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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와 불교-㊶ 신지학협회와 실론불교근대주의 운동 촉진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1/10/04 [09:42]
미국 출신 초대회장 헨리 스틸 올 코트 불교개혁에 영향

서양문화와 불교-㊶ 신지학협회와 실론불교근대주의 운동 촉진

미국 출신 초대회장 헨리 스틸 올 코트 불교개혁에 영향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1/10/04 [09:42]

미국 출신 초대회장 헨리 스틸 올 코트 불교개혁에 영향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됐다. 아소카대왕의 신심과 원력에 의해서 불교는 인도 아 대륙은 물론 북쪽으로는 그리스 식민지 박트리아 영역과 남쪽으로는 실론 섬에 까지 불법이 전파되는 계기가 됐다. 한 종교가 전파되는 과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불교가 인도 아 대륙 밖으로 까지 전파되는 데는 전달하고자 하는 권력자의 의지와 배려가 절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널리 펴서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중요하다. 불교가 확산되는 데는 이런 전도승려들의 노력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지금은 스리랑카로 불리지만 과거에는 실론이라고 했다. 불교의 본 고장인 인도에서 불교가 거의 쇠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실론 불교는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 미국의 군인, 언론인, 변호사, 프리메이슨이자 신지학 학회의 공동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을 역임하고 불교로 개종한 올코트. 

 

실론불교의 위상과 역사적 소중함은 인도 초기불교의 전통과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론불교의 긴 역사에서 굴곡진 변동과 파란이 있었고, 한 때는 승가 공동체가 소멸할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기면서 불교 본래의 본분을 수호하고 유지해가고 있다. 하지만 서구열강 식민개척과 맞물리면서 실론 불교는 또 다른 시련을 맞게 되는데, 그것은 기독교와의 종교 갈등이다. 여기서 길게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실론불교 더 나아가서는 불교라는 종교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성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국 출신, 신지학 협회 초대회장 헨리 스틸 올 코트 대령이다.

 

그는 처음엔 신지학에 입문하여 동양 사상과 종교에 눈을 뜨게 되고 특히 인도의 종교 사상 등에 빠져들게 되었다. 신지학협회를 뉴욕에서 아예 인도로 옮기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실론을 방문하고 나서는 불교로 개종하는 사상전환을 하기도 했다.

 

헨리 스틸 올코트 대령(18321907)은 미국의 군인, 언론인, 변호사, 프리메이슨이자 신지학 학회의 공동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이었다.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16세기 말부터 시작된 인도주의적 박애주의를 지향하는 우애단체 혹은 취미 클럽이다. 이 단체에 소속된 일원을 프리메이슨(freemason)이라고 부른다. 프리메이슨은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 여러 형태로 존재하며, 스코틀랜드 그랜드 롯지와 아일랜드 그랜드 롯지 관할 하에 약 15만 명, 영국 연합 그랜드 롯지 관할 하에 약 25만 명 등 영국과 아일랜드에 약 4십만 명이 있고, 미국에 약 2백만 명이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약 6백만 명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원들은 각 그랜드 롯지의 헌장에 입각한 선언을 포함해서 여러 방식으로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믿음을 나눈다. 대부분의 그랜드 롯지들은 지고자(Supreme Being)’를 믿는다는 선언을 회원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로 삼고 있다.

▲ 영국의 연합 그랜드 롯지의 입당식 장면.  

 

1700년대 초에 영국에서 계몽주의적 경향에 비밀결사 등의 개념이 더해지고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성격이 부여된 근대적 프리메이슨이 나타났다. 프리메이슨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비밀결사였다. 프리메이슨에는 원래 신비주의에만 기초한 전통적 프리메이슨이 있었으나 1717년 런던에서 철학적이고 사색적 성격의 근대적 프리메이슨이 창설되었다.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인 올코트는 실론 불교를 접하면서 불교로 개종하고 실론불교의 근대화에 주력하면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올코트는 1881년에 불교와 교리문답서를 저술했다. 그가 스리랑카 불교에 가장 공헌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저술이다.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영감을 주고 있는 마스터피스이다.

▲ 헨리올코트와 실론 승려들(1883년 콜롬보).  

 

올코트는 불교나 부처님에 대한 진실이 서구에 잘못 알려졌을 뿐 아니라, 스리랑카에서 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부처님의 삶, 불법(진리)의 메시지, 승가의 역할을 포함하여 불교의 기본 교리를 간략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의 본문 내용의 핵심을 어떻게 하면 붓다의 메시지를 현대 사회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다루었다. 결과론적으로 올코트는 스리랑카 승려나 지성인들보다도 더 스리랑카 불교 부흥과 개혁(근대화)에 영향을 미친 불교 부흥운동가로 간주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기독교 교리서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형식의 질문과 대답으로 엮었다.

