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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으로서 조왕은 여성신, 불교에서는 남성신으로 신앙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09 [20:43]
한국불교에서 조왕신앙수용⓶

가신으로서 조왕은 여성신, 불교에서는 남성신으로 신앙

한국불교에서 조왕신앙수용⓶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09 [20:43]
도교에서 유래되었다는 조왕은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에도 등장하고 있다.

공자께서 위나라에 가서 임금을 만나려고 하자, 대부 '왕손가'가 자기 나라 임금보다 권신인 자신에게 잘 보여 벼슬자리를 얻는 것이 어떠하겠는가를 짐짓 떠보려고 공자님께 물었다.
" '집주인이 모시는 신주보다 차라리 부뚜막 귀신에게 아첨하는 것이 낫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입니까?"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임금에게 아첨하기보다는 차라리 권세를 갖고있는 남자(男子)나 이자하(爾子瑕)에게 아첨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는 질문에 공자의 대답은 “그말은 잘못되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기도한들 소용이 없고, 누구에게 아부를 해도 안된다”는 말이다. 공자(B.C551-B.C479)가 활동하던 시대에도 어느 정도 세속적 권세가를 통해 자신의 입신을 청하기보다 조왕과 같은 신에게 빌어 입신을 구하던 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민간신앙적 요소가 불교가 전래이후 불교가 가지고 있는 친화적 포용성은 이들 신앙을 흡수하게 된다. 전통사찰 뿐아니라 빌딩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포교원(사·암) 공양간(부엌)에도 조왕탱화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조왕은 주부들에 의해 신앙되는 가신신앙적 성격과 민간신앙에서는 불을 관장하는 화덕장군으로 불교에서는 조왕으로 모두에게 신앙되는 흔치않은 神格이다. 아울러 가신으로서 조왕은 여성신으로, 민간신앙과 불교에서는 남성신으로 신앙되는 특이한 신앙형태이다.

▲ 청도 원각사의 조왕탱화.     ©

 불교에서 조왕신앙
 
사찰에서 신앙의 대상인 조왕은 사찰안내 책자에도 소개되지 않는 신앙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기원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존재이다.
 
조왕의 역사와 관련해서 이능화는 이조 중기에서 치제했고, 또 주자가 제하였기 때문에 송조때 벌써 우리나라로 들어왔거나 모방했을 것이라 본다.
 
이와같이 불교에서 조왕은 민간신앙이 불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불교적으로 정화되어 수용되었다. 황신(荒神)이라 불렀으며, 부엌을 관장하는 신으로 그 기원은 불을 다루는데서 비롯되었다. 조왕신앙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일차적으로 조왕으로서의 역할과 불교적으로 정화된 뒤의 역할 등 두 갈래로 구분할 수 있다. 일차적인 조왕은 호법선신중(護法善神衆)의 하나로 포용되었다. 신중탱화의 하단위목(下壇位目)에 위치하여 인사(人事)를 감찰하고 선악을 분명히 가려내는 신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중으로서의 조왕은 다시 불교적으로 정화된 뒤 독립되어 각자의 역할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조왕단과 조왕탱화가 생기게 된다. 사찰 안내 도록에도 잘 소개되지 않는것은 그 만큼 대중적인 공간에서 신앙되는 것이 아니라 사찰의 후원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제한적인 사람들에 의해 신앙되는 개별적인 신앙이다.
 
『석문의범(釋門儀範)』에 의하면 사찰의 부엌에는 대개 조왕신을 모시게 되는데 솥이 걸려있는 부엌의 한 중앙 벽에는 그림 대신 나무조왕대신(南無竈王大神)이라는 글자를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조왕신을 중심으로 왼쪽에 도끼를 들어 언제든지 장작을 쪼개려는 모습을 하고 있는 담자역사(擔柴力士)와 오른쪽에 조식취모(造食炊母)가 공양물은 받쳐들고 나타난다.
 
