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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매미처럼

박현선 | 기사입력 2020/11/10 [08:05]
힘들 때면 곁에서 힘이 되고, 위로해주는 친구

박현선 ‘생활의 발견’●매미처럼

힘들 때면 곁에서 힘이 되고, 위로해주는 친구

박현선 | 입력 : 2020/11/10 [08:05]

힘들 때면 곁에서 힘이 되고, 위로해주는 친구 

 

마음을 의지하는 소중한 친구가 있나요?”

 

누군가 물어온다면, 환한 미소로 오는 오랜 친구, 차은수 얼굴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한 후 모든 것이 낯설어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때, 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단짝이 되어준 은수.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은수의 성격은 나와 상반된 면이 많았다. 중학교 진학을 같이하면서, 어머니들끼리도 아주 가깝게 지내셨다. 생일이면 서로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그 시대 유행하는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 John)Let Me Be There, 혼성그룹 아바(ABBA)Dancing Queen같은 팝송을 따라 부르며 즐거움을 함께했다. 에너지가 방전되었다고 느낄 때, 그 시절 추억은 우리들의 충전 공간이 되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의류업을 하는 은수는 판단력이 빠르고 냉철한 모습 뒤에는 따뜻함과 여린 마음도 있는 결이 고운 친구이다. 여고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후 한쪽 다리가 불편하여 목발을 짚고 다니던 학생이 있었다. 그 옛날, 행당 시장은 좌판에 물건을 깔아 놓기도 하고, 난전에 앉아 먹거리를 파는 번잡한 거리였다. 뒤뚱뒤뚱 절며 걷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시장통을 지나가는 은수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었다. 3년 꼬박 등하교 때 학생 책가방을 들어주는 선행으로 학교를 건강하게 바꿔놓기도 했다.

 

은수는 남에게 해가 될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일할 때도 똑 부러지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차 없이 나누는 그런 친구가 어찌나 마음이 선한지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자신에게 엄격하지만, 상대에게는 마냥 너그러운 친구다. 사업을 하다 보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돈이 오가는 일만큼은 조심스러워진다. 친한 사람과는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돈과 사람 둘 다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돈을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적이 있었던 뒤로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런데 은수는 달랐다. 돈이 꼭 필요한 친구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돌려받을 수 있을지, 흐릿한 상황에서도 부탁을 들어주는 일이 많았다. 주변에서 말리거나 걱정해도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떼일 수 있다는 것을 은수가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만큼 돈 문제에 초연한 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알뜰하고, 특히 돈 관계는 깔끔하게 처리하는 정확한 친구였다.

 

친구의 남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돈을 빌려주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돌려받지 못할 대여금이라도 그것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 마음을 어루만지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준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런 친구에게 단점이 있다면 성격이 조급하다는 것과 툭툭 내뱉는 직설적인 화법이다. 그 때문에 좋은 점을 못 보고 오해하거나 상처받는 사람도 있지만, 가까이에서 겪어본 사람은 마 음이 여리고 따뜻함을 알게 된다.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자신이 지닌 많은 장점으로 그 단점을 덮는 그런 친구이다. 우리는 서로 말을 아낀다. 힘든 말일수록 오히려 더 그렇다. 특히 감사의 표시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는 친구니까.

 

또한, 은수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인맥 관리를 잘한다는 것이다. 교제 범위가 넓고, 다양하여 이 친구를 통하면 여러 분야의 사람과도 연결된다. 꼭 필요한 일이 있어 부탁하면 연결해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관심의 폭이 넓어 안 가는 데가 없고, 안 끼는 자리가 없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활력이 넘치는 여장부다.

 

늘 궁금했었다.

어떻게 저,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까?’

 

그 여장부의 활력을 몸소 체감하게 된 일이 있었다. 십여 년 전, 건축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모임에 참석하고 지친 몸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암담한 처지로 우울감에 젖 어 온몸이 내려앉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야! 아까 보니까,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상심이 깊을 땐, 집에 있으면 안~! 나와! 만나서 털어내자!”

 

은수는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다독여주었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다보니, 마음이 가볍게 변화되어갔다.

 

은수가 그랬듯이 나도 친구가 힘들 때면 곁에서 힘이 되고, 위로해주고 싶다. 하지만 마음뿐 쉽지가 않다. 워낙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픈 곳을 건드리게 될까 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그 마음을 모를까.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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