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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 26년…北, 시장의 변화 어디까지 왔나
왜 지금 남북 연락채널 차단인가…코로나 사태로 경제상황 악화..."내부결속 강화"
기사입력: 2020/06/14 [22:2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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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남북 연락채널 차단인가…코로나 사태로 경제상황 악화..."내부결속 강화"

 

북한이 남북한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6월9일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통신은 "8일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지 닷새 만에 나온 조치다.

 

외신은 북한의 통신연락선 폐기 발표 소식을 신속하게 다루며 북한의 의도적인 위기조성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 중단과 남북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재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열망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6월15일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드로윌슨센터 진 리 센터장은 "북한이 6월15일 2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은 남한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북한의 경제난으로부터 자국민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텔레비전’은 6월9일 12시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보도했다.  

        

CNN은 적대관계를 강화하기로 한 북한의 결정은 몇 달 동안 교착상태였던 남북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두연 동북아 핵정책 국제위기그룹 선임고문은 "북한이 더 큰 거래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켜 북한의 조건에 협조하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란코프 교수는 위기감을 조성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실패해 왔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고 이미 타격을 입은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게 되면서 더 악화되었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핵 회담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알리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통신단절 결정은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시한 것으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번 조치는 단순히 대북 전단 살포 문제만이 아니라 북한의 더 큰 계획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향후 남북회담 위해 일부러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계속 약속하고 있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북한의 경제가 더 악화되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코로나19 사태와 국제 제재로 인해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통신 연락선을 끊는 조치를 했다고 분석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남측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번 조치는 남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북한이 2019년 하노이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수포로 돌아갔고, 남북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이것은 북한의 전략"이라면서 남한에게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남북 통신선은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할 기본적인 소통 수단"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합의사항을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장마당에 물건 부족…장마당물가 급등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코로나 19)사태가 계속되자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북한 장마당에산 물건 찾기가 점점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압록강을 경계로 북한의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라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  지난 1월 코로나19, 즉 신형 비루스 때문에 세관을 통한 정식 무역 길은 물론 밀수 통로마저 막히면서 단둥에서 신의주 등 북한 안으로 들어가는 물건도 뚝 끊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 장마당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산 생필품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주민과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는 단둥의 한 중국인 사업가는 “북한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장마당에서 일부 팔리고는 있지만 지금은 중국산 원료도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2월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이와 함께 신의주의 경우 북한 보건당국 검열관들이 불시에 가정집을 방문해 구성원들의 체온을 재는가 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주민들을 단속하고, 또 외부와의 전화통화도 더욱 엄격히 감시하고 있어 주민들의 이동은 물론, 북한 내부 소식을 알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중(北中) 국경지역 사정에 밝은 현지의 한국인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중국 공장들이 하나 둘씩 가동을 시작했지만 중국 노동자는 물론 북한 등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코로나19 감염 검사 때문에 현장 투입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기업의 가동 중단과 국경 폐쇄가 맞물리면서 장마당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커지고 있다.

▲ 북한 나진 지역의 장마당 모습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비루스 사태로 인해 장마당물가가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장마당물가에 주민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요즘 신형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주민들이 장마당에 나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면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식량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주민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RFA에 전했다.

 

소식통은 “지난 2월에 장마당 식량가격이 급등하자 당국에서 시장에 개입해 입쌀 1kg에 내화(內貨·북한 화폐) 5천원 이상 받지 못하도록 식량가격을 묶어 두었다”면서 “이후 식량가격은 5천원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여러 차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더니 한때 1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서 “식량가격 급등으로 생계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당국에 대해 원망을 쏟아내자 다급해진 당국이 식량거래 가격을 kg당 5천원 이하로 지정하고 위반한 대상은 엄벌에 처할 것을 선포했다”면서 “하지만 신형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식량가격은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아무리 당국에서 식량가격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봄철을 앞둔 지금이 식량가격이 가장 높을 때인데다 전염병으로 불안을 느낀 장사꾼들이 식량을 장마당에 내놓지 않아 식량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식량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당국에서 장마당에 출동해 단속을 하지만 단속반이 나왔을 때는 식량을 감춰두고는 가격을 내려 불렀다가 단속반이 지나가면 식량 값을 다시 올려 부르는 등 하루에도 여러 번 식량가격이 요동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 며칠 사이 입쌀은 kg당 8천원, 강냉이(옥수수)는 3천원까지 올랐다”면서 “장마당 식량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뛰자 주민들은 장차 식량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몰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요즘 신형코로나 사태로 인해 장마당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서 “추운 겨울에도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리던 장마당이 요즘에는 한산하다”고 RFA에 전했다.

