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저승사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8/19 [19:03]
사나소 이야기

저승사자

사나소 이야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8/19 [19:03]

지형지물도 모르는 낮선 저승길을 마중 나와 길을 안내해 주는 고마운 존재
   
▲ 불교의 저승사자인 감재사자(監齋使者). 직부사자(直符使者)와 두 명의 사자가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죽은 이의 집으로 간다.     ©
 

세계 어디에나 ‘저승사자’라는 존재가 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고 개성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혼자 와서 혼자 떠난다.’ 하지만 이승에서는 혼자가 아닌 여럿, 아니면 적어도 몇 명과는 관계를 짓고 함께 산다. 그렇지 못하다면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사람들은 죽어서도 그런 고독과 외로움을 기피하고 싶은 것인가?   
지형지물도 모르는 낮선 저승길을 혼자 헤맨다는 생각을 해 보라. 끔찍할 것이다. 그 저승길에 누군가 마중 나와 주고 길을 안내해 준다면 그 이상 고마울 데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저승사자’는 그런 인간들의 소망 속에 탄생했을 것이다.     

독일의 문화인류학자 게르노트 프루너가 쓴 '중국의 신령'에 보면 중국의 경우 네 명의 저승사자가 있다.     

백오창(白五猖)․흑오창(黑五猖)․우두(牛頭)․마면(馬面)이 그들인데 이들은 영혼을 잡으러 갈 때 그 고장 토지 신에게 가서 죽을 사람 집으로 가는 길을 안내받고 그 집에 이르러 아궁이 신으로부터 영혼을 넘겨받는다고 한다. 아궁이 신에게서 영혼을 넘겨받은 저승사자들은 그 영혼을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城隍)신에게 호송해 가며 서낭신이 그를 저승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중국의 저승은 방위에 따라 배치되어 있으며 큰 바다 아래 있는 신화속의 산, 옥초석(沃樵石)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다고 전한다. 일설에 의하면 그 옥초석은 사천성의 풍도(豊都)에 있다 하고, 또 다른 설에서는 산동지방의 거룩한 산, 태산의 어느 기슭에 있다고도 한다.     

태산의 신령은 중국 본토 출신의 가장 오래된 신령 가운데 하나인 동악대제(東嶽大帝)다. 그는 7번째 지옥 법정의 판관이라는 기능 외에도 전 지옥의 통치자로 숭배된다. 그는 삶과 죽음의 군주로서 인간의 출생과 사망날짜를 결정하며 또한 지옥에서의 체류기간도 그가 결정한다. 물론 불교 쪽과는 좀 다른 도교적 구도다.     

음력 3월 27일이 그의 생일이며 지위 또한 옥황상제에 버금간다.     

풍도 역시 도교 쪽에 가깝다. 그곳에 있는 서낭신을 위한 사원에는 지옥의 도시 풍도에 이르는 지하통로가 있다고 전한다. 서낭신이 영혼을 저승으로 보낸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하는 모양이다.     

이곳 지옥 통치자는 풍도대제.
지옥에 온 죽은 이의 영혼은 모두 그에게 먼저 면접을 받고 명부에 등록되며 이후 지옥 법정으로 간다.     

열 명의 지옥 판관은 재판정에서 일어난 일을 그에게 보고하며 그는 이 정보를 옥황상제께 전한다. 아무래도 동악대제보다는 격이 좀 낮은 모양이다.     

불교의 경우 직부사자(直符使者)와 감재사자(監齋使者) 두 명의 사자가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죽은 이의 집으로 간다. 여러 경전에서는 이밖에도 여러 명의 다른 이름이 나오나 사찰의 그림에는 대개 직부사자와 감재사자 두 명만이 등장한다. 대개 사찰의 명부전에 시왕도와 함께 봉안된다. 감재사자는 직부사자 그림과 짝을 이루어 봉안되는데 ‘감재’는 염라대왕이 죽은 자의 집에 사자를 파견하여 사망자를 살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저승사자는 두 명 아니면 세 명이다.     

