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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몰입하는 삶

박길수 | 기사입력 2021/12/30 [15:51]
“좋고 싫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모든 일이 명쾌해진다”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몰입하는 삶

“좋고 싫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모든 일이 명쾌해진다”

박길수 | 입력 : 2021/12/30 [15:51]

고난처럼 닥치는 죽음의 순간을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은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이며, 다시는 이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길지 않은 삶의 시간들이 그들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다시 주어지지 않을 하루하루가 정말로 고맙기만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은 누구나 열중하고 싶은 일을 어렵지 않게 찾을 것 같고, 그 속에서 정신없이 몰두하여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그 몰입의 세계에서는 사소한 불편과 어려움이 오히려 작은 기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위의 어떠한 여건에도 순응하여 기꺼이 받아들이는 까닭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참 고맙기만 하고 다행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1849. 12월 러시아 세묘뇨프 광장 사형대 위에 반체제 혐의자 한 사람이 사형을 기다리고 서있었다. 당시 28세 청년 도스토예프스키였다. '마지막 5분을 주겠다.'라고 집행관이 말했을 때 도스토예프스키는 절망했다. '! 내 인생이 5분 뒤면 끝이라니!'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기도할 때, 집행관은 2분이 지났다고 말했다. '후회할 시간도 없구나! 나는 그동안 왜 그리 헛된 삶을 살았을까!' 마침내 마지막 1분만 남았고, 그는 두려움에 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매서운 칼바람도 이제 느낄 수 없겠구나! 맨발로 전해지는 땅 냉기도 못 느끼겠구나!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모든 것이 아쉽고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집행관이 '사형 집행을 시작하겠다!'라고 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저편에서 사격을 위해 대열을 이루는 소리도 들렸다. '살고 싶다! 조금만 더, 조금이라도!' 바로 그 순간 '형 집행을 멈추시오!'라며, 한 병사가 흰 수건을 흔들며 형장으로 달려왔다.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급박한 전갈이었다. 가까스로 사형은 멈춰졌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살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4년여간 시베리아 유배지 수용소에서 5kg 가량 족쇄를 매단 채 창작활동에 열중했다.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아 그는 머릿속으로 자기가 생각한 내용을 모두 외워버렸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유배 생활을 마친 후 1881년 눈을 감을 때까지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영원한 만남', '백치' 등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발표할 수 있었다."

 

"잘 사는 일은 어렵지 않으니 구분만 하지 않으면 된다. 좋고 싫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모든 일이 명쾌해진다.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신심명 첫 줄이다. 병원에서 1년을 살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날부터 우리 부부는 좋고 싫고를 구분 짓지 않기로 했다. 고정된 사고만 버리면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기로 했다. 의식없이 누워만 있는 아내를 간신히 살려서 이 세상에 끌어업고 나왔으며, 함께 다시 잘 살아가게 되었으니! !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는 즐겁고 고맙기만 하다. 더구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있고, 주변에 널려있는 게 책이니!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나는 틀림없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 삶이 즐겁기만 하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3년 결혼생활 중 6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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