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寓話로 사상을 펼치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29 [16:56]
이시헌의 장자 쉽게 읽기

寓話로 사상을 펼치다

이시헌의 장자 쉽게 읽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29 [16:56]

▲     © 매일종교신문
본지에 30회 연재되던 ‘이시헌의 주역 쉽게 읽기’에 이어 ‘장자 쉽게 읽기’를 연재합니다.
장자는 우화의 형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펼쳐 놓았는데 어둡고 암울했던 환경 속에서 엮어낸 해학과 예리한 풍자의 글이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줍니다.
 
聖人이 감추어둔 삶의 길을 찾아낸 ‘이시헌의 주역 쉽게 읽기’는 인터넷 매일종교신문(www.crs-news.com)을 통해 계속 연재되며 ‘주역 읽게 읽기-비탈지지 않는 평지는 없다’(문사철 刊)에서 한거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전남여고 졸업 후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수료했는데 1982년 민족문화추진회 국악연수원 연구부를 졸업했습니다. 또한 한학으로 이대 및 숙대에 출강하며 중국고전의 대중화 작업을 일찌감치 시작한 바 있으며 1992년 펴낸 ‘맹자, 이 난세를 어이하리’(하나 미디어 간)를 비롯해 ‘사마천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삼국지 인물여행’, ‘논어, 아침에 도를 들으면’, ‘명심보감, 될성부른 나무는 새 순이 파랗다’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편집자 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심오한 생각 담겨
2,300여 년 전에 살았던 현인! 장자는 유유자적 천하를 유람하는 자유인이었다.
장자가 태어난 송宋나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던 약소국이었다. 정치적 상황도 절망적이었고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위기가 도처에 잠복해 있는 사회에서 살았다.
장자의 시대의식은 버팀목이 없는 불행한 현실을 체험하는 가운데 성장한 것이다. 가난하고 절박한 민초들의 삶이 그의 철학의 출발점이었다.
 
장자가 우화의 형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글로 펼쳐 놓은 사실은 한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둡고 암울했을 환경 속에서 엮어 낸 그의 해학과 예리한 풍자의 글이 읽는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의 문장은 은유와 환유의 수사학으로 온갖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웅장한 장관에서부터 작은 곤충들의 자잘한 몸짓에 이르기까지 흥미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야기 내용은 쉽고 재미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많은 생각을 남겨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마귀라는 곤충이 제 힘만을 믿고 팔뚝을 걷어 올리며 큰 수레 앞에 버티는 식[螳螂拒轍]의 만용을 부리는 이야기다. 사회생활에서 헛된 자만심을 부리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경고이겠다.
또 다른 이야기는 대장장이가 쇠붙이를 두드리는데 어떤 쇳덩이가 벌떡 일어나서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오” 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한없는 변화 운동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시적 현상이므로 사람으로 된 것을 특별히 기쁘게 생각할 것도 없으며, 우월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우화인 것이다.
『장자』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심오한 생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연성을 찾기 위하여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 풍요로운 물질들이 우리들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롭고 편안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답답한 우리의 마음속에 잠시 창문을 활짝 열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원하고 상큼한 자연의 바람으로 환기시켜 볼 필요가 있다. 새 바람으로 갈아 넣으려면 우선 내 마음 정리부터 해야 하는데, 너무 어수선함을 알게 된다.
 
철통같은 안전장치 안에서도 불안하고, 물질의 풍요함 가운데서 끝없는 소비욕구들에 시달린다. 그리고 해야만 하고 또는 하고 싶은 것들에 의해서 어느새 중독이 되어 그 중독 현상에 숨 가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일은 사람들 상호간의 소통이다. 가정 안에서 가족으로 살아도, 회사에서 늘 얼굴을 마주해도, 스마트폰으로 쉬지 않고 수다를 떨어도 모두들 외롭다고 한다.
장자는 우리들 마음의 위기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다 ‘잊으라’고 한다. 우리에게 더 믿음을 주기 위해 『논어』의 훌륭한 젊은이 안회顔回의 입을 빌려 “앎도 몰아내고 내 몸마저 잊었다”는 고백을 하게 한다. “배우고 익혔으면 거기에 갇히지 말고 그것을 잊어라. 지극히 통하였으면 버리라”고 말한다.
자의식을 망각하고 어떤 선입견도 다 버리면 마음은 비워진다. 그 가벼움으로 너와 나는 저절로 어우러짐으로써 큰 자유를 얻는다. 우리는 먼저 자신을 터서 비워야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타인을 읽으려는 섬세한 마음이 생긴다. 자신의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 던지면 타인과의 조화가 이루어져 봄물처럼 트일 것이다.
 
