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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란의 종교가 산책
서양문화와 불교-⑧ 인도-그리스 왕국 메난드로스 불교도 왕
그리스적 사유와 인도 불교적 사유의 만남
기사입력: 2021/02/15 [08:4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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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 명의 그리스 승려들이 스투파(탑) 낙성식에 참가한 스리랑카 아누라다푸라 루완웰리사야 대탑(大塔). 기원전 130년 건립.  

 

그리스적 사유와 인도 불교적 사유의 만남

 

불교와 그리스 세계가 기원전 헬레니즘 시대에 접촉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라서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 믿음을 갖게 된다. 지금 시대는 지구촌이라는 한 마을에서 모두가 공동 운명체적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생존마저 위협받게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보더라도 전 세계가 함께 피해를 당하면서 함께 퇴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어느 한 국가만이 안전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가가 다 안전했을 때, 지구촌은 평안하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어느 한 나라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은 갈수록 힘을 잃는 상황이다. 모든 나라가 다 잘 살 수 있다는 바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종교인들은 이런 생각이 비록 이상적인 꿈속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져가고 있는데, 종교인들마저 세상을 자기종교만을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산다면 세상은 더욱 더 각박해서 삭막해 질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은 필요하며 종교 다원주의적 이해가 절실하다고 본다.

 

다시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로 돌아가서 불교라는 종교를 생각해 보자.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점령하고 인도 서북 지역까지 침공하여 그리스 식민 국가를 건설함에 따라서 그리스 정신과 문화가 인도 문화와 교섭하게 되고, 당시 인도에서 새로운 종교로 부상하던 불교와의 접촉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불교도 왕인 아소카 대왕의 불교전도 프로젝트라는 불교전도승 파견 때문이었다. 이런 역사적 선후관계가 없었다면 그리스 사상과 불교가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서양문화와 불교의 만남이라는 데에 까지 이르게 된다.

 

기독교가 공인되기 이전에 벌써 불교는 그리스 헬레니즘 국가와 로마제국에 전해졌으며, 어떤 형태로든지 교섭이 이루어졌음이 분명하다. 동로마제국 시대에도 불교는 동로마국가 지역에 진출했음은 당연하다. 이런 교섭은 결국 아라비아에서 이슬람이 일어나면서 불교의 서방진출은 차단되게 되고 중앙아시아는 물론 인도에서도 불교가 큰 타격을 입고 주저앉게 되는 불운을 당하게 된다. 이 기간이 너무 길어서 인도에서는 무려 8백년간 불교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알 수 있지만, 그리스의 승려들이 인도 남단의 실론 섬에서 열린 큰 불교행사에 참석한 일이다. 그것은 대탑낙성식이었다. 스리랑카의 사서인 대사(大史)란 의미를 갖는 마하왕사(Mahāvaṃsa)에 기록되어 있다. 마하왕사5세기경 빨리어로 쓰인 서사시로서 그것은 스리랑카의 전설적인 건국이 있었던 기원전 543년 인도 벵갈 서부의 라르 지방으로부터 비자야 왕자가 스리랑카로 왔을 때부터 아누라다푸라 왕국의 마하세나(Mahasena) 왕의 죽음(기원후 302)까지 스리랑카 역대 왕들의 이야기를 서사시 형식으로 읊은 것이다.

 

이 사서는 아누라다푸라에 있는 마하비하라 사원의 승려가 지은 것이다. 루완웰리사야 대탑(大塔)은 이 사원에서 기원전 130년경에 세운 것이며, 이 사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가 살아 있는데, 이 보리수는 아소카 대왕의 딸이었던 상가미타 여승이 인도 붓다가야 보리수에서 가지를 꺾어 온 것이다.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앉아서 성도했던 보리수는 12세기 무슬림의 침공으로 베어졌고, 지금의 보리수는 스리랑카에서 가지를 다시 이식해 온 것이다.

 

▲ 왼쪽은 그리스-박트리아 메난드로스 2세 왕의 주화에 새겨진 그리스 신들과 법륜(法輪)으로, 제우스신이 승리의 신 니케를 붙들고 있다. 니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정복과 승리의 신이다. 여기서 니케는 법륜위에 승리의 월계관을 들고 있다. 오른쪽은 신이 그리스식 망토와 모자인 페타소스를 쓰고 법륜을 굴리고 있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틸리야 테페 불교주화이다. 여기서 발굴된 틸리야 테페 금관은 신라금관과도 비슷하다.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은 그리스 식민 국가이지만, 불교를 받아들여서 왕이 불교로 개종하는 등, 불교가 번성했다. 알렉산더 동방원정 이후 2백여 년이 지나면서 불교는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데, 이것은 알렉산더 후계자인 셀레우코스 제국(기원전312기원전63)과 박트리아 왕국(기원전 256기원전125), 인도 그리스 왕국(기원전 180년경~기원전 10)에 이르기 까지 불교가 전성을 이루었고, 자연스럽게 그리스인 불교도들이 활약했다.

 

스리랑카 대탑 낙성식에 무려 3만 명의 그리스 승려들이 참가했다는 것은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불교승려들이 존재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리스의 헬레니즘 국가였던 셀레우코스 제국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계승 왕국중 제국의 최대 영토를 소유했다. 아나톨리아 중부(현재의 터키)와 레반트(시리아 이스라엘), 메소포타미아(이라크), 페르시아, 투르크메니스탄, 파미르, 인더스 계곡을 포함했는데, 동방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여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계승국 중에서 가장 영토가 넓었다.