 

질문: 부모가 불교도이기 때문에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을 불교도라고 부르겠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불교도란 부처님의 숭고한 가르침에 귀의할 뿐 아니라, 승가의 사부대중의 형제애와 부처님께서 제시한 윤리적인 덕목(계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람을 불교도라고 한다.

 

단순히 부모가 불교도이기 때문에 자녀도 세습적으로 불교도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모태신앙이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동일 신앙인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질문:카르마(업장)가 무엇인가요?

 

: 도덕적 차원뿐만 아니라 물리적 차원과 다른 차원에서 작용하는 인과관계이며, 불교도들은 인간사에 기적은 없다고 말한다. 사람은 무엇을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다.

 

이 말은 인과에 의한 업장(業障)을 말한 것이며, 업장이 외부의 어떤 절대자 초월자의 작용이 아니라, 스스로의 지은 바에 의해서 생김을 설명하면서 선인선과 악인악과를 설명하고 있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는 좋은 인연을 맺으면 좋은 인연이 생기고 나쁜 인연을 맺으면 나쁜 인연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질문: 불교의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다른 좋은 말은 무엇인가?

 

:자기 계발(啓發)과 보편적 사랑이다.

 

이것은 불교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불교란 자기 수양(수행))과 대자대비임(자비, 사랑)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기독교 교리문답을 하는 형식과 비슷하다.

▲ 스리랑카 근대불교개혁을 이끈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라.  

 

불교의 장점을 서구인이나 심지어 스리랑카 사람들에게도 쉽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불교교리와 사상을 적용하여 작성한 교리문답서이다. 스리랑카 불교근대화 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불교근대화 내지는 개혁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올코트를 비롯해서 독일계 미국인으로 작가, 편집자, 비교 종교학자 및 철학자인 폴 카루스(18521919)가 있다. 일본 선승 쇼엔 샤쿠S(18601919)는 미국에서 최초의 선불교 스승으로 불교근대화를 이끌었다.

▲ 불교근대화에 공헌한 독일계 미국인 작가 폴 카루스.   

  

서구 불교학자들은 올코트, 폴 카루스와 쇼엔 샤쿠 등을 초기 불교 모더니즘개신교 불교라고 부르는 일종의 불교를 촉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라가 이 불교근대화와 개혁 운동을 촉진하고 이끈 지도자로 보고 있다.

 

불교 모더니즘을 근대불교’, ‘신불교라고 부르는 것은 불교의 현대적 재해석에 기초한 새로운 운동을 말한다. 불교의 모더니즘은 다른 종교의 모더니즘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불교근대주의 영향의 원천은 "서구 유일신주의, 합리주의와 과학적 자연주의, 낭만주의 표현주의"와 같은 새로운 문화와 방법론에 대한 불교 공동체와 불교지성인(학자, 운동가)들의 다양한 참여에 의해서이다. 자유주의 신학은 불교근대화에 영향을 일정부분 준 것도 사실이다.

 

자유주의 신학(自由主義神學, liberal theology, liberal christianity)은 근대의 지식, 과학, 윤리학을 통해 기독교를 해석하고 개혁하고자 하는 신학을 의미한다. 18세기 계몽주의, 경건주의 그리고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등장하였다. 처음에는 무신론적 합리주의에 대한 대안이자, 성경과 전승 등 이성 외적인 권위에 기반한 정통 신학에 대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유주의 신학은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를 바탕으로 나타났다. 성경을 인간의 이성, 감정, 경험으로 이해하였고, 또한 도덕적이며,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관점에서 신학을 이해하였다. 진보주의, 역사주의, 인본주의를 강조하며,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을 이성과 자연의 원리, 과학, 심리학 등으로 해석하려고 하였다.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다윈주의와 성서비평학, 사회복음주의를 수용한 신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자유주의 신학은 독일의 슐라이에르마허에 의해서 시작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의 야만성이 드러나면서 의문이 제기되었고 결국 1930년대에 카를 바르트의 주도 하에 루돌프 불트만, 에밀 브루너, 폴 틸리히, 에두아르트 트루나이젠 등과 함께 신정통주의가 등장하고, 1960년대에 해방 신학이 등장함에 따라 약화되었다. 자유주의 신학은 기독교 모더니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히카두웨 수망갈라 테라.     

 

히카두웨 수망갈라 테라(18271911)19세기에 스리랑카 불교 부흥 운동의 선구자 중 한 분이다. 스리랑카 불교 교육을 개선하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1873년 위도다야 피리웨나 승가대학을 설립했으며, 1873년 스리랑카의 파나두라에서 기독교 선교사와 불교 승려 사이에 열린 종교 논쟁인 파나두라와다야의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싱할라어, 빨리어, 산스크리트어, 영어, 불교, 역사, 수학 및 고고학에 정통했으며 파나두라 토론의 성공을 위한 불교에 대한 주요 정보 출처 중 하나였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코리아대표>

▲ 14차 유엔 웨삭의 날 행사에서 통역하고 있는 필자.(스리랑카 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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