우두나찰, 마두나찰, 즉 사람 몸에 소머리 말머리를 한 벌거벗은 저승사자 두 명이다. 하지만 한국 괴기영화를 보면 보통 저승사자는 검은 두루마기에 검은 갓을 쓰고 얼굴에 회칠한 으스스한 사람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이미지가 변한 것인가?     

한국 굿에 사재(使者)놀이가 있다. 두 명 또는 세 명의 사재(저승사자)를 상정해 놓고 그들을 대접한다. 사재 밥, 사재를 위한 짚신 등이 있으며 사재가 죽은 이의 저승길을 잘 안내해 달라고 돈도 몇 푼 함께 놓아둔다.     

앞에서도 몇 번 언급한바있는 소설 ‘천사들의 제국’에는 죽은 이를 맞으러 오는 이름들이 이집트의 아누비스, 인도의 야마, 스틱스 강의 뱃사공 카론, 로마의 메리쿠리우스, 기독교의 성 베드로 등이 나온다. 대부분 죽음의 신이다. 동북아시아 쪽에서 보면 이럴 경우 염라대왕이 직접 영혼을 맞으러 나오는 셈인데 그런 법은 없다. 저승사자라면 아무래도 ‘죽음의 신’의 졸개들이어야 어울린다.     

요즘 환경위기를 경고하는 시위에도 자주 등장하는 서양의 저승사자 중 하나인 ‘그림 리퍼(Grim Reaper)’ 도 죽음의 신이라기보다 졸개역이다. 해골에 검은 망토와 후드를 둘러쓴 ‘그림 리퍼’는 어딘가 스틱스의 뱃사공 카론과 닮아 보이지만 그가 들고 있는 연장이 배를 젓는 노가 아니라 창처럼 긴 자루가 달린 서양식 낫이다. 그런데 이 낫의 날은 바깥으로 나 있어야 한다. 죽음을 가져다주는 낫질은 풀베기하고는 다르니까.     

‘흑오창․백오창이든 우두나찰․마두나찰이든 아니면 그림 리퍼이든 저승길, 그 황량해 보이는 곳을 혼자 가서 외롭게 어딘가로 터벅거리며 걷는 것 보다 비록 무서운 존재이긴 하나 저승사자가 있어 죽은 이를 맞아 준다는 것은 그래도 안도감을 줄 것이다.     

그렇게 영접을 받아가게 되는 저승의 주소는 중국의 태산과 풍도처럼 일본에도 있다.    
오소레야마(恐山)라 한다. 일본 북쪽 아오모리현 시모키타(下北)반도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 오소레야마는 이름이 말해주듯 ‘두려움을 주는 산’으로 지옥 입구를 상징한다.     

이곳 사람들은 ‘죽으면 오소레야마에 간다.’고 알고 있으며 오소레야마에는 화산 분화구가 있고 분화구 안에는 넓은 호수가 있어 죽은 이가 물에서 죽었던 뭍에서 죽었든 상관없이 모두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특히 일본 동북지방 사람들은 이곳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만날 수 있고 무당들이 그 만남을 주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의 풍도처럼 지옥 곡(谷)도 있어 피의 연못지옥․소금지옥․도박지옥 등 9개에 이르는 지옥도 있다.     

지옥 주소. 그것은 서양에도 구체성을 띠고 지적된 곳이 많다. 16세기 가톨릭교회의 트리엔트 공의회에서는 ‘지옥은 지구의 중심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는 다시 1876년 가톨릭교회에 의해 추인되기도 했다. ‘지구 중심 지옥’증거의 하나로 화산 분화구에서 솟아나는 연기를 들기도 했다.     

그리스의 하데스, 그 지하 왕국의 입구는 남부 펠로폰네소스와 마법의 숲 부근 그리고 또 한 군데 동굴이라 전해져 오기도 했다. 로마시대 지옥 위치는 나폴리 근처에 있는 한 동굴이 의심을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글쎄 강원도에 '저승골 굴'이라는 동굴이 있으나 그냥 이름이 그러할 뿐 저승입구는 한국에 없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1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