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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⑬ 인도의 영원한 종교도시 바라나시와 갠지스 강

보검 이차란 스님 | 기사입력 2023/03/27 [07:16]
욕계의 삶이 멈추고 내생의 환희와 행복이 가득한 영성의 현장

종횡무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⑬ 인도의 영원한 종교도시 바라나시와 갠지스 강

욕계의 삶이 멈추고 내생의 환희와 행복이 가득한 영성의 현장

보검 이차란 스님 | 입력 : 2023/03/27 [07:16]

나는 인도에 갈 때 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인도는 천 년 전과 21세기 현대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느리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인구 대국이다 보니 오나가나 사람 천지다. 나는 인도에 갈 때면 주로 종교 분야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 바라나시 갠지스강을 찾는 방문객들과 가트(층계) 풍경. 인도 여러 지역의 왕들은 이곳 갠지스 강변에 층계를 만들고 숙소를 지어서 기도의 장소로 사용하였다.  © CRS NEWS

 

인도에서는 가장 먼저 마주치는 종교는 힌두교이다. 인도 전국 어디를 가나 힌두교 사원과 사두들을 만나게 된다. 힌두문화가 인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야 하겠다. 힌두교는 인도신화와 브라만교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브라만교는 우리에게는 바라문교로 알려져 있는데, 기원전 1500년에서 기원전 500년 사이의 베다시대의 종교이다. 바라문(브라만)이라고 불리는 사제 계급이 주도했는데, 이들은 베다를 독송하면서 실천하는 삶을 영위했다. 리그베다·야주르베다·사마베다·아타르바베다의 종교적 가르침을 토대로 한다. 우주의 근본적 최고 원리로서의 브라만()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데, 오늘날 힌두교로 계승되고 있다.

 

▲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에 있는 힌두사당과 사두,  © CRS NEWS

 

붓다시대에는 바라문교였기 때문에 불교 경전에 주로 바라문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바라문교가 주류 종교였고 바라문들이 종교계의 주류 사제 계급이어서 불교의 쉬라마나(유행승)들과는 다소 상대적 위치에 있었고, 항상 영성 주도권을 놓고 긴장관계에 있었을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사상적 주류가 있었으며, 권력자들은 이런 영성 지도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현재도 이런 흐름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본다. 세속과 성(), 욕계(欲界)와 정토(淨土)의 세계가 공존하는 것이 이 사바세계이다. 물론 이 세계는 예토(穢土)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초월적인 이상세계를 지향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므로 종교세계가 있고, 영적으로 뛰어난 종교가들이 일체중생들에게 메시지를 주면서 위안을 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종교적 사상적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 힌두 사두와 포즈를 취한 필자 보검스님.  © CRS NEWS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기술이 진보하여 인간에게 편리를 주지만, 인간의 마음은 항상 불만족이고 어딘지 이상세계를 향하여 달려가고 싶은 본능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인도이다. 인도에서도 바라나시가 대표적인 도시이다. 바라나시에서도 갠지스강변에 가면 수천 년 내려오는 초월자와 유행승들의 전통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인도 힌두 신앙의 상징적인 도시가 바로 바라나시이다.

 

불교도들이 불교성지 순례를 가면 반드시 거치는 필수 코스가 바로 바라나시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바라나시 강변의 신기한 풍경을 보는 철학적 의미도 있지만, 사르나트(녹야원)를 가려면 바라나시를 경유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주 목적은 녹야원을 소개하기 위해서이지만, 먼저 한번 소개하고 넘어가야할 곳이 바로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이다. 인도의 주류 종교인 바라문교힌두교의 압축적인 모습을 보려면 이곳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을 먼저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힌두교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면 힌두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다음 가는 세계에서 3번째로 신도 수가 많은 신앙인을 갖고 있는 종교로서 귀의자가 무려 10억을 넘는다. 힌두교의 발생은 고대 인도의 종교 사상인 베다와 인도 신화에서 비롯하며, 베다 사상은 기원전 15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다는 종교로서 그리고 글로서 오늘날 남겨진 문학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힌두교는 여러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다신교적 일신교(一神崇拜)로서, 교주나 특정한 종교적 창시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힌두교로 번역되는 영어 힌두이즘(Hinduism)이라는 명칭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임의적인 의미로 붙인 명칭이다. 본래 힌두교 신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힌두교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영원한 다르마()라는 의미의 '사나타나 다르마(Sanātana Dharma)'고 불렀다. 산스크리트어 사나타나 다르마는 힌두교의 기본 교의를 지칭하는 말인데, 사나타나(Sanātana)는 영원하다는 뜻이며 다르마(Dharma)는 법() 또는 법칙(진리)으로 번역된다.

 

▲ 붓다 당시에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의 이 모래 사장(沙場)은 쉬라마나(유행승)들의 토론장이었다. 현재는 쉬라마나들의 쉼터라기보다는 구경거리와 호기심의 장소가 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힌두 사두들이 이곳에서 요가와 베다 경전을 독송하기도 한다.  © CRS NEWS

 

인도인의 대부분은 힌두교도이다. 유신론적인 종교나 무신론적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힌두교를 괜히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다. 모든 종교는 또는 그 진리는 절대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존중하는 다원적 종교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힌두교와 불교의 종교가 겹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불교는 바라문교(힌두교) 시대에 형성됐고, 바라문교의 베다를 배경으로 탄생한 종교이다.

 

나중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힌두교가 보다 철학적인 종교체계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바라문교(힌두교)와 불교의 분기점은 바로 무아(無我) 사상이다. 힌두교에서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주장하지만, 불교에서는 무아(無我)를 주장한다.

 

한마디로 바라문교(힌두교)와 불교의 차이점은 이 무아사상에 있다. 그렇더라도 종교적 분위기는 힌두교와 불교가 유사한 점도 많다. 바즈라야나인 티베트 불교는 힌두교의 밀교적인 의례가 많이 습합되어 있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인도 미룻시 수바르흐티 대학교 아소카 불교대학 교수진과 필자.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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