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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와 설날, 새해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동지는 천지기운을 가장 강력하게 받는 절기…한국인은 왜 설날 나이를 먹는가
기사입력: 2021/01/08 [21:17]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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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천지기운을 가장 강력하게 받는 절기한국인은 왜 설날 나이를 먹는가 

 

오래전부터 동지(冬至)는 일년 중에 천지 기운을 가장 강력하게 받는 중요한 절기(節氣)로 여겨져 왔다. 음양오행(陰陽五行) 상으로 보면 음()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동지를 기점으로 서서히 양()의 기운이 소생한다. 동지를 기점으로 태양이 새롭게 떠오르고 모든 생명들도 동지를 기점으로 다시 부활한다고 여겨왔다. 동지는 본래 일양시생지절(一陽始生之節)’, 현실에서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태동하는 절기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서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해서 작은 설로 불리기도 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동지를 실제적인 설로 삼았다. 조상신들과 천지신들께 제사를 올리는 행사를 동지에 지냈다. 동지에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첫인사를 받고 또 임금은 신하들에게 새해 달력을 나누어 주는 풍습도 있었다. 동양에서는 그런 식으로 동지를 맞이했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동지는 중요한 명절이었다. 고대 로마 시대에는 동지를 태양 부활절이라고 해서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일로 지냈다. 로마 시대를 지나 널리 전파되기 시작한 가톨릭과 그 뒤를 이은 개신교에서도 태양 부활절축제를 계승해 예수의 탄생일(크리스마스)을 이 날로 정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동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시해온 명절이다. 동지에는 팥죽을 나누어 먹는다. 동짓날 팥죽 역시 밤이 가장 길고 음의 기운이 강하다 보니 삿된 기운이 들끓게 되고 붉은 색, 즉 양의 기운을 띠는 팥으로 죽을 쑤어서 음의 기운, 즉 삿된 기운들을 누르는 액()막음의 행사로서 동지를 지내기도 했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도 동지를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로 생각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불교의 동지불공에는 축원에서 반드시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새로운 서원을 세우는 축원을 하기도 한다. 묵은 한 해를 보내면서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새로운 서원을 하는 행사다. 불교 뿐만 아니라 민족종교 등에서도 동지대천제 등의 이름으로 행사를 치른다.

 

고대 로마의 태양신 축제일은 기원전 6세기경 조로아스터교에서 로마로 전파되어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날’, ‘무적의 태양신 탄생 축일’, ‘정복할 수 없는 태양의 생일등으로 불렸으며 태양신을 숭배하는 미트라(Mithras)신앙으로 뿌리내렸다. 태양신으로 널리 알려진 미트라에 대한 신앙은 약 4000년전 페르시아에서 시작됐다. 미트라 신앙은 동으로는 인도에서 중국까지 서로는 로마국경의 전체 범위, 즉 스코틀랜드에서 사하라 사막, 스페인에서 흑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사실상의 설동지와 실제의 설

 

연말이 되면 우리는 그해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고 아쉬워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곧이어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해 못 이룬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된다. 그리고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있다. 새해 첫날의 태양 기운을 받기 위해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정동진이나 간절곶 또는 높은 산으로 해맞이를 하러 간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 새해맞이는 코로나19로 이마저도 할 수 없었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역경(易經)에는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고 복괘(復卦)11월에 배치했다. 따라서 중국 주()나라에서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삼았다. 이러한 중국의 책력과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옛 문헌 중에는 동지부터 섣달그믐까지 한 달 이상을 설로 쇠었다는 기록도 있다. 음력으로 보면 그냥 1, 2월이 아니라 월마다 12간지(干支)의 이름이 있다. 동지에 새해가 시작된다면 음력 11월인 자월(子月)1월이 되고 1월은 인월(寅月)이 된다. 이렇게 보면 또 12간지의 시작은 쥐인 자()인데, 역시 자월(子月)의 첫날인 111일을 사실상의 설로서 새해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양력과 음력에 여러 날의 시차가 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365일이 걸리는데 달이 지구를 12바퀴 도는 데는 354일이 걸린다. 11일이나 차이가 생긴다.

 

이와 달리 새해의 기준을 음력 1월 즈음에 있는 입춘(立春)으로 하자고 한 것은 공자(孔子)였다고 한다. 다만 공자는 입춘이 새해의 기준이 돼야 농경사회에서 백성들이 편하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동지는 그냥 사실상의 설이고 실제로 설은 따로 지켜 왔던 것은 우주의 원리에 대한 소강절(邵康節: 중국 송대宋代의 유학자)이 언급한 다음 구절에서 알 수 있다. ‘하늘은 자()에 열리고 땅은 축()에 열리고 인간은 인()에 열린다.’ 하늘의 시작은 자에서 시작하지만 그 기운이 인간에게 내려오는 것은 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은 왜 설날에 나이를 먹는가

 

한국인은 왜 각자 자신의 생일이 되어서가 아닌 새해 11일이 되면 누구나 한 살을 먹는 걸까. 이는 나이를 재는 단위인 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을 먹었다는 것은 한 을 맞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른 살이면 서른 살이지 그 뒤에 개월 수를 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내온 시간이 아니라 을 몇 번 보냈느냐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낳다에 접미사 를 붙어 생겨난 말로, ‘이 탈락하여 나이가 되었다. 낳은 날로부터 얼마 지났는가를 따지는 단위이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를 측정하는 방식은 서양처럼 단순한 양적 개념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나이는 시간의 눈금에 인간을 위치시켜서 측정하는 개념이다. 즉 인간이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의 눈금에 인간이 위치할 뿐이다. 시간, 즉 자연이 주체이고 인간은 객체인 것이다.

 

시간이 지난 만큼 먹는 서양식 만(滿) 나이와 달리, 우리의 나이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말할 뿐이다. 만일 내가 서른 살이라고 하면 서른 번의 설을 보냈다는 의미이다. 물론 여기에 수태(受胎)기간 1년으로 인해 태어나면 바로 먹는 한 살이 포함된다. 나이를 세는 단위인 ’()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를 뜻하므로 설날인 11일에 해가 바뀌는 것은 과 매한가지다. 이러한 동서양의 나이에 관한 관념의 차이에서 우리는 서양의 인간 중심주의와 동양의 자연 중심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설날 나이를 한 살 더 먹더라도 올해는 코로나19도 조기에 물리치고 모두 건강한 일상을 되찾으면 좋겠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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