 

소식통은 또 “시장관리소가 식량을 국가지정가인 1kg 당 입쌀은 내화 5천원, 강냉이(옥수수) 1천5백원 이상으로 올려 받으면 무상 몰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장사꾼들이 식량을 감추고 내놓지 않아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면서 “일부 장사꾼들은 당국 몰래 지정가격표와 실제가격표를 따로 만들어 놓고 단속반의 눈을 피해가며 비싼 가격으로 식량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서 “신형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당국의 단속만으로 식량가격이 안정될 수 있겠느냐”면서 “식량가격이 오르면서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올라 1kg에 1만8천원(내화)까지 하고 있어 주민들의 생계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식 자본주의 실습장 ‘장마당’


북한은 점차 자본주의 체제로 변하고 있다. 북한은 마치 20~30년 전의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선항 3개 부두의 이용권이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게 모두 넘어가 있다. 기회는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한국경제의 골든타임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붙잡아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정치적 난관을 경제적 교류를 통해 풀어갈 해법이 있는지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남과 북은 40배의 경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750개의 장마당이 열리고 있고 탈북자 147명 대상으로 2014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장마당에서 옷을 산 경험이 있고 다른 생필품도 대부분 장마당에서 구입한다고 했다.

 

1990년대 중·후반의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는 붕괴되면서 수십만의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하고 식량난을 견디지 못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국가에서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굶어죽지 않기 위해 집에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내다팔기 시작했다. 이것이 장마당의 시작이다. 결국 200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장마당을 공식 인정했다.

북한 청년들의 꿈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당 간부가 되는 것이 최고의 성공이었다면 지금은 평양건축종합대학이 뜨고 있다. 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면 대오 건설사업소에 취직해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임금을 받고 수입의 100%를 개인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신흥자본계급, 돈주


돈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돈놀이를 하는 일수꾼에서 거액의 돈을 굴리는 슈퍼리치까지 폭이 넓은데 대부분은 사업을 하는 신흥자본가 계급이다. 현재 북한의 대규모 사업에는 돈주의 자본이 투자된다. 광산을 비롯해 국영무역회사를 경영하는 돈주들도 있다. 국영회사의 이름을 빌렸을 뿐 개인 사업이나 다름없다. 나라에 정해진 금액만 내면 얼마를 벌든 나머지 이윤은 모두 돈주의 몫이다. 지난 몇년간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중요한 사회세력이 돈주들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북한경제는 개인사업가라고 할 수 있는 돈주들에 의해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주의경제의 마지막 보루 부동산마저 시장의 손에


주택 매매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을 뿐, 이미 정부가 묵인하는 부동산 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은 국가에게 있고 개인에게는 사용권만 보장된다. '국가주텍 이용 허가증', 일명 '입사증'을 국가로부터 발급받는데 현재 이 입사증이 남한의 등기등본처럼 거래되는 실정이다. 평양에서 활동하는 주택 거간(중개인)은 10%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아파트를 지을 경제력이 없는 정부는 땅을 빌려주고 돈주의 투자를 받아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돈주를 얼마나 모집하느냐에 따라 견설 규모가 결정되고 건설 속도 또한 달라진다.

 

현재 평양 최고가 아파트는 2억원 정도다.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신의주와 무산도 집값이 높은 편이다. 북한의 국영은행인 조선중앙은행이나 저금소는 저축을 해도 돈을 찾기 힘들고 이자도 제대로 주지 않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신뢰를 잃었다. 돈주들은 그 틈새를 노리고 환전, 대출, 송금 등을 대행하는 사금융으로 이윤을 챙기고 있다. 이처럼 북한에서 부동산 시장의 발달은 곧 토지, 자본, 노동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

 

정치적인 문제가 언제나 경제 교류의 발목을 잡는다. 북한과 경제적인 그 무엇을 함께 도모하는 것은 결국 북한 지도층의 배를 불려주고 핵무기 개발에 뒷돈을 대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경제적인 변화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체제나 정치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사람을 바꿀 수는 있다. 싱가포르의 대북교류단체 '조선 익스체인지'는 2007년부터 워크숍, 해외인턴십, 경영 및 창업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북한 학생들을 교육시켰다.

●평화로운 공존과 번영의 키워드는 접촉과 교류

 

21세기 들어서 남한의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침체의 조짐이 보이는 반면, 북한은 아래로부터 알찬 자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규모와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이제 남북 교류도 한반도 윈윈 게임을 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 경제의 기회가 있다. 북한이 완전히 시장경제 체제를 만들고 중국과의 무역이 더욱더 활발해진 이후라면, 남한과의 협력이 북한 입장에서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지금 북한이 겪고 있는 변화의 과정에 남한은 동반해야 한다.

 

북한, 17년 만에 인민생활공채 발행…코로나19 경기 악화로 궁지
   

북한은 지난 4월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남한의 국회)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인민생활공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선중앙은행은 4월20일 ’인민생활공채‘를 공식 발행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한지 불과 1주일 만이다.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 조선중앙은행은 미리 ‘인민생활공채’를 찍어 놓았고 최고인민회의는 단지 공채 발행을 의결하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방증이다. ‘인민생활공채’는 자본주의 시장이 만들어 낸 주식을 사회주의 경제에 억지로 꿰어 맞춘 ‘대행화폐’이다.

