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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사랑의 비극…드라마발레 걸작 ‘오네긴’, 관객 사로잡았다
오만한 청년과 순수한 여인의 사랑이야기…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막 내려
기사입력: 2020/07/27 [22:2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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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청년과 순수한 여인의 사랑이야기…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막 내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여러 공연이 미뤄졌던 올 상반기에 드라마발레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오네긴(Onegin)’이 유니버설발레단의 2020년 첫 공연으로 7월1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맞아 공연예술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해의 캐스팅으로는 강미선-이동탁, 손유화-이현준이 각각 타티아나와 오네긴으로, 홍향기-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김나은-간토지 오콤비얀바가 올가와 렌스키, 그레민 공작으로는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와 강민우가 무대에 올랐다. 극적인 스토리 전개, 존 크랑코의 드라마틱한 안무,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편곡한 차이코프스키 음악과 섬세한 감정 묘사가 만나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오네긴’. 천재 안무가 존 크랑코의 대표작이자 드라마발레의 정수(精髓)라 불리는 그 마지막 무대를 만나봤다.

 

서울지하철 신당역 인근에 있는 충무아트센터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대비해 입구마다 무인 체온측정기를 설치, 통과 후 공연장 내부에 입장할 수 있게 했다.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두었고, QR코드로 모바일 전자명부를 작성한 후 객석에 입장하게 했다. 객석 내부에서는 직원과 관객 전원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출연진 대면 및 외부 음식물과 선물 반입도 제한됐다.

 

코로나19 이후 첫 발레 전막 공연…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줄거리


20세기 세계 발레의 상징이자 기호가 된 존 크랑코의 드라마발레 ‘오네긴’은 새로운 발레의 길을 모색하고 길을 열어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1965년 초연(初演) 이후 이 안무가의 이름 주위에 따라붙는 ‘천재적, 반복 불가능한, 위대한’이라는 모든 형용사는 존 크랑코와 그의 ‘오네긴’을 설명하는 당연한 수식어가 됐다.

 

발레 ‘오네긴’의 전반적인 내용은 푸쉬킨의 원작 ‘예브게니 오네긴’과 유사하게 흘러간다. 매사가 무료하고 냉랭한 심성의 오네긴, 자신의 생일파티를 찾아온 오네긴에게 첫눈에 반한 타티아나가 두 주인공이다. 얼핏 보기에도 크게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딘가 아슬아슬하다. 타티아나는 그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길 간절히 원하지만 오네긴은 형식적인 에스코트조차 무성의하다.

 

타티아나는 그날 밤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며 꿈속에서 거울점을 치기까지 한다. (거울점은 당시 러시아에서 유행하던 점으로, 거울 속에 나타난 사람이 미래의 반려자라고 믿었다.) 거울 속에선 현실과 달리 상냥한 오네긴이 나타나 친절하게 춤을 청한다. 타티아나는 이 꿈에 용기를 얻어 그를 향한 마음을 편지에 실어 보낸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지만 오네긴에게만큼은 예외였는지, 2막의 막이 오른 후 첫 장면은 오네긴이 타티아나의 마음을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타티아나가 쓴 사랑의 편지인 연서(戀書)를 보는 앞에서 찢어 보이면서 무례하게 돌려보낸다. 거기에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타티아나의 여동생 올가를 유혹하기까지 한다. 결국 오네긴은 올가의 약혼자이자 자신의 친구인 렌스키와 결투를 벌이게 되며, 렌스키는 오네긴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동생의 약혼자까지 잃은 타티아나는 어떻게 됐을까. 3막에서는 시간이 흘러 줄곧 자신을 연모하던 그레민 공작과 부부가 된 타티아나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오네긴은 한 번 더 타티아나 앞에 나타나 마음을 흔드는데, 과거와 반대로 그가 타티아나에게 반해서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하게 된다.  

 

하지만 타티아나는 그이 고백에 흔들리면서도 과거 오네긴이 그랬던 것처럼 고백이 담긴 연서를 단호하게 찢어버린다. 그렇게 좌절하며 도망치듯 떠나가는 오네긴과 오열하는 타티아나의 모습을 끝으로 발레 ‘오네긴’은 막을 내린다. 

