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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 ‘생활의 발견’●만화카페, ‘꽃보다 남자’
“철저한 시장 조사가 창업 성공의 지름길”
기사입력: 2020/09/11 [15:3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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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교육·호반의 도시로 불리는 춘천시 중앙로 명동 거리. 젊은이들이 낭만과 하늘빛 희망을 품고 즐길 곳을 찾았다. 30대 중반이었던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만화책 보기를 즐겼다. 젊은이들의 기다림이 길어질 때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장소로 낮에는 커피숍으로 저녁에는 생맥주나 칵테일로 젊음을 분출할 수 있는 곳. 만화카페를 하고 싶어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운영 방법을 익히기 위해 부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준비한 지 3개월이 됐을 때이다. 춘천 명동 거리 대로변 옆, 좁은 골목 입구 가시나무 새란 호프집이 지역 생활정보지에 매물로 나왔다.

 

장소는 합격점이지만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동생은 친구들을 호프집에 보내보기도 하고, 저녁에 들어 가는 손님 계층 연령대를 망을 보듯 조사하였다. 인근에 있는 대학교 학생과 군인이 주 손님이었고, 특히 단체 손님이 오고 있다고 했다. 한 달 정도 분석 후 결정을 내리고, 동생과 나는 임차인을 만났다. 삼십 대 여성인 호프집 주인은 영업이 잘되고 있지만, 아픈 식구가 있어 불가피하게 정리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가게는 수채화 그림을 품은 듯 은은한 파스텔 색조로 꾸며졌고, 푹신해 보이는 베이지색 소파, 모임을 할 수 있는 룸이 2개 있었다. 하지만 소파는 천갈이를 해야 할 정도로 낡아 있었다. 권리금을 감해달라는 부탁을 해보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도 좋고 만화카페를 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라 계약을 했다

 

내부 인테리어 보완 후 15일이 지나 운영을 시작하였다. 간판은 만화카페에 어울리게 그 시절 인기 있던 그림 같은 사랑을 그린 만화책 제목 꽃보다 남자로 바꾸었다. 군인이나 대학생 손 님이 많이 오는 것을 고려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책, 대학생을 위한 배려로 취업에 관련된 서적을 비롯한 베스트셀러 책들을 사들여 진열했다. 그리고 벽에 만화 캐릭터 그림으로 실내장식을 대신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두어 커피숍으로 운영했고, 오후 3시부터 동생이 안주를 만들고 직접 서빙을 하였다. 몇 날은 사람을 구하고 카페 일을 익히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생각보다 무척 힘들어했다. 날마다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고 다음 날 안줏거리 준비를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와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생이 직접 만든 퓨전 요리로 단호박을 깔고 그 위에 갖가지 해물을 볶아 소스를 만들어서 뿌리고 오븐에 구워내 안주로 내놨다. 음식 맛이 왜 이러냐는 투정을 듣기도 했고, 어제 먹은 굴 튀김 안주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항의하는 손님까지 있었다. 어떤 날은 손님 몇 사람이 일찍 와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서 다른 곳에서 사온 군것질거리를 먹으며 오래 뭉개고 있을 때는 속이 찌개 냄비 끓듯 부글부글 올라 왔지만, 겉으로는 낮은 자세로 임했다.

 

만화카페 운영 자금을 쌓아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 유동 자금만 가지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님이 끊길 때는 속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 비용과 임대료 를 내고 나면 운영 수익은 겨우 동생 인건비를 가져갈 정도였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생각했고, 반년이 지나니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새로운 안주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며 맛의 차별화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니 주위 카페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동아리 모임이나 친목을 위한 단체 모임과 연인들이 함께 즐겁게 지내기 위하여 찾아온다. 만화카페를 운영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작은 경영이라 생각하고, 즐기며 운영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정성을 다하니 자연스럽게 맛도 있고 친절한 장소라는 소문이 퍼졌다.

 

동생만의 지침서를 만들어놓고 대학생 동아리, 직장 단체 회식의 단골손님 확보에 주력했다. 손님들에게 고객 카드를 만들어 일정한 금액을 팔아줄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새로운 손님을 데려오면 포인트를 합산해주었다. 그들이 오는 날엔 좋아하는 안주나 포인트 사용한 횟수를 점검해서 서비스 안주를 제공하는 감사 행사를 시행했다. 만화카페에 들어간 모든 지출을 꼼꼼히 따졌다. 힘들어도 날마다 들어간 재료비를 메모하며 조절했더니 서류상의 이익이 수익으로 다가왔다. 2년이 지나자같은 장소라도 누가 어떻게 영업하는가에 따라 성공과 실패라는 갈림길이 다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창업 열풍에 동참하지 만 2년이 채 못 가서 폐업률이 70% 이상 이른다는 통계를 지켜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한 번의 실패에 그들은 큰 좌절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가 창업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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