 

북한의 한 소식통은 인민생활공채의 발행과 관련해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우리 돈(북한화폐)을 은행권에 끌어들여 화폐의 근본적인 가치를 끌어올리자는데 목적이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시중에 돌고 있는 외화를 끌어 들이고, 공채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발을 빼지 못하도록) 더 바짝 옭아매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은 내화(內貨)로 액면가 1천원권, 5천원권, 1만원권 ‘인민생활공채’를 발행한 상태다.

 

또한 소식통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유로나 달러, 중국인민폐를 끌어들이고 북한 투자자들을 옭아매기 위한 “외환공채”를 따로 발행할 예정이라는 소문도 주민들 속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나 실제 ‘외환공채를 따로 발행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 2003년 5월1일에 발행된 북한의 인민생활공채    


2003년에도 북한은 액면가 500원, 1천원, 5천원권의 ‘인민생활공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인민생활공채는 10년 만기로 액면가의 3배, 따로 추첨을 통해 액면가 50배로 돌려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장마당(시장)에서 쌀 1kg 가격은 북한 돈 5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민생활공채가 만기된 2013년 북한 장마당에서 쌀 1kg의 가격이 북한 돈 5천원 수준으로 공채발행 당시보다 북한의 환율은 열배 이상 하락한 상태였다. 그마저도 북한은 평양시에서만 4차례의 추첨을 통해 공채 원가의 10배가 되는 돈만 겨우 돌려주었다. 나머지 지방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공채는 모두 무효화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인민생활공채를 놓고 북한의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또 다른 소식통은 “지금의 공채놀이가 2003년 ‘인민생활공채’와 꼭 같이 닮은꼴로 돌아가고 있다”며 “매 가정세대 당 5천원권, 노동당원들은 1인당 3천원권 의무 구입을 강요하고 이와는 별도로 당조직과 청년동맹, 여성동맹, 직업동맹, 농업동맹을 비롯한 근로단체 조직들에는 공채 1천원권을 무조건 구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한 "공장기업소 ‘생산책임제’를 도입하면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던 개인사업장, 힘있는 돈주들에겐 30만 이상의 공채를 사들이도록 가혹하게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단련대(삼청교육대)”와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의 가족들에겐 30만원 이상의 공채를 사들일 경우 '형량을 감면해 준다'고 회유하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북한 현지 주민들은 기존의 2003년 공채발행과 마찬가지로 이번 공채놀음 역시 주민들의 주머니를 갈취하기 위한 국가의 강도행위로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공채놀음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발은 매우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날강도처럼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 없으니 공채라는 빈 종잇장을 나눠주며 돈을 빼앗아 내는 것”이라며 “공채를 통한 갈취행위로 민심은 여태껏 보아온 것과 달리 매우 격앙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타격으로 북한이 17년 만에 국내용 국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보도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소사이어티 토머스 번 회장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수입이 줄자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용 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채 규모는 북한 예산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알려졌으며 발행 목적은 시중에 유통되는 외화를 가능한 한 많이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번 회장은 설명했다. 번 회장은 또 "북한이 발행하는 채권 다수는 국영기업이 떠안을 예정이지만, 정부 허가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는 돈주 세력도 공채의 40%를 사실상 강매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번 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고(故)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형편에 맞는 긴축적 재정을 운용하며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정책을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채 발행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북한 당국이 국채 구매를 주저하는 돈주들에게 전망이 좋은 사업체에 대한 채권을 판매하는 식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 당국이 올해 말까지 코로나 19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외화를 최대한 비축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돈(내화), 장마당에서 제한적으로 유통

 

북한 장마당에서 내화(북한 돈)의 유통 비중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로 외화 유입량이 줄어들어 외화가 귀해진 탓도 있지만 장사가 안 되다보니 장사꾼들이 내화라도 받고 물건을 팔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의 공식 화폐이면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북한 돈이 요즘 들어 제한적이긴 하지만 돈 대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 나온 평양 거주 화교 보따리상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북조선 내화가 요즘 돈으로 대접을 좀 받는 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하면서 “유엔의 대북제재로 장마당에 외화가 귀해진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북조선에서 외화가 귀해지다 보니 장사꾼들이 내화라도 받으면서 물건을 팔 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장마당에서 내화를 받는 경우는 눅거리 생활용품에 한정되고 있는데 중국 등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나 고가의 물건은 여전히 외화가 아니면 구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내화로 살 수 있는 물품은 남새를 비롯한 농산물과 국영상점에서 파는 공산품 중 국산품만 국돈(내화)으로 구입이 가능하다”면서 “철도요금도 국돈으로 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원칙이 그렇다는 얘기고 야매로 표를 사야 하기 때문에 국돈은 여러 부문에서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한 주민 소식통은 “개인이 운영하는 써비차와 택시요금도 외화가 아니면 탈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면서 “외화가 귀해져 장사가 안 되는 탓에 내화도 받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고 경제제재만 풀린다면 싸리빗자루도 외화가 아니면 살 수 없었던 옛날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장마당에서 국돈(내화)이 전에 비해 돈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1000원짜리 지폐 이상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면서 “100원짜리 국돈은 꽃제비 아이들조차도 무시하는 등 돈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북한의 화폐. 출처:구글이미지  

