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당한 엄마 젖 물고 있는 아기와 옥(玉) 수의(壽衣) 입은 주검
국민당 정부가 철수하면서 유물을 대만으로 옮겨 세계적 박물관의 자리를 냬준 남경박물관에는 2200년 전 옥을 금실로 엮어 만든 수의에 싸인 주검이 놓여 있었다. 우리에겐 신화화된 역사시대가 이집트 피라미드만큼 생생하게, 호화롭게 눈앞에 펼쳐졌다. 내 눈앞에 드러난 두 주검은 2000 여년 시차를 두었지만 똑같은 기념물일 뿐이었다. 이 세상에 더할 수 없는 비참한 것과 화사한 것도 그저 박물관의 전시물로 존재하는 것이다. 5일 간의 관훈클럽 강소성 남경대학살 세미나와 문화기행은 이 두 주검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었다. 왠지 긴 역사와 긴 삶에서의 지혜와 초연함을 배운 것 같아서다. 그러나 막상 내일부터 세상에 나가 아웅다응 부대끼며 대처할 궁리를 하다보니 그 지혜와 초연함이 사라진다. 여행의 효력이 벌써 상실되는 듯 하다. 그러나 잊지 말자! 그래야 뭔가 생활의 멘토와 스승이 되리라. 여행 중 감탄했던 강소성 회안과 양주의 화려한 문화- 중국 고대의 수상 운송, 한신의 유적지, 수서호(瘦西湖)의 용(龍)배, 최고의 정원인 개원(介園), 수(隨) 문제(文帝) 때의 고찰(古刹) 대명사. 그리고 서유기 박물관, 최치원 기념관, 명 주원장괴 손중산의 거대한 묘지 등등 두 주검만큼이나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과 생활의 자극이 되리라 기대한다. 십여 년전까지도 깔보던 중국은 지방도시까지 서울을 능가하는 빌딩과 도로, 공원이 한창 건설 중이어서 우리나라가 지금 이럴 때인가 하고 자극받지 않는가. 그들의 장구한 역사에서 키운 저력이 무섭게 다가왔다.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는 정신은 역사의 발전에서나 현재 생활의 발전과 즐거움을 위해서도 유용하다. 지금은 똑같은 기념물이지만 옥 수의를 입었던 사람과 죽은 엄마젖을 물고 떨어지지 않았다는 아기의 삶은 천양지차이며 그것이 삶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닌가. 그리고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가치는 살아있는 순간의 사랑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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