 

코로나19 이후 2020년 처음으로 전막(全幕)공연을 성황리에 끝낸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은 공연에 앞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해설을 들으니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문 단장은 매 공연 때마다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에서 ‘오네긴’의 드라마발레로서 특징 등을 설명하며 객석과 거리를 좁혔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예술보다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무용계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뜨거운 무대였다.

 

30명 등장 2막 파티장면 내공 잘 보여줘… 2막 최후 ‘비극적 결투’ 발레매력 정점

 

여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던 남자가 오랜 시간 후에는 사랑을 갈구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여인은 단호하게 그가 바친 연서를 찢어버린다. 그리곤 오른팔을 힘차게 뻗어 검지로 문을 가리킨다. 그러나 남자가 떠난 후 여인은 끝내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회한(悔恨)에 결국 무너진다. 3막에 걸친 드라마 끝에 정적이 찾아온 객석에는 이내 무대에서 넘어온 격정이 흘러넘친다.

▲ 엇갈린 사랑의 격정과 회한을 담은 드라마발레 ‘오네긴’.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이동탁이 각각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속 순수한 영혼의 아가씨 타티아나와 오만한 귀족청년 오네긴을 맡아 연극 무대 같은 연기를 무용과 함께 펼쳐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오만한 청년 귀족 ‘오네긴’과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인 ‘오네긴’은 천재 안무가 존 크랑코의 대표작이다.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 삼아 작곡가 쿠르트-하인트 슈톨제가 차이코프스키의 여러 작품을 편곡해 만든 음악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이 작품은 안무가의 유지(遺志)를 지키는 존 크랑코재단의 캐스팅 참여 및 연출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키는 발레단만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까다로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세계 초연 후 2001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영국 로열발레단, 2009년 파리오페라발레단 등 정상급 발레단이 속속 자신들의 레퍼토리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선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아시아에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렸다. 마지막 공연 후 3년 만인 이번 무대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35년 역사를 쌓아온 자신들의 역량과 내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남녀 주인공 만남과 비극의 씨앗이 뿌려지는 1막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역시 거울 파드되(2인무)였다. ‘거울 속에서 자신의 미래 연인을 만난다’는 환상에 빠진 타티아나가 꿈속 오네긴과 춤을 추며 혼자만의 사랑을 키우는 장면이다. 24일 공연에선 강미선 수석무용수가 오네긴을 맡은 이동탁 수석무용수와 완벽에 가까운 호흡으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국내 초연 때부터 빠짐없이 ‘오네긴’ 주인공을 맡아온 강미선의 타티아나 연기는 이번이 다섯 번째. 그래서 다른 클래식발레와 달리 드라마발레로서 여러 등장인물 간 복잡한 감정 흐름이 교차해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오네긴’ 무대 위에서 강미선은 단 한순간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갔다. 특히 거울 파드되에서 강미선이 원숙한 기교로 발끝에서 만들어낸 곡선의 아름다움은 인상적이었다.  

▲ 유니버설발레단은 35년 역사를 쌓아온 자신들의 역량과 내공을 ‘오네긴’을 통해 여지없이 보여줬다.  


총30명이 등장하는 2막 파티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내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타티아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하객들이 다양한 춤을 선보이는 가운데 엇갈린 사랑이 시작되고 무모한 장난과 오해가 명예와 목숨을 건 결투로 이어진다. 오네긴과 타티아나, 타티아나의 여동생 올가와 그녀의 약혼자이자 오네긴 친구인 렌스키, 그리고 훗날 타티아나와 결혼하는 그레민 공작이 무도회장 곳곳에서 놓치면 안 되는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마치 실제 무도회장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2막 마지막 비극적인 결투 장면과 엇갈린 사랑의 회한이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3막에선 드라마 발레로서 ‘오네긴’이 가진 매력이 정점에 달한다. 왕자나 공주도, 마법사나 백조도 없는 ‘오네긴’은 귀족이라지만 결국 어긋난 사랑에 어쩔 도리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옛사랑 앞에 무릎 꿇는 주인공 오네긴을 맡은 이동탁의 입체적 연기와 상대역이 믿고 춤을 펼칠 수 있는 그의 든든함이 돋보였다.


주요국 공연장이 거의 모두 폐쇄된 상황인 만큼 ‘오네긴’은 유니버설발레단만 아니라 세계 무용계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막한 발레 전막 공연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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