                                 

북한의 화폐는 9종류의 지폐와 5종류의 동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폐는 가장 큰 5000원 권, 1000원 권과 같은 단위도 있지만, 2000원, 500원, 200원, 100원, 50원, 10원, 5원과 같이 생소한 단위의 지폐도 있다. 동전은 1원, 50전, 10전, 5전, 1전과 같은 5종류가 있다. 이런 북한의 화폐는 2009년 화폐개혁 때 바뀐 신권이다. 지폐의 모습은 김일성의 초상화와 김일성의 생가 등 북한체제를 상징하는 그림이 있다.


북한 동전의 경우 국장(國章)과 발행기관, 금액이 앞면에 있고 뒷면에는 발행년도와 꽃이 있다. 이 꽃들은 김일성화, 김정일화로 김부자의 권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다른 동전에는 북한의 국화인 목란이 있고 진달래, 철쭉이 있다.

 

장마당 단속은 항시적…돈주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돼

길거리 음식점, 숙박업소, 개인 운영 소형차 단속도 강화

 

북한이 평양과 지방에 천문학적 자금이 드는 건설을 계속 벌여놓고 있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출처를 해명할 길이 없는 이른바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개인의 장사행위를 허용해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부자들이 생겨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들이 설명하는 북한과 실제 북한 소식통들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장마당을 늘리고 있고 주민들의 장사를 허용하는 김정은의 정책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조금이나마 풀리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장마당은 김정은이 가장 빨리 외화를 챙길 수 있는 통로,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인민들을 착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은 무엇보다 “김정은이 집권 후 장마당에 대한 통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시대나 김정은시대 장마당에 대한 통제의 강도는 거의 비슷하다”며 “오히려 한국영화나 불법영상물에 대한 통제와 처벌강도는 김정일시대보다 몇 배나 더 강화됐다”고 최근 밝혔다.

 

김정일시대나 김정은시대 모두 여름철과 가을철이면 ‘농촌동원’을 구실로, 새해 초부터 3월까지는 거름생산을 위한 ‘새해 첫 전투’를 구실로 장마당 운영을 제한해온 시간이나 실상은 종잇장 한 장 차이도 나지 않게 꼭 들어맞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4월말까지 있었던 장마당과 개별적인 장사꾼들에 대한 통제는 김정일 집권시기와 비교했을 때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잔인하고 무자비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장마당과 돈주들에 대한 통제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반면 눈여겨 볼만한 대상들도 있다. 한국정부는 최근 북한에서 장마당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리고 있지만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현실을 완전 무시한 거짓말이거나 김정은의 통치수법을 파악하지 못한데서 나온 무지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북한이 장마당을 계속 늘리고 있고 장사꾼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장마당 외형도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도록 치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식통들은 “그런 외형만 보지 말고 실제 장마당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북한 한 장마당의 모습    

                                            

소식통들은 “새로 생겨난 장마당만 보이고 그동안 사라져버린 장마당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가”고 반문한다. 김정은 집권 초기 장마당들을 많이 늘리고 장세도 꾸준히 올렸지만 제대로 운영된 장마당들은 도시 중심에 있는 한두 개이고 그밖에 도시 변두리나 마을 외곽에 자리 잡았던 장마당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사라졌다고 소식통들은 해명하고 있다.

 

장마당 ‘장세’는 어디나 똑같은데 도시 변두리나 마을 외곽에 있는 장마당들은 하루 종일 앉아 보아야 장세조차 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마당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사라졌고 지금은 그 자리에 다른 시설들이 들어앉았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한다.

 

북한은 최근 이렇게 본전도 뽑지 못해 풀만 무성하던 장마당들을 폐기하고 주민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들에 장마당을 확대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장마당 관리원들이 노골적으로 중국인민폐를 ‘장세’로 거두고 있다”며 “쌀이나 의류 장사들의 하루 ‘장세’가 중국인민폐 5위안”이라고 말한다.

 

‘장세’가 제일 낮은 잡화 장사나 두부장사도 하루 장세로 중국인민폐 1위안은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재지 혜산시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혜산장마당’의 경우 장마당에 고정으로 등록된 장사꾼이 1만2천여명을 좀 넘는다고 한다.

 

1만2천여명이 매일 ‘시장관리소’에 바치는 장세가 중국 인민폐 5위안에서 1위안까지 서로 다르기에 장사꾼들이 내는 ‘장세’를 평균적으로 ‘3위안’이라고 계산을 해도 혜산장마당에서 나오는 장세는 하루 중국 인민폐로 3만6천위안이 된다.

