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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와 불교53·마지막회: 유대인 불교도 급증하고 불교지도자 많아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1/12/27 [08:55]
시인 앨런 긴즈버그,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유명 작가, 배우 불교로 개종 러시

서양문화와 불교53·마지막회: 유대인 불교도 급증하고 불교지도자 많아

시인 앨런 긴즈버그,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유명 작가, 배우 불교로 개종 러시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1/12/27 [08:55]

시인 앨런 긴즈버그,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유명 작가, 배우 불교로 개종 러시

 

참으로 세상은 재미있게 돌아간다. 전연 불교와는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유대인 지성인들이 불교로 개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 미국의 시인, 작가인 로저 카메네츠가 1994년에 발표한 《연꽃위의 유대인(The Jew in the Lotus)》 표지.    

  

미국의 시인이며 작가이기도 한 로저 카메네츠가 랍비들과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하여 저술한 연꽃위의 유대인이라는 책이 1994년 발간되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바 있다. 랍비는 유대교의 현인이다. 이런 유대교의 현인들인 랍비들과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의 대담을 엮은 것이 이 책이다.

▲ 14세 달라이 라마와 랍비 잘만 샤흐터-샬로미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가진 역사적인 ‘유대-불교 대화’ 장면(1990년 10월 25일).   

 

물론 이전에도 유럽이나 미국에 사는 많은 유대인들이 불교로 개종하거나 관심을 갖고 불교의 승려가 된다든지 명상수련에 참가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이 발간되면서 유대인들의 불교로의 개종이 부쩍 증가했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유대인들에게는 강력한 영감을 주었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세속화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은 불교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카메네츠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 위빠사나 스승 조셉 골드스타인, 람 다스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유대 불교도(JUBU:Jewish Buddhist)라는 용어를 대중화 했다. 이들은 동양의 전통인 불교를 서양에 가져오는데 일조를 한 유대 불교도들이었다. 이 책은 또 랍비 잘만 샤흐터-샬로미가 이끄는 유대 갱신 운동과 랍비 조나단 오메르만이 가르치는 유대명상에서 동양의 영성에 대한 유대 신비주의 대응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연꽃위의 유대인이라는 타이틀은 옴 마니 파드메(반메) 의 만트라(진언)에서 가져왔다.

▲ 꽃이 만발한 나무 사이를 배경으로 보이는 인사잇(통찰)명상센터(협회), 매사추세츠 주 바레.     

 

이 책은 1994년에 첫판이 나온 이래 40번째 이상의 재판을 찍은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불교명상을 오랫동안 해왔고, 진언을 외우고 불교를 공부해 온 작가였다. 많은 유대 불교인들은 민족 명칭은 유대교인 반면, 개인의 주요 종교 활동은 불교인 것이다. 유대인의 불교활동은 아시아의 불교인들과는 다른 형태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수행위주의 불교를 하면서 불교이론을 탐구한다. 불교의 환생, 명상, 카르마, 오계(다섯 가지 계율)과 보살 사상에서 자신들의 불교에 대한 신념을 공유한다.

▲ 작가이면서 명상센터를 설립한 샤론 잘츠버그.  

  

샤론 잘츠버그(1952)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녀는 다른 유대 불교도 스승들인 조셉 골드스타인과 잭 콘필드와 함께 1974년 인사잇(통찰) 명상협회를 설립해서 이끌고 있다. 그녀는 명상관련 서적을 여러 권 썼으며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유대불교도들의 배후에는 뉴욕타임스가 있다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불교의 환생이나 카르마 사상은 유대교의 사상과도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받아들인다. 명상도 마찬가지이다.

