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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소(三笑)의 꽃을 피우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29 [18:22]
유교 陶淵明, 도교 陸修靜, 불교 慧遠의 만남과 교훈

삼소(三笑)의 꽃을 피우자

유교 陶淵明, 도교 陸修靜, 불교 慧遠의 만남과 교훈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29 [18:22]

▲ 김주호 민족종교대기자     © 매일종교신문
중국의 호계(虎溪)는 여산(廬山)에 있는 계곡이다. 이 ‘여산기(廬山記)’에 기록된 “유천(流川)이 절로 돌아서 내려와 호계에 들다”라는 내용을 많은 화가들이 화제(畵題)로 삼아 그림을 그렸다. 이를 배경으로 전해 오는 이야기로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고사가 있다. 유교, 도교, 불교의 석학 대덕인 정절선생(靖節先生) 도연명(陶淵明, 365~427), 고도처사(高道處士) 육수정(陸修靜, 406~477), 변각대사(辨覺大師) 혜원(慧遠, 335~416).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16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준다.
 
거성들의 도담삼매가 주는 교훈
 
때는 진말송초(晉末宋初). 나라가 어지러울 때였지만 그래도 평화로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이들 세 종교의 거성들이 화해하며 지낸 평화로움 때문 아니었을까.
 
이 가운데 시인이며 유교학자인 도연명은 중용의 조화 속에 관대 원숙한 삶을 살았고, 그러면서 진실한 삶을 사랑한 인물이다. 도연명은 그리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도 아니다. 팽택(彭澤)의 영(令)이 되었으나 오두미(五斗米: 적은 봉급) 때문에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히기 싫고, 또 누이동생의 상을 당해 80여일 만에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남기고 심양(潯陽)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는 권세나 사회적인 공명이 있었던 인물도 아니었으며 남아 있는 저술이라야 몇 편의 시와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도화원기(桃花源記)’ ‘도연명집(陶淵明集)’ 등이 전해지는 정도이다. 이러한 그가 1600여 년 전 사람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도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의 조화된 원만한 인격 때문일 게다.
 
육수정은 송나라의 명제(明帝)가 숭허관(崇虛館)을 세워 맞이했다는 일화로도 그의 학식과 덕망을 알만하다. ‘삼동경서목록(三洞經書目錄)’ 작성, ‘영보경(靈寶經)’ 편찬, ‘천사도교단(天師道敎團)’ 개혁 등은 도교사에 있어 주요 공적으로 꼽힌다.
 
혜원은 이미 13세 때에 노장학(老壯學)에 통달, 21세에 출가하여 수행정진 중 스승 도안(道安)이 양양(讓陽)을 공격해 온 부비(符丕)에 의해 장안(長安)으로 끌려가게 되자 따르는제자들과 함께 형주(荊州)로 갔다.
 
뒷날 나부산(羅浮山)으로 가던 중 강서성 구강(九江) 남쪽 여산(廬山)에 동림사(東林寺)를 짓고 이곳에 은거하며 불교경전을 번역 내지 저술하였고, 염불결사인 백련사(白蓮社)를 창설하여 중국 정토교 발달의 원류가 되었다.
 
호계라는 계곡엔 호랑이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은거한 혜원은 ‘호계교(虎溪橋)를 넘으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다’며 이 다리를 건너지 않기로 한 자신이 정해 놓은 규칙을 엄격히 지켜왔다.
그런데 어느 날 도연명과 육수정이 찾아와 세 사람이 자리를 함께한 일이 있었다. 헤어질 무렵 이 세 사람은 너무나도 도담삼매(道談三昧)에 빠져 그만 자신들도 모르게 호계교를 넘고 말았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안 세 사람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호계삼소(虎溪三笑)의 일화다.
 
이들이야 말로 종교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진리의 말씀을 나눈, 진정한 도(道)의 길을 가는 동행자의 본 모습을 보여 준 예라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참된 조화의 차원에 도달하여 이미 내적 속진을 탈속한 혜안(慧眼)으로부터 나온 용심(勇心), 지심(智心), 덕심(德心)의 선우(善友)를 보게 된다. 이 같은 선우를 왜 오늘 우리사회에서는 볼 수 없을까.
 
난국 헤쳐 나갈 삼소정신 아쉬워
 
특히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헌법 개정 논란, 공무원 연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러운 걸 보니 참으로 삼소정신이 아쉽다. 인심은 날로 각박해 지고 시기, 질투, 연일 터지는 온갖 비리와 부정, 사리사욕이 세상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다종교사회 속의 종교간 갈등, 정치권의 정파 간 진흙탕 싸움도 이젠 정말 역겹다. 그런데다 우리사회는 지금 보수니 진보니, 좌니 우니 하며, 가진 자와 못가진자,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깊어가는 양극화의 골을 메우고 이념적 혼란도 수습해 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난국을 헤쳐 나갈 지혜를 모으고 서로를 품는 아량과 넉넉한 마음이 아쉬운 때다.
 
한데, 최근 부산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다름이 아름답다’란 슬로건 아래 ‘전국종교인화합대회’를 마련, 천주교 개신교 불교 민족종교 등 범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화합하는 ‘이웃종교간 화합주간’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모처럼 피는 ‘삼소의 꽃’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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