 

2018년 11월29일 ‘청봉무역 양강도 사무소’가 20여명의 짐꾼들을 동원해 밤새껏 50kg 포장의 말린 참나무 버섯과 오갈피껍질 200자루를 밀수하고 넘겨받은 이윤이 중국인민폐 8천위안 정도였다. 청봉무역이 이 밀수를 위해 준비한 기간은 보름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정권이 ‘혜산 장마당’ 한곳에서 하루 벌어들이는 ‘장세’ 수익이 1개 도에 파견돼 있는 무역사무소가 보름 이상 준비하고 밀수로 벌어들인 이윤의 4배가 넘는다는 얘기이다. 장마당은 지금도 늘고 있으나 장마당에 대한 통제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장마당 통제와 함께 신흥부자로 알려진 돈주들도 지금 하루가 멀다하게 파산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들과 김정은과의 사이는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두루뭉술한 관계가 아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민들의 몸부림을 악용해 “너는 백번 죽어도 나는 마지막까지 네 피를 다 빨아 먹겠다”는 김정은식 약육강식이 만들어 낸 또다른 생사의 불모지일 따름이다.

 

장마당 26년…북한시장의 변화 어디까지 왔나 
 
장마당이란 이름의 시장이 등장한지 26년이 흐른 지금 북한 전역에서 400개가 넘는 시장이 북한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12월 평양에 문을 연 북한의 새로운 시장, 황금벌 상점은 이른 시간에도 손님들로 가득찬 매장 안. 진열대마다 상품이 가득하고, 점원이 판촉활동을 하거나 물건을 포장해주는 모습이 우리의 대형마트와 유사하다.

 

북한 시장의 역사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 부족 및 배급제 붕괴와 함께 시작됐다. ‘농민시장’이라 불리는 이 시기의 시장은 주민들이 사적으로 생산한 결과물을 물물 교환하는 초보적인 형태였다. 시장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의존도가 높아지자, 농민시장은 기존의 농토산물 판매에서 식량과 생필품 등으로 품목이 늘어난 ‘장마당’으로 확장,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2003년, 북한 당국은 마침내 시장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다. 규모가 큰 장마당 격인 ‘종합시장’을 건설해 시장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 북한 종합시장의 내부    

                                                    
당국이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2000년대 초반 북한의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공산품에서부터 생활잡화, 식료품까지 판매 품목도 한층 다양해졌다.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품의 대다수는 중국산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종합시장에서 고급전자제품 등 사치품을 공급해 큰돈을 버는 상인, 이른바 ‘돈주’가 등장하는 등 시장은 북한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시장이 발달하면서 주민 통제가 점차 어려워지고, 나아가 체제의 안정까지 위협한다고 판단한 북한 당국은 시장에 대한 고삐를 조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층민들의 생계 위기가 발발하고, 화폐개혁과 외화조치 등 시장억제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북한 당국은 1년여 만에 시장의 존재를 다시 인정하게 된다.

 

2014년 5월 북한은 새로운 경제개혁조치인 ‘5.30조치’를 시행했다. 기업소나 상점의 생산권과 분배권을 개별기업과 개인에게 맡기는 조치로 인해, 북한의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시장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김정은정권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의 시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북한 당국은 국영상점인 황금벌 상점이 기존시장 보다 저렴하고, 새벽 6시에서 밤 12시까지 운영해 편리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주민들의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뒷받침하는 ‘장마당권력’
     
장마당의 활성화 및 거대자본의 탄생 등으로 북한사회는 점차 노동당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자본 절대주의’로 서서히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권력이 장마당의 자본권력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WP) 베이징지국장은 저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에서 장마당이 활성화 된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저자는 “시장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굶어죽는 사람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는 게 본인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사람들로 후원자 집단을 만들어 가까이 둘 필요가 있었다. 먼저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제거할지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최고지도자 자리에 도전할 만한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했다. 먼저 고모부(장성택)와 이복형(김정남)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최고지도자의 야심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한편,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는 좀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본주의 시장이 도처에 많이 생겨나 주민들의 생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형편이 나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정은은 중국의 개혁·개방이나 옛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같은 본격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도입하는 대신, 주민을 억압하는 통제의 끈을 살짝 늦추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소규모 개인 사업인 장마당 단속이 갑자기 중단됐다.

