장객을 위한 정규 해설 시간은 오전 1030, 오후 130분 하루 두 차례다. 일요일 오전과 수요일에는 휴관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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