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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和光同塵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7/09 [21:19]
세속의 빛을 누그러뜨리고 먼지처럼 더불어 같이 살아가리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和光同塵

세속의 빛을 누그러뜨리고 먼지처럼 더불어 같이 살아가리

박길수 | 입력 : 2022/07/09 [21:19]

이달 초 대학 동문(同門) 小滴이 나에게 두루마리 족자(簇子) 하나를 선물했다. 병든 채 잘 살아가는 우리 부부 모습을 보고, 친구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서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평소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생각을 한 자 한 자 힘주어 새긴 듯싶다. 좌우명처럼. 새로운 삶의 희망처럼.

 

아내가 누워서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우리 사진과 함께 그 족자를 걸어놓았다. 누르죽죽 빛바랬던 우리 방 벽위에서 아스름한 새 일상의 담백한 기운이 가늘게 피어오른다.

 

和光同塵

願朴吉诛夫妻心中

每天开出一朵花

壬寅盛夏 小滴

 

날카로운 세속의 빛을 누그러뜨리고 먼지처럼 더불어 같이 살아가리.

원컨데 박길수 부부 심중(心中), 매일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를!

임인년 여름. 소적.

 

병들어 누워버릴 때까지 우리 부부는 참으로 치열한 세속의 경쟁 속에 뛰어들어 악착같이 바둥대며 붙들려고만 했다. 남편은 혹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볼품없는 까치발로 발버둥쳤고, 아내는 행여 더 많이 재물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근거 없이 방황하며 안간힘을 쏟았다. 치열했던 꼴불견 전쟁 같은 세속의 광기 아니었을까. 그리고 어느날 칠흑 같은 밤에 내 아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머릿속의 대동맥 두 군데가 터져버린 것이다.

 

천운으로 간신히 살아나 우리 둘은 꼭 붙어서 병원을 탈출했고, 아늑한 남향 집에 돌아왔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내는 조금 늦었지만 햇빛 잘 드는 산골 같은 남향 옥상집에서 먼지처럼 해, 달과 더불어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

 

남편도 다행히 선량한 조상의 천년 은덕으로, 도움이 절실한 장애인의 손발이 될 수 있었고, 이제야 가장 낮은 곳에서 낮 시간 동안 티없이 밝은 천사들과 어울려 맑은 시냇물 재잘대듯 놀이하며 낮 시간 동안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따사한 햇볕이 다녀간 남향 집에 어느덧 어둠이 찾아와 감싸듯 스며들면, 우리 부부 마음속에는 환한 달맞이꽃처럼 새로운 삶의 희망이 한 송이 사랑의 꽃으로 날마다 피어난다.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요양보호사, 6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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