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서양문화와 불교-51 전후 아시아 불교, 새로운 모습으로 서구에 영향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1/12/13 [08:15]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상좌부 대선사 아잔 차 서양에 등장

서양문화와 불교-51 전후 아시아 불교, 새로운 모습으로 서구에 영향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상좌부 대선사 아잔 차 서양에 등장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1/12/13 [08:15]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상좌부 대선사 아잔 차 서양에 등장

 

인류는 제1차 대전에 이어 제2차 세계 대전을 겪고 나서 새로운 냉전체제에 돌입했다. 세계질서가 양극 체제로 개편되면서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극단적 두 이념의 대립 구도 속에서 세계는 재편되었다.

▲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버트 버드 임시 상원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회 명예 황금 훈장을 수여 받고 있다.    

 

그동안 고찰해 온 바와 같이 서양 주도의 불교 수용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서양 사람들에 의한 불교 연구나 관심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서양 자체에서도 새로운 불교학자들의 출현과 동시에 아시아 불교 국가들에서 이민 불교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190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몇 십 개에 불과하던 불교 명상 센터는 20세기 말이 되면 무려 1천 개가 넘는 명상센터(교리포함)가 설립되었다. 

▲ 우드스톡 페스티벌 포스터     

 

유럽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미국에서 소비문화와 전통적인 기독교에 불만을 가진 비트 세대와 히피족들이 동양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다. 비트 세대(Beat Generation)1950년대 미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획일화, 동질화의 양상으로 개개인이 거대한 사회조직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항하여, 민속음악을 즐기며 산업화 이전시대의 전원생활, 인간정신에 대한 신뢰, 낙천주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였던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1920년대의 '상실세대(Lost Generation)'처럼 기성세대의 주류 가치관을 거부 하였다.

 

히피는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등지 청년층에서부터 시작된, 기성의 사회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으로의 귀의 등을 주장하며 탈사회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원으로는 happy(행복한), hipped(, 화가 단단히 난), hip(재즈용어로 가락을 맞추다), hip(허벅지), "hip,hip"(갈채를 보낼 때의 소리) 등에서 나왔다는 설이 강하다.

▲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1969년 8월 15일부터 3일간 미국 뉴욕 주의 베델 평원에서 개최된 축제이다. 정식 명칭은 ‘The Woodstock music and art fair 1969‘이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면서 많은 젊은 세대가 동양의 종교에서 탈출구를 찾았던 것이다. 특히 불교의 명상은 이들에게 위안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비트세대 작가인 잭 케루악(1922~1969)은 자신의 방랑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내용의 소설 길 위에서의 시리즈 가운데 1958담마 붐즈(The Dharma Bums)를 발표했다.

▲ 삶과 이상의 이중성을 다룬 소설 담마 붐즈. 

  

일련의 비트 세대 작가들은 물질주의적 가치에 불만을 가진 세대들에게 자신들의 자전적 소설을 써서 대변함으로써 어떤 동질성과 카타르시스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 동양의 종교인 불교의 명상이 대안으로 부각했다는 점이다.

 

1960년대에 티베트에서, 1970년대에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난민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불교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났고, 1960년대의 반문화 운동은 불교의 서방 확산을 위한 비옥한 기반이 되었다. 불교는 기독교보다 더 체계적인 행복의 길과 서구 생활의 영적 파산과 복잡성에서 벗어나는 길을 약속했다.

▲ 영국에서 1957년 출간된 《선의 길》.   

 

이 무렵 영국 출신 알랜 윌슨 왓츠(19151973)1957년 선불교(禪佛敎)와 동양사상에 기반하여 넌픽션인 선의 길: The Way of Zen을 출간하여 불교를 서양의 젊은이들에게 소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여운은 지금도 서구 사회 저변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서구 불교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안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의 선불교가 주목을 받게 되고 1954년 일본 삼보교단의 설립자인 하쿤 야수타니(安谷 白雲, 18851973) 선사 문하에서 선 수련을 받은 일련의 미국인 제자들인 필립 카플로(19122004), 토니 팩커(19272013), 로버트 베이커 로시(19172010)는 일본과 미국에서 직접 선원을 설립하여 서구인들에게 선불교를 전파했다. 미국이나 유럽에 전파한 일본의 선불교를 다루려면 상당한 지면이 필요하고 관련 인물들이 많다. 현재에도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며 지속되고 있다.

▲ 태국 삼림 수도원의 위빠싸나 스승인 아잔 차와 그의 서양 수제자 아잔 수메도와 서양 제자들.     

 

▲ 태국삼림수행전통의 조실격인 아잔만 대선사1870〜1949).     

 

티베트불교나 일본의 젠불교 만이 아닌 동남아시아에 근거를 둔 스리랑카 태국 불교도 서양에 진출했는데, 태국 동북부의 타이삼림전통도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서양에 진출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불교 수행전통은 테라와다(상좌부)가 적통이다. 부처님 승가로부터 수행전통을 꾸준히 계승해 온 불교가 바로 동남아시아에 근거를 둔 상좌부 불교이며, 삼림(숲속)전통이다. 스리랑카에도 이런 삼림전통이 있지만, 적통성이 태국으로 넘어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태국 삼림전통은 1900년대 아잔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이삼림전통 법맥을 상술하려면 상당한 지면이 필요하다.

▲ 타니사로 비구(아잔 제오프 1949〜).   

 

서양인들이 이 타이삼림수행 전통에 주목하여 10년 이상 수행을 한 다음 미국이나 영국에 돌아가서 타이삼림전통 방식의 불교명상사원(센터)을 설립하여 불교명상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 아잔 수메도(1934〜)     © 매일종교신문

 

▲ 아잔 수메도가 설립한 치터스터 불교수도원(영국) 

 

타니사로 비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비삼림수도원을 개원하였고, 아잔 수메도는 영국에서

치터스터 불교수도원을 개원했다. 이것은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크고 작은 명상 센터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보면 된다. 뿐만이 아니라 티베트 계열 명상(교리)센터도 많이 생겨났다.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釋一行 1926~) 대선사는 프랑스에서 활동 중이다. 영국 출신 상가락쉬타 법사(19252018)도 주요한 인물이다.

▲ 영국에서 삼보불교공동체를 설립한 상가락쉬타법사.    

  

이제 불교는 확실하게 서양으로 가서 정착했다고 봐야 한다. 서양출신 고승들이 출현하여 제자들을 양성하고 수도원이 이곳저곳에 설립되고 있다. 아시아식 불교 방식과는 다른 서양식 불교, 수행불교 위주의 전통이 확립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대인 불교도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일간 신문 뉴욕 타임스가 이들의 저서와 활동을 보도해 주고 있다.

 

한국불교의 관점에서 서양불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갖는 일부 식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러면 한국불교는 인도불교의 원형성에 얼마나 근접하고 있냐고 묻고 싶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필자 보검스님(가운데)이 영국에 유학할 때 숭산 대선사가 런던을 방문, 설법하고 있다.   


.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