 

다시 말하면 인도에서 생겨난 불교가 인도 서북단의 그리스 식민 국가는 물론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시리아 이스라엘까지 전파된 것은 물론이다. 불교는 헬레니즘 국가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05기원전 30)에 까지 미쳤는데, 대부분의 이집트와 동부 지중해연안 등지이다. 불교는 인도에서 이집트 그리스 본토까지 전해졌으며, 상호 자유롭게 왕래했음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메난드로스 1세 소테르(Menander I the Savior 재위:기원전 165기원전130)는 인도 그리스 왕국을 다스렸던 왕으로 불교에서는 빨리어로 밀린다(Milinda) 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래 그는 박트리아의 왕으로 펀자브를 정복하고 서쪽의 카불 강 계곡에서 동쪽의 라비 강까지, 북쪽의 스와트 강 계곡에서 아라코시아(헬만드 주)까지에 이르는 인도 아 대륙에 그의 제국을 세웠다. 고대 인도의 기록자들은 그가 파탈리푸트라(파트나)로 남하해 갠지스 강 계곡의 동쪽 멀리까지 왔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지리학자 스트라본은 "알렉산더 대왕보다 더 많은 부족을 정복했다."고 기록하였다. 오늘날 그 지역에서는 메난드로스 1세의 얼굴을 새긴 동전이 많이 출토되어, 당시 상업의 번창과 그의 왕국이 존속했던 기간을 증명해 주고 있다.

 

▲ 터키 흑해연안 산악지대인 아마시아에 있는 스트라본 동상.    

 

그리스의 스트라본(기원전 63~기원후 24년경)은 고대 그리스의 지리학자, 역사가, 철학자이다. 프톨레마이오스(기원후100170)와 함께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뛰어난 지리학자로 일컬어진다. 소아시아에서 태어나 유럽과 이집트·리비아·아시아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지형·지구대·땅 위의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여 모두 17권으로 된 지리학을 만들었다. 스트라본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리스 본토나 헬레니즘 국가들과 인도는 그렇게 먼 나라가 아니었다. 매우 빈번한 교류가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소설역사나 단순한 추측 이야기가 아니고, 역사적 근거가 분명한 교류가 있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당시 인도-그리스 왕국에는 불교만이 아닌 힌두교 조로아스터교와 그리스의 다신교를 자유롭게 신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인도-그리스 왕국의 지배자들은 당연히 그리스계이기 때문에 그리스 종교를 신봉해야 했지만, 메난드로스 왕은 불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불교를 후원하고 비구 나가세나(那伽犀那)와의 대화를 통해서 불교철학에 접했던 것이다. 이 결과로 중요한 불교 경전인 밀린다 팡하(Milinda Panha)가 탄생했다.

 

▲ 메난드로스1세의 초상화.    

 

고대 그리스인들 대다수는 다신교를 믿었는데 다음의 신들을 자신들의 종교적 신앙 체계의 주요 남신과 여신으로 여겼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아폴로,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 아레스, 디오니소스, 헤파이스토스, 아테나, 헤르메스, 데메테르, 헤스티아, 헤라 신 등이다. 고대 그리스 종교의 주류는 다신교였지만 스토아 철학의 철학자들과 플라톤 철학의 몇몇 유파의 종교적·철학적 표현에는 초월적인 단일신을 상정한 것이 보이기는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종교적 교의와 수행 및 실천은 그리스 본토를 넘어 확산되었는데, 아나톨리아(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역의 섬들과 해변 지역, 마그나 그라이키아(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지역), 마르세유와 같은 서부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식민지들이 해당 지역들이다. 고대 그리스 종교는 에트루리아인들의 컬트 종교와 믿음과 혼합되고 융합되었는데 이의 결과물은 후대의 고대 로마 종교의 근간이자 큰 분량이 되었다. 이러한 그리스 종교는 자연스럽게 그리스 헬레니즘 국가와 그리스 식민지 국가에 퍼져갔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그리스 종교관을 갖고 있던 메난드로스 왕이 불교에 귀의하여 나가세나 비구와 불교철학을 논한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다. 밀린다왕문경(Milinda 팡하,王問經)미란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이라고도 한다. 밀린다팡하(Milinda Pañha)의 한역은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라고도 했다. 경이라고 하지만 불설(佛說)이 아니며, 빨리어 삼장에서는 장외(藏外)에 들어 있다.

▲ 메난드로스(밀린다) 왕이 불교승려인 나가세나 비구에게 불교진리에 대하여 질문하고 있다. 이 경은 기원전 2세기 후반에 서북 인도를 지배한 인도-그리스 왕국(박트리아)의 국왕인 그리스인 밀린다(메난드로스 1세)가 비구(比丘, 불교승) 나가세나(那先)에게 불교 교리를 질문하면 나가세나가 이에 해답(解答) 하는 대화 형식의 성전이며, 성립 시기는 기원전 1세기 후반에서 기원후 1세기 전반사이다.    

 

내용은 대별해서 3편 혹은 4편으로 되어 있으며, 1편은 밀린다와 나가세나의 전생(前生) 이야기를 서술한 서론과 두 사람이 3일간에 걸친 대화 끝에 밀린다가 제자가 되는 이야기, 2편은 밀린다가 불교 교리상의 어려운 문제를 들어 그 해답을 나가세나에게 구한 대화, 3편은 수행자가 지켜야 할 덕목(德目)을 비유로써 풀이한 대화이다. 특히 그리스적인 사유(思惟)와 인도나 불교적 사유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사상적 의의와 가치가 있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코리아 대표>  

▲ 필자 보검스님이 터키 이스탄불 항구에서 옛 헬레니즘 시대를 상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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