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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탁기‧독기‧찌꺼기 관리하기

신민형 | 기사입력 2022/02/06 [12:25]
하늘소풍길 단상

몸과 마음의 탁기‧독기‧찌꺼기 관리하기

하늘소풍길 단상

신민형 | 입력 : 2022/02/06 [12:25]

설날 오후부터 우리 부부의 보금자리 광교호텔서 지내던 딸네 가족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 때, 중국 들어간 사위 없이 손주 둘을 돌봐야 하는 딸이 안쓰러웠는지  아내가 함께 돌봐주겠다며 내가 몇일간 지낼 먹을거리를 준비해줬다. 그 이틀째인 어제는 남은 설날 음식이 아까워 마저 처치하다가 속이 거북해졌다.

 

바로 광교산에 올랐다. 오르다보면 속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빨리 효력이 나타나 산행 도중에 변의가 느껴졌다. 재빨리 등산로 입구에 있는 광교웰빙국민체육센터의 화장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담장 넝쿨과 로비가 있는 단독 건물로 아마 대한민국서 가장 쾌적한 화장실 일 것이다. 게다가 화장실로 한발짝 들어서자 마자 감미로운 음악도 흐른다.

 

기분좋게 변의를 해결하자 광교산을 다시 오르기보다 호수공원으로 산책코스를 바꿔보자는 마음이 불쑥 생겨났다. 임인년 새해 첫 주말에 내가 아내 다음으로 가깝게 지내는 광교산과 호수공원을 동시에 만끽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광교호텔가까이에서 광교산과 호수공원이 항상 나를 맞이해주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자 행운인가. 우리 부부의 감사하는 생활 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한다.

 

광교호텔서 산책길 나서는 기분도 상쾌하지만 5000보 정도 걷기에 이르면 몸 안의 탁기, 독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느낌 만이 아니다. 1만보를 훌쩍 넘기며 유유자적 산책하면 2,300에 이르던 당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니 산책의 효능을 실감할 수 밖에 없다. 전날 과음해 찌뿌둥하거나 무기력해진 상태도 활력을 되찾게 된다. 활력제, 영양제가 필요없다.

 

몸 뿐 아니라 마음의 찌꺼기도 빠져 나간다. 뭔가 풀리지 않은 매듭이 있는 것 같았는데 무념, 무상 산책하다보면 그 매듭들이 하찮은 일상의 번거로움일 뿐 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쓸데없는 잡념들이 산과 호수의 맑은 공기에 흩어져 찌꺼기 없는 청정한 마음이 된다. 우울증 치료제, 각성제가 필요없다. 요즘 마음의 찌꺼기를 제거한다며 돈 들여 하는 불명, 물멍이 유행이지만 그저 걷기만 하면 되는 산멍. 호수멍, 하늘멍에 비할 바가 안된다.

 

한달 전쯤 광교산행 중 특히한 우국지사’(?)를 만난 적이 있다. 인공기와 ‘XXX을 깜빵으로라는 문구를 넣은 플래카드를 개 몸통에 두르고 올라온 사람었다. 하도 신기해 산멍, 하늘멍을 멈추고 사진 하나 찍자고 제안했더니 나라꼴 박살났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나는 그 사진을 스마트폰에 담으면서 무엇이 숲속까지 분노를 데리고 왔을까라는 화두를 생각했다. 솔직히 그 사람의 경망스러움에 핀잔을 주며 숲멍, 하늘멍의 값어치를 강조하는 하늘소풍길 단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한달동안 그 잘난 체를 묵혀 두었다. 다행이었다. 자기 나름대로 분노를 삭히며 마음을 다스리려 건전한 산행을 했을지 모를 사람에 대해 모독을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는 등 절제된 사람이었고 아마도 산멍, 하늘멍을 함으로써 일상생활도 돌아가면 사나운 폭언을 삼갈 수 있는 절제력도 생겼을 것이다.

 

아내가 광교호텔을 비운지 3일째. 게다가 일마저 안하는 일요일에 그 허전함을 달래려 하늘소풍길 단상을 정리하는 작업을 마친다. 그리고 어제 못 오른 광교산 천년약수에 가려고 등산화와 스틱, 커피 텀블러를 챙긴다. 3일 못 본 아내가 그리워지듯 어제 안 간 산행길이 그리워진다. 그리워하니 행복해진다. 산에 오르기 전 이미 '몸과 마음의 탁기독기찌꺼기'가 말끔하게 제거된 듯하다. 

 

어차피 생을 마감하고 영면해야 몸과 마음의 탁기독기찌꺼기가 완전히 사라지겠지만 이렇게 관리하는 것도 영면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일상의 반복 아니겠는가. 내가 영면할 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광교산과 호수가 있어 다행이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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