 

유대인 종교모임인 하시딤이나 유대교의 신비주의 사상인 카발라를 믿는 유대교인들은 환생을 믿는다. 힌두교는 말할 것도 없지만 불교의 일부 종파에서 믿는 환생을 유대불교도들은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 초막절에서 모인 유대교 일파인 하시딤 회의  

 

유대인들이 왜 불교로 향하고 있는가를 깊이 사유해 볼 필요가 있다.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 시대에 불교는 이미 그리스 세계에 알려 졌고, 헬레니즘 시대에는 지중해 연안에 도착해서 교류가 진행되었다. 초기 기독교 이전의 이스라엘 지역에서 활동했던 그노시스파들의 전통은 불교와 매우 유사성을 갖고 있다. 그런가하면 초기 기독교 전통도 불교와는 그리 낯설지 않다고 할 수 있으며, 불교와 유대교는 매우 이른 시기에 상호교류가 있어왔다. 불교와 유대교의 공통점에서 뭔가를 발견한 유대교 후예들은 유대교라는 형태 안에서 내용은 불교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유대교의 모든 분파가 우상 숭배를 인정하지 않지만,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목격되는 폭력과 갈등을 완화하고 유대인의 오랜 박해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교 명상의 매력에 이끌린다. 정통 유대인들은 18세기부터 하나님과 교통하는 수단으로 명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현대 개혁파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더 합리적이고 지적인 예배 형식을 선호하여 명상을 반대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와 손자들은 고통의 본질과 고통을 끝내는 데 있어서 그 대안을 불교의 열반 사상에서 찾는다. 불교는 야훼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기 때문에 관찰력이 있는 유대인들은 토라를 계속 연구하면서 불교 명상의 통찰의 지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다윗의 별, 차이(상징)과 스바스티카 만자문(卍字紋). 유대불교도의 상징 마크.     

  

유대불교도들은 다윗의 별, 차이와 만자문의 펜던트를 목에 걸고 다닌다. 다윗의 별이란 다윗 왕의 방패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유대인(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식이다. 다윗 왕의 아들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과 유대를 통합한 후, 다윗의 별을 유대 왕의 문장으로 삼았다고 전해지며, 때문에 다윗의 별은 오늘날 이스라엘 국기에 조상의 얼을 기리기 위해서 그려져 있다. 차이(, 생명)는 유대교 상징의 문자이다. 만자문(卍字紋, 스바스티카)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의 인도 계통의 종교의 대표적인 상징들 중 하나로, (좌만자) (우만자) 모양 둘 다 방향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만자이다. 보통 스바스티카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형상이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사우와스티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상징 중 하나이다.

▲ 독일계 유대인 출신 고승인 냐나포니카 대장로. 평생 스리랑카에서 활동했으며, 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제 이 세 개의 상징은 유대불교도들의 징표가 되었다. 특히 미국에 사는 많은 유대인들이 불교로 개종하여 유대인이면서 불교수행을 하는 유대불교도로서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작가 예술가 음악가 배우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런 유대불교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직접 출가의 길을 걷는 유대 출신 비구들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고승이 스리랑카에서 주로 활동했던 독일계 유대인 냐나포니카(Nyanaponika Mahathera,19011994) 고승이다. 그는 독일 태생의 테라바다 불교 승려이자 학자로, 스리랑카에서 구족계를 받은 후, 평생을 스리랑카에서 수행 전법포교 제자 양성을 하다가 나중에는 불교 출판 포교를 했으며, 많은 마스터피스를 저술했다.

▲ 미국 유대인 출신 비구 보디스님.   

  

지금도 스리랑카에서는 비록 외국인이지만 스리랑카 더 나아가서 테라바다(상좌부) 불교 전통을 서구 사회에 교리 철학적으로 체계를 세워서 영향을 미친 고승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리랑카 섬(숲속) 불교학파의 냐나티로카-냐나포니카-보디로 이어지는 제2대 조실에 해당되는 분이다.

 

아직도 생존해 계시는 유대인 출신 고승 가운데 한분은 비구 보디(1944) 스님이다. 비구 보디스님은 스리랑카에서 구족계를 받고 활동하다가 지금은 미국에서 명상과 번역활동을 하고 있다.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미국계 유대인 출신 비구 보디스님은 상좌부 경전 번역의 대가이다. 비구 보디는 경전번역과 명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국제구호(Buddhist Global Relief) 단체를 설립, 지진과 쓰나미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1976~)는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이며 세계적 스테디셀러로서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불교로 개종했으며, 불교명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필자 보검스님이 80년대 초 영국 런던에서 유대불교도들이 중심이 된 명상그룹을 지도할 때, 미국에서 활동하시던 숭산 대선사가 격려차 방문,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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