 

장마당을 비공식적으로 용인해 준 것이다. 떡을 만들어 팔고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DVD 플레이어를 팔아 생계에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이 사라졌다. 국가경제가 멈춰 서다시피 하며 사적(私的)경제영역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제한된 형태의 자본주의를 허용해 주면 각자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가에 부담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장마당’은 지금까지 북한이 경험해 본 최대의 경제 주체가 되었다. 아주 작은 마을에서부터 큰 도시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이 최소한 한 군데씩 생겨났다. 북한 전역에서 시장이 사람들이 모이는 삶의 중심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영양결핍이 큰 문제이고, 많은 수의 주민들이 다양한 먹을거리를 찾아 헤맨다. 유엔 기구들은 전체 주민의 40%가 영양결핍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발육부진과 빈혈이 심각한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굶어죽는 사람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장마당의 진화과정과 장마당권력의 형성

 

북한의 장마당은 김일성시대 농민시장에 근원을 두고 있지만, 1980년대까지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북한의 장마당이 번성하게 된 것은 1991년 소련 붕괴로 인해 대(對)소련 수출물량이 20분의 1로 급감하는 등 경제위기 속에 식량배급마저 원활하지 못해, 주민들이 먹고 살기위해 시장에 나가서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을 팔면서 필요한 생필품 등을 구하거나 교환하면서 본격화 됐다. 특히 1994~1998년 ‘고난의 행군’시기에 장마당이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2018년 기준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장마당의 수는 436개에 이르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장마당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초기 시장상인 위주에서 과점적 지배 상인을 거쳐 백화점 진출 등으로 거대 자본권력을 형성하는 등 장마당은 북한 경제를 뒷받침하는 모세혈관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난의 행군’이 끝난 이후 장려와 단속이 반복되는 등 일시적 부침은 있었지만, 김정은 집권 후 규제 완화정책에 힘입어 장마당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더해 지방 곳곳에도 남한식 대형마트들이 속속 건립되는 등 장마당에서 형성된 시장경제가 북한 주민들을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으로의 급속한 변모를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마당이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장마당에 종사하는 사람은 100만명을 능가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북한 고위층과 긴밀하게 연결된 북한식 거대 자본권력이 탄생하여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장마당을 토대로 성장한 거대 자본가들과 신흥자본가들인 ‘돈주’들은 고위층 자녀들이 상당수이며, 그 외 권력과 결탁한 거대 상인들이 자본권력을 형성하고 있다. 전(前)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의 아들 김철은 청봉무역회사를 설립하여 막대한 자본을 축적해 김정은에게 정치자금을 상납하고 있는 상황이며, 2인자인 최룡해의 아들 최현철 역시 막대한 자본을 축적해 호화 사치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사망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이용철의 장녀 이영란은 평양의 소문난 자본권력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실력자들의 자녀들이 직접 회사를 운영하거나 신흥자본가들인 돈주들의 뒷배경이 되어 북한 사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 생활양식인 장마당의 급격한 팽창을 우려하여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해 장마당의 대규모 지하자금을 흡수하려다 물가폭등 및 물류망 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바람에 장마당 규제를 해제하기도 했다. 김정일 사후(死後) 집권한 김정은은 현실적 상황을 인정해 장마당을 도리어 은연 중 장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마당 ‘돈주’들에게 국가에 일정액 이상을 헌납하면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하거나 표창장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장마당을 활성화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특구도 17곳을 지정해 주요 도시마다 장마당을 꾸준히 육성·장려하기도 했다.

 

북한의 장마당 운명 및 확장 등과 관련해 상당수 탈북자들은 “장마당이야말로 북한 주민들 생계 최후의 보루이며, 이것마저 규제하려 한다면 북한은 정말로 뒤집어진다”라고 하는 등 장마당은 체제를 뛰어넘는 인간생존의 최후 보루임을 증언하는 것으로 보아, 장마당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쉼없이 팽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규제하려는 조짐만 보여도 심하게 반발을 하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장마당 시장경제에서 자본을 증식한 과점적 지배 상인들인 거대 자본의 돈주 및 장마당 큰손들을 중심으로 신흥부유층이 형성되어 재산을 급속히 증식해 감으로서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이 급격히 전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많은 주민들이 충격을 받아 이제는 그야말로 너도 나도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 상황이며, 주민들의 생활양식이다. 더 나아가 중견 기업인들이나 군부, 당원들까지도 장마당에 물건을 거래하고, 상당수 공무원조차도 장마당에서 뇌물을 받아 생활하는 상황이다. 과거 직장 중심으로 진행되던 생활이 장마당으로 옮겨진 것이다. 말 그대로 장마당이야말로 북한주민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자 생존을 위한 삶의 치열한 각축장인 셈이다.

 

장마당은 모든 것을 다 파는 상황이고, 더하여 남한의 가전제품이나 의류 등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제품까지도 정기적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특히 남한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이 최고의 인가를 누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속한 퀵서비스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장마당 활성화로 돈맛을 본 북한 주민들은 “노동당보다 장마당이 더 인기가 있다”고 하면서 “경제적으로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노동당원보다는 장마당에 나가 열심히 돈 버는 장사꾼들이 더 존경스럽다”고 하면서 대우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버티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활성화된 장마당에서 생긴 돈의 노동당 유입으로 보인다.

