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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美·中, 한치의 양보없는 패권경쟁…깊어지는 ‘디커플링’
G2, 무역전쟁 이어 코로나 책임론 공방…환율·군사·홍콩문제 등 전방위 갈등
기사입력: 2020/06/15 [20:0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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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무역전쟁 이어 코로나 책임론 공방환율·군사·홍콩문제 등 전방위 갈등    

 

슈퍼파워 미·(美中)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 갈등에 이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피해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에 더해 양국 간 환율·정치·군사·안보·홍콩문제 등에서 전방위적인 충돌 직전의 전운이 감돈다. 오는 11월 대선(大選)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내 대중 여론도 좋지 않은 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의 부상(浮上)이 미국 국익과 안보의 걸림돌이라는 데 견해차가 없고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패권경쟁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양국 간 불협화음은 상당 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지난 40년 중국에 헛된 희망 가졌다” 

 

미국 백악관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보고서는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 이후 중국의 후진성에 실망한 점을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성토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16쪽짜리 보고서에는 중국의 반()인권적 행위, 표현의 자유 제한, 지식재산권 침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한 보호무역주의, 한국·일본·호주·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을 겨눈 무역보복 행태, 관영매체를 동원한 선전·선동 및 언론자유 제한 등 공산당 1당 지배체제인 중국의 어두운 그늘을 모두 짚었다. 심지어 20172018년 미국 당국이 적발한 중국산 짝퉁제품 규모가 무려 20억 달러로, 다른 국가 원산지의 모조품을 모두 합친 것보다 5배나 많다는 점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부정적 모습을 크게 부각했다.

 

백악관 보고서의 궁극적 표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자유롭고 열린사회를 공격하고 국제질서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개편하려 한다며, 시 주석이 주석의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두면서 이런 경향이 짙어졌음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미국 국익의 도전요소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육상·해상 교통로를 확보한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국제질서를 개편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 동맹국에 주도 경제블록 합류 독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미국 주도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합류를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욱 논의가 가열된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디커플링 심화트럼프 과 모든 관계 단절할 수도중국의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민감한 기술을 포함한 대()중국 수출금지 품목 범위를 확대했고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보유도 금지했다고 미국 매체는 전했다. 중국 내 미국의 공급망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공화당 소속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가능한 많은 제품 생산이 될 수 있는 한 (중국이 아닌) 우리 역내(域內)에서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워싱턴 싱크탱크 CNAS의 애슐리 펭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을 더 강경하게 다뤄야 한다는 건 초당적 입장이라며 팬데믹 사태로 인해 이런 기류가 더 강해졌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이미 미·중 디커플링 사태에 대비해 핵심기술의 대미(對美)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부품 상당수를 미국에 의존했던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이제 미국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일각에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하면 중국과의 디커플링 캠페인이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대중(對中) 무역 비중을 줄이더라도 중국과의 완전한 결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다. 1조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문제는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對中)견제 수위는 점점 고조됐다. 201712월 국가안보전략서(NSS), 2018년 초 국방전략서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라는 점을 명확히 한 상태였다. 중국의 부상을 기본적으로 위협으로 인식하고 NPR에서는 중국의 핵무기 개발 및 기술적 진전을 위협으로 규정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 국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미국을 따라잡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양국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국통인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현재의 미·중 충돌 위기를 과거 미·소 냉전 시절에 빗대 냉전2.0은 아니지만 최소한 냉전 1.5’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군사전문가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중 전략적 경쟁에 실은 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서로 군사적으로 맞부딪힐 조짐마저 보인다·중 간 군비경쟁은 이미 초기단계를 넘어 가속화되고 있어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 패권경쟁은 결국 전쟁까지 포함한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격화하는 ·패권경쟁 결말은양질의 우방국 확보해야 우위 선점

 

중국과의 경제적 충돌과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중 디커플링을 현재 미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선택하는 것은 미래의 두통거리를 초대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대중 정책은 실용적이며 지속가능해야 한다미국과 중국의 반목이 지속하는 상황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만리장성에 가본 사람이라면 이런 걸 지은 사람들과 정말 싸워야 하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완전한 내수체제 구축 가속화를 언급하고 국내 유통이 지배적 역할을 하는 새로운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北京)의 경제학자 후싱더우(胡星斗)미국 및 서방 세계와의 디커플링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라고 설명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끊는다면 우리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겉으로는 강한 입장을 드러내더라도 중국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관계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중 경제는 이미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본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현재 중국이 혼자 항해할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미·중 경제 관계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베이징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자는 누가 될까. 중국의 대표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옌쉐퉁(閻學通) 교수(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는 이미 2011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 벌어지는 경쟁관계의 핵심은 누가 양질의 우방국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문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정치적 친소(親疎)관계로 따지면 전 세계 주요국 150개국 가운데 약 100개 나라가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미국과 척진 나라는 21개 나라로 분류하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은 세계 68개 국가와 동맹을 맺고 있고 45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中 新냉전 시대, 양자택일보다 원칙에 따른 대응해야

G2 갈등, 세계 패권경쟁으로 격화글로벌 가치를 원칙 삼아 대응해야

 

날로 격화하는 미·(美中) 갈등이 불확실성의 강도를 키우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27(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홍콩에 부여한 무역상의 특별지위를 축소·박탈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날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제정했다. 미국 하원은 이에 맞서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을 통과시켰다.