이와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 조왕탱화는 마곡사(충남), 세광사(양주시), 연주암(과천시), 흥국사(남양주시) 이와 반대로 좌측에 조식취모, 우측에 담시역사로 그려진 탱화는 마하사(부산시), 회암사(양주시), 조계사(서울시), 경국사(서울시), 성불사(천안시) 그리고 조왕을 한 명의 남성으로만 묘사하고 있는 곳으로는 용궁사(인천시), 운문사(청도군), 호불사(인천시) 그 외 청계사(의왕시)는 공양간에는 조왕 혼자 식당에는 좌측에 담시역사, 우측에 조식취모를 안정사(서울시)는 무장을 한 남자 무사 두명이 조왕을 호위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조왕단에 조왕탱화 대신 ‘나무조왕대신(나무조왕대신)’이라는 글자를 써서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강원도 월정사),
 
화봉사(포천시)의 경우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조계종 종단 소속사찰은 아니지만 5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설사암이다. 이곳은 특이하게 법당 한편에 1-2평 크기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용궁, 산신, 칠성, 독성 등 다양한 탱화가 있다. 그 가운데 무속에서 불을 다스리는 장군으로 인식하고 있는 화덕장군이 불을 들고 그 주변에 두명의 시녀가 부채를 들고 있다.
 
용궁사(인천시)는 단독역사로 법회날 절을 찾아오는 신도들이 공양간에 조왕 앞에 참배를 하면서 불전함에 시주를 한다. 이때 모인 돈을 공양주 보살의 수고비로 사용되고 있다. 무속인이 건립한 도령사(구리시)는 정식으로 불교종단에 가입되지 않고 있다. 흔히 말하는 보살절이라고 부르는데 이 절을 창건한 법사(무속인들 사이에 주로 남자는 법사 혹은 선생이라고 부른다. 이에비해 여성은 주로 보살이라고 한다.)가 창호지에 손수 「옥황상재님 팔만사천조왕님」을 써 붙여놓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조왕탱화는 석문의범을 중심으로 불교계가 의식을 위해 참고하고 있는 의식집에 조왕의 모습과 주변 사람들의 위치와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이와같은 불교계 주류신앙으로 조왕이 대접받았다기 보다. 공양간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자들의 개별적 신앙이 되면서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감이 있다.
 
사찰에서는 조왕하강일(竈王下降日) 갑자, 갑오, 갑진, 을축, 을해, 을묘, 을유, 병신, 병술, 정묘, 무자, 임인, 임신, 계육, 계축, 계해일 등에는 조왕제를 지내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조왕제 길일은 갑술, 갑신, 갑진, 을유, 을묘, 병오, 정묘, 정해, 정유, 기묘, 기축, 기유, 경진, 신해, 신유, 계묘, 계해일 등이다. 매월 6일, 13일,14일은 조왕단의 인등대길이다. 이날은 배사의 형통(百事 亨通)하는 날이라고 전한다. 조왕단수리일은 갑자, 갑진, 기유, 기밀일이 좋다. 조왕상천일(竈王上天日)은 을축, 을미, 기유, 기묘일에는 조왕제를 행하기 대길이라고 한다.
 
조왕제는 조왕단이 마련된 공양간에서 행해진다. 특정 조왕제일 뿐 아니라 매일의 사시공양 시간에 헌공의례를 행하고 있는 각 전각에 올릴 마지 준비를 마친 후 공양주는 공양을 올리고 비를 치며 조왕단 예경을 올리게 된다.
 
지심귀명례 팔만사천조왕대신
至心歸命禮 八萬四千竈王大神
지심귀명례 좌보처 담시력사
至心歸命禮 左補處 擔柴力士
지심귀명례 우보처 조식취모
至心歸命禮 右補處 造食炊母
향적주중상출납 호지불법역최마
香積廚中常出納 護持佛法亦逐魔
인간유원래성축 제병소재강복다
人間有願來誠祝 除病消災降福多
고아일심귀명정례(반절)
故我一心歸命頂禮
 
한마음 함께 기울여서 8만4천 조왕대신님께 예배합니다.
한마음 함께 기울여서 좌보처 담시역사님께 예배합니다.
한마음 함께 기울여서 우보처 조식취모님께 예배합니다.
 
주방속에 쌓아놓고 마음대로 출납하며
불법을 호지하며 마군들을 항복받아
인간의 원을 따라 성취하게 하시면서
병과 재앙 다 없애고 복 많이 주십니다.
그러므로 일심으로 귀명정례하옵니다.
(조왕단 예경문)
 
여기에서 조왕과 산신은 모두 비불교적이다. 그럼에도 불교의식문의 「신중청(神衆請」을 보면 “내호조왕 외호산신(內護竈王 外護山神)이라하여 집안에서는 조왕신을 밖에서는 산신을 최고로 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간신앙을 불교가 받아들임으로써 불교가 대중과 긴 호흡을 할 수 있게 된것이다.
(본지 논설위원·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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