 

●노동당 권력에서 ‘자본 절대주의’로… 변모하는 북한의 현실    


장마당의 활성화 및 거대 자본의 탄생 등으로 북한 사회는 점차 노동당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자본 절대주의’로 서서히 변모해 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년퇴직한 사람들 중에는 노동당원증을 팔려는 시도가 속출하고 있으며, 젊은 청년들 가운데서도 선망의 대상인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노동당원증이 효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당원이 되기보다는 장마당 장사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화벌이는 충성이탈처럼 경계했었는데, 이제는 간부들부터 고위급 간부 자녀들로 이루어진 자본권력 앞에 먼저 허리 숙여 인사하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김철이나 최현철, 이영란을 한번 만나려고 돈 싸들고 찾아가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친해지려면 최소 20만 달러 이상 주어야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야말로 노동당 권력이 장마당의 자본권력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그토록 배격하는 자본주의 방식인 장마당에서 형성된 거대 자본주들인 돈주들의 헌납이다. 무역, 장마당 등지에서 장사한 사람들이 크게 한밑천 잡아 많은 부(富)를 축적했고, 이 돈을 노동당에 보내 국가 경제에 기여하면서 훈장이나 표창을 받고 있다. 장마당 장사 등으로 돈주들에게 큰돈이 생기면 무조건 달러나 위안화, 엔화 등으로 바꾸어 저축한다. 이런 과정에서 상당량의 돈이 자연스럽게 노동당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 경제 형태의 장마당이 발전할수록 북한 주민들 간에 가진 절대 자본가들과 서민들의 소득불균형에 의해 생기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병폐이다. 북한도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예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선 북한주민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한 문제는 장마당의 활성화 및 경제활동 결과로 취득한 재산권에 대한 국가적 보호인 것이다. 사회주의 북한에서 자본주의적 시장원리로 부를 쌓은 돈주들에 의해 김정은 절대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오늘의 북한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마당 세대와 장마당 여성의 등장
장마당세대는 체제 유지보다 안정적 돈벌이 원해

 

배급이 중단되자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밥벌이에 나섰다. 지도이념인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경제의 핵심가치인 집단주의를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혜산에서 2013년 탈북한 여성은 중학교 2학년 때 굶어 죽은 반(班)친구의 장례를 담임교사와 함께 치렀다. 그러고 나서 장마당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보따리를 매고 며칠씩 걸려 혜산과 길주를 오갔다고 한다. 이렇게 경제난과 시장화가 진행된 시기에 성장기를 보냈거나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물질과 부에 대한 욕구와 개인주의가 무척 강하다. 아울러 지역 이동의 증가에   따라 외부 문화의 접촉 경험이 많고 국가 규율에 대한 구속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등장이다. 

 

2007년 함흥에서 탈북한 60대 엄마는 장사를 매우 비천한 것으로 여겨 시장에서 아는 사람이 오면 부끄러워 얼굴을 숨겼지만, 30대 딸은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살기 위해서 하는 일에 수치심이 있을 수 없다는 의식이다. 북한 시장이 동력을 잃지 않고 확대·발전한 데에는 이들 장마당 세대의 역할이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장 과정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인 10대 중반부터 4년 반 동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는 이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체득했으며, 어릴 때부터 북한 사회의 가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있다. NBA 농구스타인 데니스 로드맨 초청, 마식령스키장 개장이나 모란봉악단의 파격적 공연은 그의 의식세계가 세계 표준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시장경제로 무장된 북한의 장마당세대. 이들은 물질과 부에 대한 욕구와 개인주의가 무척 강하다. 출처=SBS 스페셜    


김정은 위원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는 시장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장마당을 단속하다가 2003년 종합시장으로 합법화했지만, 2005년부터 다시 단속했고 심지어 2009년에는 화폐개혁까지 단행해 정부 정책에 대한 엄청난 불신을 초래했다. 그 이후 북한 주민들은 북한화폐 대신 달러나 위안화를 더 선호한다.


