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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삶과 죽음의 계획

박길수 | 기사입력 2021/12/20 [08:48]
고마운 이승의 마지막 삶과 죽음을 잘 준비해둔 듯싶어 안심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삶과 죽음의 계획

고마운 이승의 마지막 삶과 죽음을 잘 준비해둔 듯싶어 안심

박길수 | 입력 : 2021/12/20 [08:48]

나는 돌봄 일로 아내 약값을 벌고 기본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랑하는 식물인간 아내와 정겹게 잘 살고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이렇게 둘이 함께 붙어서 살다가, 두 사람 비슷한 시기에 차례차례 죽으면 좋겠다. 내가 나중에 죽으면 좋은데. 그래야 의식없이 잠만 자는 아내를 내 손으로 깨끗히 닦고, 예쁜 옷 입혀, 소란스럽지 않게 가족묘에 보내놓을 수 있을 텐데.

 

내 도움이 절실한 아내를 혼자 놔두고 어처구니없이 내가 먼저 갈 수 있을지 몰라, 듣기 싫어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애들을 붙들고 나는 몇 번이나 부탁했다. 화장해 묻어놓은 아빠 관을 제발 봉하지 마라고. 곧 뒤따라올 엄마와 한데 섞어 안장해도 늦지 않다고. 화장해 함께 섞어서 묻으면 우리 두 혼이 저승에서 서로 헤매는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동생들과 공원묘지에 모두 합장해 같이 묻힐 가족묘를 이미 사놓았다. 어느날 공무원 내 아들도 "상조회에 이미 가입했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고 아빠를 안심시켰다. ! 정말 갸륵한 우리 아들이다!

 

얼마 안 남은 고마운 이승의 마지막 삶과 죽음을 잘 준비해둔 듯싶어서 참으로 안심이다. 곱게 화장해 조그마한 석곽에 우리 부부 둘은 같이 고르게 섞어서 묻히기로 했으니, 막막한 저승에서 서로 찾아다니며 방황할 일은 아마 없을 듯싶다. 그래도 오늘 아침 지율이 엄마한테 한번 더 반복했더니, 그 아이는 두 손으로 귀를 아예 틀어막는다. 몇 번을 들었는지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란다. 요즘 애들은 우리 때보다 인내가 조금 부족한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심각한 꼰대일까?

 

이제 나는 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틈나는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일본의 이해를 위해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을 읽고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의 특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를 분석한 책으로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준거를 제시해논 책이다. 잠만 자는 아내 옆에서 불안한 미래 생계를 위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노년은 이미 "성공한 삶"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 생각이 들어 즐겁다.

 

현재는 큰 문제가 없으나, 혹시 시간이 더 지나 내 나이 때문에 돌봄 노동을 할 수 없다면, 나는 "유튜브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기회에 동서양 근대사에 대한 확실하고 체계적인 지식과 뚜렷한 사고를 새롭게 정리해 놓기로 했다. 중국 근대사에 대한 내 사고도 그동안 꽤나 변했다. 중동 이슬람 국가에 대한 학습이 아직 많이 부족한 듯싶다. 열심히 준비해 우리 두 사람 마지막 살아갈 노년 이승의 약값과 생계비는 스스로 벌면서 걱정 없이 쓰다가 죽기로 했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3년 결혼생활 중 6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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