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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엇갈리는 마음 다잡기- ‘항심(恒心)은 불가능하지만 노력으로 족하다’

신민형 | 기사입력 2023/03/19 [20:56]
하늘소풍길 단상

오락가락, 엇갈리는 마음 다잡기- ‘항심(恒心)은 불가능하지만 노력으로 족하다’

하늘소풍길 단상

신민형 | 입력 : 2023/03/19 [20:56]

낙상과 입원수술, 깁스의 답답함을 풀고 두 달여만에 샤워를 하니 개운함을 넘어서 평생 소원풀이한 기분이었다. 한발짝도 밖에 나갈 엄두 못내다가 아파트 단지 벤치에서 3월 봄볕을 쐬니 온 세상이 다 내 것이었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효용 체감도는 급속히 떨어졌고 날아갈 듯한 기분마저 거의 사라졌다. 수술 부위의 불쾌감이 점점 느껴졌고 몸을 지탱해주는 지팡이가 거추장스러워졌다. 통원치료도 완전히 벗어나 다시 광교산을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한 몸 추스를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아내와 가족, 친지들에게 수고로움과 걱정을 안끼치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 소박한 행복함을 유지할 수는 없는 걸까. 

 


하늘의 새때 구름을 한없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켜켜이 켭친 구름 모습에서 번거로움, 어수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새때 구름을 마냥 여유롭게 느낄 수는 없는걸까.

 

사람들을 대할 때도 똑같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호불호에 따라 정겨움과 짜증스러움을 오간다. 모두 마음 편하게 대할 수는 없을까. 모두가 나름대로 열심히 제멋에 살아간다는 것을 알지 않은가.

 

하찮은 잡상, 잡념 역시 어떤 것은 성가시고 불쾌하고, 어떤 것은 미소를 짓게 하고 마음을 들뜨게 한다. 모두 기우에 그치거나 망상인 걸 뻔히 알면서도 새때 구름 보듯 상반된 상황이 된다.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애들의 직장과 사업을 생각하며 그들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에 마음 아프다가도 그들의 성실함과 성취감에 즐거워 하기도 한다. 기후위기와 국내외 정치경제상황 등 손주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가도 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앞으로 개척해나갈 미래의 희망도 본다.

 

내 일상에서의 자질구레한 일처리에 어떨 때는 적극적으로 신나게 나서다가도 어떨 때는 짜증을 부리며 소극적으로 하게 된다.

 

15년 동안 내 일상으로 처리하던 블로그 작업도 그 한 예이다. 미디어와 종교 등 내가 줄곧 관심을 갖고 해오던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갖다가도 불현듯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몇일 전 블로그에 부업 카테고리를 설정해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위험성, 계약조건, 포스팅 비용 등을 묻는 질문서를 기획사에 보냈다. 수없이 들어왔던 기획사들의 제안에 전혀 관심없다가 새삼 부업한다고 나서는게 구차스러웠다. 그러나 그림그리기, 화초가꾸기, 애들 간식만들기 등 아내의 취미생활에 보탬을 주고 손주들 용돈, 친구들과의 술한잔 등에 사용하는 목적으로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부업을 하면 어떻냐는 스스로의 다짐에 마음이 바뀌었다. 기존 블로그의 훼손없이 오히려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음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할지 말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긍.부정의 마음이 반복될는지 모를 일이다. 초지일관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살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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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불교용어의 뜻은 이해하지만 체득(體得)은 불가능한가 보다. 범인(凡人)은 물론 성인(聖人), 도인(道人)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단지 순간순간 일체유심조를 깨닫고 마음을 닦고 다스려 항심(恒心)으로 간직하려는 것만으로 일체유심조를 터득했다고 해야 할 듯하다.

 

평소 글에서 일체유심조의 경지를 보였고 열반송 등에서 세상 해탈한 말씀을 들려주어 존경하는 스님이 열반 직전 독경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마구 목탁을 두드리며 외치듯 독경하는 스님에게서 죽음의 두려움을 봤다. 그러나 스님에 대한 실망은 없었다. 오히려 일체유심조를 추구하고 죽음 초탈한 해탈 경지에 이르려고 죽음 직전까지 기도하는 스님에게서 더욱 존경스러움을 느꼈다.

 

만족과 불만족, 행복감과 불행감, 슬픔과 기쁨, 호불호, 당당함과 소심함, 떳떳함과 뻔뻔함, 자부심과 열등감, 노여움과 친절함 등 오만상 감정이 엇갈리는 나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자. 세속과 종교를 오가는 내 마음을 탓하지 말자. 긍정의 항심만을 추구하진 말자.

 

그저 내 못된 인간 심성을 가다듬으며 일체유심조를 수시로 깨닫고 초탈의 경지를 꿈꾸며 만족, 행복, 즐거움, 당당함, 친절, 선함 등 긍정의 사고에 노력하며 살자. 그것이 나와 타인을 모두 용서하며 내 삶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이 세상에 사랑의 dna를 조금이나마 축적하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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