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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 ⓸ 출가 사문과 두타행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3/01/23 [17:46]
현대적 무소유의 삶이란 무엇인가?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 ⓸ 출가 사문과 두타행

현대적 무소유의 삶이란 무엇인가?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3/01/23 [17:46]

불교란 종교의 생명은 깨달음에 있다. 그렇지만 불교가 종교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깨달음의 사회화가 더 값지다. 물론 깨닫기 위해서 수행이 전제돼야 한다. 출가 사문 모두가 다 전부 깨달음을 성취할 수는 없다. 불교라는 종교가 종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하려면 제도로서의 종교적 체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불교는 출가나 재가 모두가 부처님처럼 깨닫기만을 추구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불교가 수행 위주의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숲속에서 명상에 잠겨 있는 비구./ © 매일종교신문


그런데 현대사회는 21세기 최첨단 산업사회이다. 산업문명의 발전사를 보면 단순 노동 생산체제에서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으로 인하여, 산업혁명(産業革命)18세기 중반에서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시작되어 사회, 경제 등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산업문명은 단순 노동에서 증기기관 전기 전자 시대를 지나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초입 단계에 있다. 아직도 우리 불교가 수행 위주의 깨달음만 추구하는 근본주의 불교전통만을 고수한다면, 현대 산업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공존하면서 생존할 수 있겠는가.

 

수행은 불교의 당위적 목적이면서 출가 승려들에게 필수적인 과제이지만,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존립해야 하는 종교로서의 불교는 시대와 대중에 적응하는 불교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불교는 제도개혁이 절실하다.

 

 

출가 사문은 누구이며 사문은 왜 무소유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인도 종교 전통과 역사에서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쉬라마나(Śramaṇa)수고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고상한 일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서 유행(遊行)하는 구도자(求道者)를 말한다. 그리고 아주 절제하면서 긴축(緊縮) 행위를 하는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쉬라마나를 사문(沙門)이라고 부르면서 그 의미는 근식(勤息)이라고 의역(意譯)했다. 근식은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 나쁜 짓을 쉰다는 뜻이다.

인도의 주류 종교인 베다를 학습하는 브라만교의 수행자들보다는 비() 브라만교의 금욕 종교 고행수도자들을 지칭하게 되었다. 쉬라마나 전통은 주로 자이나교, 불교, 그리고 아지비카(Ājīvika,숙명론) 교와 같은 종파에서 지속되었다.

 

쉬라마나(śramaṇa) 전통을 추종하는 종교가들은 영적 수행을 추구한 유행자들이었다. 따라서 인도 중동부 마가다 지역의 탁발승(걸식) 그룹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삼사라(saṃsāra, 윤회)를 벗어나서 해탈(목샤)을 바라는 고행수도자들에게 매력이 있었다.

 

  인도의 고행승 (苦行僧)./© 매일종교신문

                                                     

 쉬라마나 전통은 영혼의 존재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부정하는 것에 자유로웠다. 운명론과 자유의지, 극도의 금욕주의를 세속적 가족생활의 이상적인 교훈으로 생각하였다. 세속적 욕망의 방기(放棄), 엄격한 아힘사(비폭력), 채식주의와 육식을 위한 폭력의 허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쉬라마나는 일종의 탁발승들이었다. 탁발승은 걸식자들이다. 불교의 비구(比丘)는 걸식(乞食) 즉 탁발(托鉢)을 해서 먹는 것을 해결하였다. 이런 쉬라마나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6세기경에 작성된 최고층(最古層)의 우파니샤드(Brihadaranyaka Upanishad)에 나타나고 있다. 세속적 욕망의 방기와 출가 승려와 같은 생활 방식의 개념은 베다 문학에서 자이나교의 야티(승려)나 리시(仙人)및 쉬라마나와 같은 용어가 발견된다.

 

기원전 1,000년 이전 시대의 베다 문헌에는 무니(munni,승려, 탁발승, 성자)가 언급되어 있다.

