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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는 下界의 5대 강

이경기 | 기사입력 2015/01/20 [10:11]
종교영화와 숫자⑥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는 下界의 5대 강

종교영화와 숫자⑥

이경기 | 입력 : 2015/01/20 [10:11]

▲ 미국 알라스카 지역에는 ‘망각의 강’으로 알려진 ‘레테 강 River Lethe’이 현존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 스타프 도레가 1861년 일러스트화 『스틱스 강을 건너서 Crossing the Styx』.     © 매일종교신문
▲ 리스 그리키 마을(village of Glyki)을 흐르고 있는 아케론 강(Acheron river)의 모습.     © 매일종교신문
▲ 밀턴의 『실락원』을 원안으로 해서 구스타프 도레가 그린 일러스트 화 ‘코키투스’의 전경.     © 매일종교신문
▲ ‘불의 강’을 뜻하는 ‘플레케톤’ 풍경을 묘사한 일러스트 그림.     © 매일종교신문

‘신이 거주하고 있는 천상계에 대비된 인간이 거주하고 있는 세상’ ‘죽음 이후 맞게 되는 지옥.’ 
 

하계(下界)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死者]를 분리시키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계에 존재하는 5개의 강이다’고 인정하고 있다. 
 

문헌상으로 ‘하계의 5개의 강’을 언급한 것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가 최초이다. 오딧세우스는 여신 키르케로부터 ‘죽은 자들의 땅을 지나 테베 예언자 티레시아스의 충고를 받아 들여라’는 권고를 받는다. 
 

이때 키르케는 ‘아케론으로 들어오는 지류 중에는 플레케톤, 코키투스, 스틱스 등이 있다’고 덧붙여 지옥을 흐르는 강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짐작 시켜 준다. 
 

레테(Lethe)는 ‘망각의 강’으로 동서양 문예물에서 단골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그리스 작가 베르길리우스는 저서 『아이네이스』를 통해 ‘죽은 자들이 환생을 목전에 두고 이전의 행적을 모두 잊기 위해 레테의 강물을 마신다’고 묘사하고 있다. 
 

단테는 『신곡 』 ‘지옥’편 제 14장을 통해 ‘인류의 비극을 상징하는 크레테의 늙은 거인이 흘린 눈물로 인해 하계의 강들이 생성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레테는 천국으로 향하는 영혼들이 물을 마시고 모든 죄의 기억을 씻겨버리는 축복의 강’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스틱스 Styx'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맹세의 강’으로 언급된 곳. 펠로폰네스의 아르카디아 지역을 흐르는 강이다. 올림포스 신이 티탄족과 결투를 벌일 때 스틱스 강에 거주하고 있는 요정의 4명의 아이들인 ‘질투’ ‘승리’ ‘권능’ ‘권력’이 적극적인 도움을 준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제우스는 ‘모든 신들은 중대한 서약을 할 때는 스틱스 앞에서 할 것’을 공표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사자(使者) 이리스는 신들이 맹세를 하는 의식을 치를 때는 스틱스 강물을 황금 잔에 담아 전달해 주었다고 한다. 스틱스 강물을 두고 맹세한 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숨도 못 쉬고 1년 동안 누워 지내야 하고 9년 동안 신들의 회의 참석이 불허되는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스틱스 강에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운송해 주는 뱃사공 차론(Charon)이 있다. 


아케론(Acheron)은 ‘비애의 강’이다. 그리스 북서부 이피루스 지역에 흐르고 있으며 사자의 신 하데스와 여왕 페르세포네가 통치하는 지하세계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3개의 머리를 갖고 있는 흉측한 감시견 케르베로스가 하데스 왕국 입구를 지키고 있다. 아케론이 흐르는 지역은 죽은 영혼들의 운명을 결정 ‘미노스’ ‘라다만티스’ ‘아이아코스’ 등 3명의 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순결한 영혼들은 ‘이상향(Elysian Fields)’에서 풍족한 여유를 맛보게 된다. 이승에게 악독한 일을 자행했던 이들은 ‘타타루스’로 보내져 생전의 죄 값을 치르게 된다. 반면 착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았던 영혼들은 ‘아스포델 초원’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코키투스(Cocytus)는 ‘통곡의 강’이다. 이곳은 친인척, 조국, 은인, 친구나 동료 등 4가지 배반자들이 얼음 연못 속에 갇혀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곳이다. 지옥 밑바닥에서 징계를 당하고 있는 루시퍼가 거대한 날개 짓을 할 때마다 일어나는 찬바람 때문에 빙하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됐다. 
 

플레케톤(Phlegethon)은 ‘불의 강’이다. 이곳에서는 강도, 폭군, 살인자 등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활활 불타오르는 듯한 끓는 피로 이루어진 강물에 잠겨 징벌을 받는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의 괴물 켄타우로스가 활을 쏘면서 강 주변을 정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밀턴의 서사시 『실락원』(1667) 2편 577-581장에서도 지옥을 흐르는 5대 강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죽음 같은 증오가 흐르는 혐오의 강 스틱스

검고 깊은 비애와 눈물의 강 아케론

슬픈 흐름 속에서 소리 높이 들리는

통곡에서 이름을 따 온 코키투스

분노로 미쳐 날뛰는 그 불의 물결

사나운 불의 강 플레케톤.’ 
 

밀턴은 ‘저주 받은 영혼들’은 ‘망각의 강 레테의 물’을 영원히 마실 수 없는 징벌을 받는다고 덧붙이고 있다. 5대 강의 존재는 영화와 팝계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니콜라스 헤이덴 감독의 <아케론 Acheron>(2007)에서는 몽유병을 앓고 있는 청년 코맥(히스 와일더)이 꿈속에서 자신이 이상형의 여인을 만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과제가 주어지면서 처연한 슬픔에 빠진다는 내용을 통해 ‘통곡’ ‘비애’를 상징하는 ‘아케론’의 상징적 의미를 떠올려 주었다. 
 

1970년 시카고에서 결성된 록 밴드 스틱스(Styx)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을 담은 노래들을 단골로 발표해 호응을 받고 있는 뮤지션. 이들은 하계를 형성하고 있는 5대 강의 한 곳을 밴드 명칭으로 사용해 팝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면서 2000년대까지 장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 히트곡 ‘The Best Of Times’은 오웬 윌슨 주연의 신작 <홀 패스 Hall Pass>(2011)의 주제곡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 <빅 대디 Big Daddy>(1999)에서는 ‘Blue Collar Man’ ‘Babe’ ‘The Best of Times’ 등 이들 밴드의 주요 히트곡이 모두 삽입곡으로 들려오고 있다. 
 

장길수 감독의 <레테의 연가>(1987)는 27세 잡지사 여기자 희원(윤석화)은 과거 연인 민승우(신성일)가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연정을 느끼지만 결국 부모의 성화로 송윤식(길용우)과의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느끼게 되는 갈등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지금은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옛 연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헤어날 수 없는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해 주고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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