현재 시장을 중심으로 북한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엄격히 말하면 합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식량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세금 없는 북한에서 시장 장세를 거둬들이는 것도 법에 어긋난다. 남의 명의로 식당을 운영해서는 안 되고, 국가 자산인 집을 거래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이 합법과 불법의 중간, 즉 회색지대(gray zone)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불안한 회색지대를 일관되게 보호하고, 오히려 이러한 시장화를 견인·주도하고 있다. 2012년 김 위원장은 장롱 속 달러를 끌어내기 위해 “돈의 출처를 따지지 말고 투자하게 하고, 이윤도 보장해줘라”고 지시했다. 최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탈북자 66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나이가 젊을수록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흥미롭다.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와 인권을 논함에 있어 '장마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95년부터 시작된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국가는 중앙배급제를 중단했고 북한 사람들은 각자 살아남아야 했다. 남성들은 노동에서 이탈 시 처벌되기 때문에 배급이 지급되지 않아도 일터를 지켜야 했고 여성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016년 기준 400여 개에 달한다고 알려진 장마당을 주도하는 것도 여성이다. 흔히 경제력을 쥐고 있으면 권력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장마당과 북한 여성 지위와 인권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발간되는 「한반도 포커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북한 여성이 주요 경제주체가 되어 "결혼 시기를 조금씩 늦추거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배우자를 선호하고 좀 더 평등한 가사분담을 요구하는 등 기존의 가부장제 가치관에 조금씩 균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하는 풍조도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장마당에서 음식을 위주로 장사하다 2010년 탈북한 50대 초반의 K씨는 ‘BBC코리아’에 "여성이 좀 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여성들이 수십 년간 경제권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경영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의 지하경제를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기존의 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으며, 북한 당국에 대한 별다른 기대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들은 그러나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동당 입당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청년 세대인 장마당세대는 무상배급과 무상교육 등 과거 북한체제가 제공했던 사회주의적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지하경제 즉,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별 기대가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장마당세대는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됐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2015년 6월23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북한 장마당 새 세대, 그들은 누구이며 변화의 동력이 될 것인가’라는 학술회의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 온 탈북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기성세대가 사회주의 체제와 국가에 대한 선망에서 노동당 당원이 되려고 했다면, 지금의 장마당 세대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시장자본주의적 이유로 입당을 원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응답자의 50%가 북한 당국과 지도자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로 최대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 내부구조가 부당하다는 문제의식마저 희미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도 저항하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설문은 북한에서 장마당을 경험하고 자란 ‘장마당 세대’로 탈북한 지 5 년이 채 안 된 20~35세 청년 54 명을 대상으로 2014년 8~12월 사이에 진행됐다.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링크’의 박석길 정책연구국장은 장마당세대가 1990년대 중반 북한경제의 몰락 이후 성장해 기존 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화 과정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이후 북한 내 정보환경이 바뀌고 개방되면서 장마당 세대들이 불법 외국 미디어를 공유하고 외부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박 국장은 이들의 옷차림 또한 남한 드라마와 중국 영화로부터 점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장마당 세대에게 외국 매체는 점점 더 보편화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주민 생활의 변화와 일탈

 

북한 사회 주민생활의 변화는 자립적 생존방식 변화→문화행태 변화→정치의식 변화의 3단계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일탈을 동반하며 집단주의·수령제일주의에 입각한 주민 가치관을 개인주의·가족중심주의·배금(拜金)주의로 바꾸고 있다.

 

주민의 자립적 생존방식은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로 생산부문 90% 이상이 침체되고 국가공급이 단절되면서 생존의 기로에 선 주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구축되기 시작했다. 경제난 초기에는 소규모 장사, 소토지 농사, 밀수(강타기), 수공업, 고리대금업, 유통업 등의 다양한 유형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중급 규모의 장사(운송수단 활용), 임노동을 동원한 소토지 농사, 군인과의 협업을 통한 밀무역, 개인수공업자의 임노동 채용 등의 방식으로 승화되고 있다.

 

2002년 7월1일 조치 이후 북한 주민의 생존방식 중 하나인 소토지(텃밭-화전과 같은 의미)의 경작권은 북한 정부 정책에 의해 한 가구당 400~600평까지 관리할 수 있게 허용됐다. 그 대가로 평당 토지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회지도층과 시장 상인과의 결탁은 사회통제를 이완시켜 사(私)경제활동을 통한 주민들이 자립적 생존촉매제로 작용한다. 현재 주민 80% 이상이 이러한 자립적 생존방식에 의존해 경제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생산현장 이탈을 비롯한 사회적 일탈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말 화폐개혁 이후에는 빈부격차 양상이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 대규모 금융자산을 축적한 시장세력이 자생적 생존방식의 틀을 바꾸고 있다. 개인,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그룹별·분야별로 상업화되고 있으며 개인수공업의 생산·판매가 분업화되고, 정보통신기기(휴대전화     등)를 활용한 기능화·구조화된 장사방식이 증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 소득격차에 의한 불평등이 양극화로 구조화되고 있다.

 

자립 생존에 의한 경제생활 변화는 문화행태 변화와 정치의식 변화를 견인하는 기제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한 주민들 속에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외부 사조(思潮) 접촉을 통한 문화행태 변화가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 한국드라마와 한국노래, 미국영화 및 팝송을 선호하며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문화의식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뤄지게 될 남북교역은 남한의 중소기업과 북한의 장마당 사업가와 진행되는 형태가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남한 기업이 중점해서 보아야 할 것은 북한 파트너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중앙 정부의 무역회사를 파트너로 하는 장마당 사업가인지, 지방정부의 무역회사를 파트너로 하는 장마당 사업가인지, 또는 군대회사의 장마당 사업가인지 등의 감춰진 정부기관을 잘 알아야 한다. 더불어 해당 사업에 실질적으로 자금을 대는 '돈주'가 누구인지, 또 어떤 성향을 띠고 있는지 알아야 어렴풋하게나마 사업주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더 파악하기 어려운 점은 돈주, 무역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기관 그리고 이들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사업가의 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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