예를 들어, 리그베다(Rig Veda)는 제10136장에서 탁발승을 케신(kēśin,긴 머리)과 말 (mal, 더러운, 흙색, 노란색, 주황색, 사프란) 옷을 가진 사람으로 언급하여 마나낫(mananat 명상)을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자이나교 승려 ./   © 매일종교신문

                                                       

출가사문과 걸식(탁발) 수행은 당연하지만, 무소유의 삶은 생각해 봐야 한다. 걸어 다니는 시대가 아닌 자동차나 비행기로 다니는 시대에 어떻게 무소유의 걸음마로 21세기 종교로서의 불교를 지탱할 수 있겠는가. 한국불교가 뒤처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출가사문과 무소유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21세기 현대사회에 적응하여 법륜을 굴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한국불교는 이런 쉬라마나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불교의 특성이 선종불교인데, 선원에서 참선하는 선승들은 물론이지만, 여타 스님들도 이런 쉬라마나의 정신을 계승해 가고 있다. 출가 그 자체가 바로 쉬라마나인 유행승(遊行僧)의 맥을 잇고 있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한때는 만행이 유행했었다.

 

 

만행(萬行)은 본래 두타행에서 유래한다. 두타행은 출가자가 세속의 욕심이나 속성을 버리고 몸과 마음을 닦으며 고행을 능히 참으면서 행하는 불교 수행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

두타행은 범어 두타(dhu·ta)’를 음역한 것으로 버린다·떨어버린다·씻는다·닦는다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출가수행자가 세속의 모든 욕심이나 속성을 떨쳐버리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으며, 참기 어려운 고행을 능히 참고 행하는 것을 두타 또는 고행자(苦行者)라고 한다.

 

  두타행을 하는 비구./ © 매일종교신문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두타행 또는 두타행자라고 하였다. 두타행의 세부조목으로는 12두타행·13두타행·16두타행·25두타행법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2두타행법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12두타행은 석가모니 당시부터 행하여졌던 것으로,

① 고요한 곳에 머무르면서 세속을 멀리한다(在阿蘭若處).

② 언제나 걸식하여 신도나 국왕 등의 공양을 따로 받지 않는다(常行乞食).

③ 걸식할 때는 마을의 일곱 집을 차례로 찾아가서 빈부를 따지지 않고 걸식하며, 일곱 집에서 밥을 얻지 못하면 그날은 먹지 않는다(次第乞食).

④ 하루에 한 차례를 한자리에서 먹고 거듭 먹지 않는다(受一食法).

⑤ 항상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발우 안에 든 음식만으로 만족한다(節量食).

⑥ 정오가 지나면 과일즙·석밀(石蜜) 따위도 마시지 않는다(中後不得飮漿).

⑦ 좋은 옷을 입지 않고 헌옷을 빨아 기워서 입는다(著弊衲衣).

⑧ 내의(內衣상의(上衣중의(重衣) 등 세 가지 옷만을 가진다(但三衣).

⑨ 무덤 곁에 머물면서 무상관(無常觀)을 닦는다(塚間住).

⑩ 쉴 때에는 정자나 집을 택하지 않고 나무 밑에서 쉰다(樹下止).

⑪ 나무 아래에서 자면 습기·독충·새똥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한데에 앉는다(露止坐).

⑫ 앉기만 하고 눕지 않는다(但坐不臥) 12가지 행을 닦는 것이다.

 

물론 현대 한국불교에서 이런 두타행을 하는 출가자는 극히 드물다. 그렇지만, 인도의 쉬라마나 두타행 전통은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깊은 산속이나 강변에서 토굴 생활을 하면서 유행승의 생활을 하는 출가 고행 수행자들이 제법 많이 있다.

 

다른 종교도 이런 맥락에서 두타행을 하는 고행 기도자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민족종교의 수행자들에게서도 이런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

 

 인도 보드가야에서 인도 고행승과 함께./ © 매일종교신문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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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쓰지 않으면 시간도 죽고, 할 일도 죽고, 자기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