장자는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라고 가르친다. 이것이 마음과 정신의 무한한 자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유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기에게 걸맞게 살아나가면 대자연과의 조화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자연은 이미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주었다. 내 안에 자연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자기만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 안았을 때 자연 그대로의 활력이 나를 감싸게 될 것이다.  
 
장자의 꿈
장자는 대붕大鵬이라는 큰 새가 구만 리를 날아가는 장면으로 『장자』의 첫 장을 열었다.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큰 새의 구만 리 장정을 그려 보면서 우리의 마음도 따라서 후련해진다. 완전한 자유가 이러한 것이구나 했더니, 메추라기라는 작은 새들이 등장한다. 큰 꿈을 가지고 창공을 훨훨 나는 대붕을 보니, 현실의 숲에서 이 나무 저 나무를 오고 가는 메추라기의 삶이 더 작아 보인다. 그런데 그러한 메추라기들은 자신들의 삶이 제일이라는 듯이 우쭐해하고 있으며, 스스로가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현실에 충실하여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메추라기와 닮지 않았는지?
 
우리의 현실적 삶을 통찰하기 위해서 대붕의 시야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일상적 삶 속에 매몰되어서는 그 삶을 조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떠밀려 내려가다가 허무함과 황폐함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대붕의 높은 자리와 넓은 시야가 우리의 삶을 조망하는 철학적 지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붕은 장자 자신이다. 현실 세계로부터 속박되어 있지만 스스로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는 메추라기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장자는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말해 준다. 장자는 대붕의 자유는 신의 자유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붕은 온 힘을 다해서 구만 리 상공으로 비약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것이다. 계속된 실패와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날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시킬 때 비로소 대붕은 구만 리 높이 우뚝 올라 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메추라기들은 대붕을 비웃는다. ‘왜 그렇게 올라가려 하는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조롱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 철학자 장자의 슬픈 숙명을 생각하게 된다.
대붕의 거대한 날개는 땅의 세계에서는 도무지 쓸모가 없는 조롱거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장자는 이런 식의 오해와 조롱을 뚫고 끈덕지게 사유하면서 대붕이 되어 날아 오른 것이다.
 
그 당시 위衛나라 재상이었던 친구 혜시惠施도 장자에게 비판적인 의문의 말을 던진 적이 있다.
‘크기만 하고 현실적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큰 나무와 커다란 박’을 장자에 비유했다. 그때 장자는 “쓸모없는 큰 나무를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옮겨 심어 그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면서 노닐게 하라”고 대답했다.
 
무하유지향이란 세속을 벗어난 자유의 공간이고, 장자의 철학이 숨을 쉬는 샘터일 것이다. 재상 자리도 마다하고 장자는 자기만의 샘터에서 꾸준히 노닐면서 삶을 가꾸었다. 그러기에 그 안에서 영근 철학이 만세에 이르도록 ‘쓸모 있는 가르침’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제자백가 중 오직 유일하게 등장인물들이 평범한 민중들이라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고귀한 혈통의 귀족들, 많이 배운 지식인들 그리고 권세 높은 위정자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의 달인들, 신체장애를 극복한 덕을 갖춘 사람들이다.
 
직업으로 구분하자면 백정, 나무꾼. 목수, 뱃사공, 농부 등 일반 민중들이 대다수이다. 이들이 주인공이 된 흥미로운 이야기 형식,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강렬한 소설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년간 한학을 공부한 덕으로, 세상에서 멋진 장자라는 인물과 행복한 세월을 함께 보냈다.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그냥 읽고 즐겼으면 좋았을 것인데 나르므이 들로서 풀어내니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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