 

강력한 반대에도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29일 관세, 무역, 비자 등에서 미국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자치권 침해에 관여한 중국·홍콩 당국자들에 대한 제재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군과 연관된 미국 내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과 연구원에 대한 비자를 취소해 사실상 추방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20187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투하로 시작한 미·중 갈등이 경제를 넘어 과학기술·정치·군사를 아우르는 전면적인 경쟁 양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201912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잦아드는 듯했던 G2의 신경전이 트럼프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제기와 홍콩보안법 통과로 전례 없는 강도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협력의 모멘텀이 될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더 강력한 갈등구조로 바뀌게 됐다면서 그간 있어본 적 없는 새로운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 강국이 급성장해 기존 패권국의 지위를 위협할 때 생기는 대결 국면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 시절 아테네(부상국)와 스파르타(패권국)의 전쟁 원인을 설명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인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이런 대결 국면은 아테네와 스파르타처럼 체제가 다른 국가 사이에서 강렬하게 나타난다.

 

반면 20세기초 패권 이행은 동일한 자유주의 이념을 가진 영국과 미국 간에 이뤄졌다. 1차 세계대전으로 힘을 소진한 영국을 대신해 미국은 패권국이 됐다. 그러나 미국은 고립주의를 택해 자유무역과 같은 옛 영국이 담당했던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서 새로 패권국이 된 국가가 능력은 있으되, 글로벌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위기가 발생한다는 킨들버거 함정이란 개념이 나왔다

▲ 5월2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마지막날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     © 매일종교신문

 

지금의 미·중 패권경쟁은 이와 달리 체제도 다른데다 서로 글로벌 질서를 이끌 지도력이나 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자국만의 이익을 위해 패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이신화 교수는 중국이 경제면에서는 굉장한 힘을 갖게 됐지만 호감도나 매력 같은 소프트파워의 측면에선 오히려 힘을 많이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비슷하다는 점에서 지금은 리더 국가가 부재한 지 제로’(G-0)의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중 갈등, 돌이키기 어려운 문지방 넘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현재 미국 GDP65~70% 수준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향후 5~10년 이내에 중국이 GDP 규모면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 아니면 중국을 견제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미국의 다급함과 관세와 수입물량 등 숫자에선 양보해도 국가주도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흔드는 요구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결기가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각국에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한국으로선 코로나19와 경제·정치적으로 의존도가 큰 양국 사이의 갈등이 야기한 복합적 위기를 헤쳐가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불균형이 원인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라는 점에서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 갈등은 문지방을 넘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헤게모니 이동은 피할 수 없어 보이나 중국 입장에선 5~10년 후에 왔으면 하는 충돌이 예상보다 빠르게 왔다고 말했다. 백우열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521일 발표한 대중국 전략보고서에 대해 민주당이 전혀 비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을 글로벌 차원의 경쟁상대로 보는 인식은 초당적인 합의를 이룬 것이라며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자기 살을 베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패권국가 지위를 유지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이익을 위해 중·단기적인 경제적 타격은 감수한다는, 일견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태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대중국 전략보고서에서 우리는 더 이상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상징성이나 화려한 행사를 좇는 행위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며, 중국에 실재적이고 건설적인 결과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조용한 외교가 쓸모없음이 증명된다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개적 압박을 늘리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감수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1979년 미국과 외교관계 수립 이래 전세계에 건설적이고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지금까지 경제·정치·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핵심 국익뿐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 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 시 기술 이전을 강제하고, 자국의 시장 개방에는 소극적이면서 자신들은 국영기업을 동원해 글로벌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는 불공정한 행태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자유무역 질서의 과실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대표적인 약탈적 경제정책 사례로 지목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이 2013년 공식화한 것으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로(일대)와 중국·동남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일로)을 장악해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상의 저개발 국가들에 인프라 투자를 위한 돈을 빌려주고 대신 중국의 이권이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중국이 호주·캐나다·한국·일본·노르웨이·필리핀에 대한 무역·관광 제한정책으로 영향력 확대를 모색했다는 비판도 더했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보복을 당한 한국 입장에선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개혁·개방 초기의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전략 대신 힘을 과시하는 공격적 행보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일대일로와 함께 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례는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선언이다. 미래를 선도할 핵심 10개 분야를 선정해 당시 10% 이하였던 중국산 점유율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 갈등에는 강대국 전략을 너무 먼저 발표한 중국의 오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체제의 생산기지이자 하위 파트너로 머물길 원했던 바람과 달리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실제 통신과 컴퓨팅, 인공지능(AI) 기술에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자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 나선 것이라는 뜻이다.

