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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군자란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3/21 [08:14]
변해야 새롭다. 늙음은 새롭게 변화한다는 말이다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군자란

변해야 새롭다. 늙음은 새롭게 변화한다는 말이다

박길수 | 입력 : 2022/03/21 [08:14]

재작년 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공포 때문에 온 나라 사람들은 일 년째 사적 모임도 미루었다. 너도나도 집 안에만 틀어박혀, 갇힌 채 살게 되었다. 암울하고 지리한 그해 겨울 두려운 공포로부터의 간절한 해방, 바로 속박으로부터의 자유가 생전 처음처럼 아련히 그리워질 정도였다.

 

팬데믹 세상에서 맞이한 작년 봄날은 가슴 부풀 때 솟아나는 한 가닥 희망 같은 어떤 가느다란 아지랑이 조차도 애초부터 말라비틀어져 버려, 일상이 매우 무료했고, 숨쉬기 곤란할 만큼 답답하기만 했다. 체념 상태에서 간신히 생명만 붙어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그해 기나긴 봄날 어느 저녁 시간이었다. 억압이나 구속이라는 단어와는 마치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화사하게 피어난 짙은 주황색 군자란 꽃이 천연덕스럽게 단톡방 위로 솟구쳐 올라왔다. 고결한 자태의 화려한 주황색 군자란 꽃을 마음이 여리고 착하디착한 내 친구는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웠던 모양이다.

 

누구와라도 그 소망의 꽃을 함께 환호하고 싶었던 듯싶다. 꽃대마다 당당히 솟구쳐 활짝 피어난 군자란에 취해버린 친구는 생명의 외경에 빠져버렸을까? 말로 究明하기 난해한 우주 신비에 흥분했을까? 베란다 한쪽에서 자란 군자란 꽃은 유난히 풋풋하여, 고결하고 우아하며 고귀한 천상의 귀인이라는 표현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아비규환 지옥이라고 해도, 결코 절망과 불행만 사는 일은 세상에는 결코 없는 모양이다.

 

팬데믹 속에서도 다시 일 년이 또 지났다. 우리는 매우 지쳐서 어떤 바람이나 기대라도 까맣게 잊고 있었고. 그저 숨쉬는 일조차 경계하며 살고 있었는데. 군자란 꽃 봉오리마다 거침없이 터뜨린 진주황색 꽃을 사랑하는 내 친구는 오늘 아침 단톡방에 또 올려놓았다. 작년 봄에 봤던 바로 그 화사함과 고결함 꼭 그대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마음 시리기만 했던 겨울과 변이 바이러스가 판치는 올봄까지, 내내 짓궂기만 한 일 년의 세월 흐름을 내 눈 앞에서 직접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평소 느끼지 못한 제행무상 (諸行無常)의 현상을 나는 새삼스럽게 실감할 수 있을 듯싶었다. 우주 삼라만상 어느 것 하나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절대 없다. 형태는 다를 지라도 생로병사하고 생로병사하고, 또 생로병사하고 생로병사한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고, 다시 꽃대가 올라와 진주황색 꽃이 피어나고 점차 시들어 말라 죽는다. 그래야 늘 새롭다. 변해야 새롭다는 말이다. 삶은 새롭게 변화하는 반복을 일컷는 모양이다. 그렇다. 늙음은 새롭게 변화한다는 말이다.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요양보호사, 6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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