 

민주주의나 자유주의 같은 이념과 명분을 동원하지만, 미국의 가장 핵심적 관심사는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 유지다. 2019년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제품 수출금지 명령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제공 거부, 반도체 설계기술을 제공하는 영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사업중단 선언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기술을 이용한 제3국 제조 반도체의 화웨이 제공까지 금지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등 정부 예산을 받는 대학 연구소에서 해외 기술유출 혐의가 있는 연구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벌일 정도로 기술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국 대학원생 추방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양평섭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결국 장기화되고 일상이 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관세나 무역이 관심사였다면 이제 기술 패권 전쟁과 홍콩, 대만 문제 같은 비경제적 문제들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의 참여를 설득하면서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했다.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월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응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선택론보다 보편 가치, 연대로 대응해야

 

·중 대립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흐름도 가시화하고 있다. 반중(反中)경제블록인 EPN 참여를 기준으로 우호국과 비우호국을 가릴 태세이다. 편 가르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씩 나뉘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칙과 국가 간 연대를 통해 사안별로 대응하는 방식과 미국 중심의 경제네트워크에 합류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나뉘었다.

 

이신화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고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진 않는다면서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근간이 한·(韓美)동맹이었다는 점을 중국 측에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분명히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미·중 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독일을 비롯한 제조 강국,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캐나다 등 중견국 등과 다자주의를 강화해 생산기지와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은 중국에 협조적인 국가와 기업을 배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미국 중심의 네트워크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협력 체제 구축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보편가치를 원칙으로 삼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미국에 줄서야 하나, 중국에 줄서야 하나라는 선택적 사고방식을 가져선 안 된다미국이 요구하더라도 그것이 글로벌 가치에 맞지 않으면 당당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양회(兩會)에서 데이터 중심의 미래 산업에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빅데이터·인공지능 분야에 앞선 중국과의 협력은 한국 입장에서도 포기하기 어렵다면서 미래를 보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홍콩 제재가 가시화할 경우 홍콩이 맡고 있는 동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한국이 가져올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중국 기업과의 결제에서 달러-위안화, 위안화-달러의 이중결제를 하게 되면서 한국 기업은 환율 리스크에 두 번 노출된다위안화-원화 결제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크고, 현재 위안화-원화 통화스왑 규모가 크다는 한국만의 장점을 살리면 동아시아 금융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우열 교수는 ·중 중간에 낀 국가들은 로키로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대신 물밑에서 유럽과 동남아·오세아니아·인도 등과 연대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선택론을 부각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한국이 대응전략을 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동맹은 군사동맹이고,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끊을 수 없는 만큼 한 나라를 선택한다는 전략보다는 산업별·사안별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유럽국가들은 미국 편에 가깝긴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트럼프 체제 이후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문명상 중국과 우호국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국가들과 다자 간 혹은 3~4개국의 소다자(小多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응을 미·중이 처음에는 고깝게 볼 수 있지만 계속 블록을 만들어 연결되어 있되 독립된 공간을 만드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 인사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대응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명분으로 미·중의 줄세우기 흐름을 피해갈 수도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528일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개방성, 투명성, 민주적 절차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라고 언급한 대목이나 과거로의 퇴보가 아닌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시대의 글로벌 연대를 다져 나가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원칙연대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평섭 위원은 친구로서의 미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과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잘 활용하는 구분된 전략이 아직까진 필요해 보인다면서 지금은 욕을 먹어도 전략적 모호성을 택해 실리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자기 편을 늘릴 생각이라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차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시장 개방을 위한 조치들은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제공하는 시장이나 공급망(supply chain)을 미국이 대체할 수 없다면 끊어내는 전략은 주변 나라의 동조를 받기 어렵다면서 중국시장 개방을 통해 다른 나라들도 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미국 우선주의만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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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자리가 ‘0’일 때 최상의 행복감”…이규항 ‘0의 행복론’은?
도산서원, 445년만에 '향알 전야 재계 강독' 야간 공개
여야 국회의원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 잇따라
南北 교회 '광복절 평화통일 공동기도문' 31년 만에 첫 무산 위기
트럼프, 경제 지지율마저 흔들려…백신 개발이 유일한 희망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이낙연, 대선판까지 이어질까…‘대세론’ 허실
“명상은 마음 근육 위한 운동…쉽고 간단하게 ‘가벼운 접근’ 필요”
원칙과 방향 없는 ‘부동산 정치’
현장예배 필요성 더 강조한 개신교…거리두기 일상 익숙해진 천주교
올 여름 싹쓸이하는 ‘싹쓰리(SSAK3)’
반산 스님 “시대가 어려울 때 이를 선도하는 불교가 있었다”
“보다 쉽게 전해주자”…‘원불교소개 페이지’ 새 단장
바리스타, 목수, 작명가 1인4역…‘골목 목회’하는 안준호 목사
엇갈린 사랑의 비극…드라마발레 걸작 ‘오네긴’, 관객 사로잡았다
美·中 일촉즉발…국교단절 직전 수준으로 충돌
"이해라는 생각 있으면 참된 깨달음 아니고 無念이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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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종교의 진정성을 두루 살펴 보고 이해함으로써 각 종교와 사회의 화평과 상생, 조화를 이룬다.
회장 이옥용 /발행-편집인 신민형 / 양형모 상임고문 / 편집국장 이부평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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