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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택귀매雷澤歸妹

이시헌 | 기사입력 2015/03/03 [16:04]
잘못된 결혼

뇌택귀매雷澤歸妹

잘못된 결혼

이시헌 | 입력 : 2015/03/03 [16:04]
앞의 점괘(漸卦)는 예를 갖추어 시집을 가서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귀매(歸妹)는 예를 갖추지 않고 시집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歸妹 征 凶 无攸利]. 귀매가 예를 갖추지 않고 남녀가 서로 만나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천지음양이 만나는 큰 뜻이 들어있다[歸妹 天地之大義也].
 
남녀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처음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길이길이 살자는 약속을 한다[永終]. 그러나 어느 순간 일시적인 불화를 참지 못해 약속은 어느새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런 형태로 가정파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언젠가 우리가 크게 잘못하면 갈라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여기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知敝].
 
❋천하에 반목하는 자들은 모두 영종하지 못하는 자이나, 부부의 도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도 위기의 고비가 있게 마련이라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敝떨어질 폐
❋知敝지폐: 크게 잘못하면 갈라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처음 얻은 양효 “누이동생을 첩으로 시집 보낸다”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 데 잉첩(媵妾)으로 보낸다[歸妹以娣]. 중국 춘추시대의 제후들 사이에는 아내를 맞이할 때 본부인의 여동생을 동시에 맞이하기도 했다. 이를 손아래 각시[娣 媵妾]라고 부르기로 한다. 귀매괘는 여자가 남자를 따라 시집가는 것이기 때문에 음효나 양효를 가리지 않고 다 여자로 말한다. 이런 경우 양효는 씩씩하고 강한 여성이며, 음효는 부드럽고 약한 성격을 갖는 경향이 있다. 처음 효는 품성이 바르지만 남의 첩이 되며, 맨 아랫자리에 있어서 잉첩으로 시집간다. 그래서 이미 자기의 윗사람인 본처나 동서들이 하는 대로 무조건 뒤따라야 한다. 시집에서 행여 앞장서서 씩씩하게 활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절름발이 걸음을 걷듯이 뒤뚱거리며 뒤를 따라 가야 하는 것이다[跛能履]. 본처와 동서들이 자기보다 현명하지 못해도, 아무 말 못하고 못난 척 뒤따라가면 편하게 지낼 수는 있다[征 吉].
❋媵잉첩 잉, 娣손아래동서 제, 跛절름발이 파, 履밟을 리
 
둘째 양효 “못 본 척 안들은 척하고 살라”
 
이 효도 남의 첩으로 시집간다. 이 효는 모든 것을 잘 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는 체 하고 현명한 체 하면 시기를 당한다. 그래서 자신이 편하게 살려면 잘 보이는 것도 소경이 보듯이 안보인 척 행동하라는 것이다[眇能視]. 보여도 안 보이는 척 할 뿐만 아니라, 깊은 산속에서 수행하는 수도인처럼 처세하면 좋다고 했다[利幽人之貞]. 매서운 시집살이가 연상된다.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도 부족하여, 도 닦은 스님처럼 살라는 것이다.
❋眇애꾸눈 묘, 視볼 시, 幽그윽할 유
 
셋째 음효 “못난 여자의 가는 길”
 
앞의 처음 효와 둘째 효는 학식도 있고 잘난 여자인 데도 어쩔 수 없이 손아래 각시로 시집갔지만, 이 효는 못나고 무능하여 어차피 손아래 각시로 시집가는 수밖에 없다. 행실도 바르지 못하여 누구도 데려가지 않으니, 기다리다 못해서 남의 잉첩도 사양할 처지가 아니다[歸妹以須 反歸以娣].
❋須못난계집 수
 
넷째 양효 “혼기를 놓쳤다. 늦어도 때는 온다”

 
혼기를 놓쳤다. 현숙한 여자이니 조금 늦게 가지만 반드시 때가 온다. 시집은 때가 와야 가는 것이다. 학식도 있고 인물도 좋아 고르고 고르다가 혼기를 넘긴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歸妹愆期 遲歸 有時]. 좀 더딜 뿐이다.
❋愆지나칠 건, 遲더딜 지
 
중심 음효 “공주가 평민에게 시집간다”
 
공주가 능력 있는 평민에게 시집간다. 중국 은나라에 제을(帝乙)이라는 인군이 그 여동생을 신하에게 시집보냈다. 그 이전에는 궁중의 결혼이 왕족끼리만 이루어졌는데, 제을 이후에 타성에게 혼인을 시킨 풍습이 된 것이다. 제을이라는 인군이 신분이 낮은 신하에게 누이동생을 혼인시킨 것이다[帝乙歸 妹]. 그런데 공주가 화려하게 시집가는 것이 아니라 검소하게 간다. 공주의 옷소매가 신분이 낮은 첩들의 옷소매보다도 더 장식이 소박하다는 것이다. 이 효는 존귀한 신분인 공주인데, 화려한 꾸밈보다는 검소하게 예를 갖추는 데 충실하고, 첩들의 호화의상에 비해 수수한 것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겸손하게 비우고 부족한 듯이 행동한다. 마치 덜 차오른 달처럼 공손한 몸가짐이다[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 良 月幾望 吉]. 공주가 이렇게 겸손한 마음과 검박한 예를 갖추어 평민과 결혼한다는 것이 당시에는 화제에 오를 만 했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왕족 보다는 아래 신하 쪽에 오히려 뛰어난 실력파 인재들이 있을 수 있고, 신분의 허세보다는 강성해진 힘 있는 가문과의 결혼일 수 있기 때문에, 공주의 결혼은 제대로 좋은 신랑을 만난 바람직한 결혼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시대의 풍속이 변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袂소매 몌, 望보름 망, 幾가까울 기(幾望: 열 나흗날 밤을 뜻함)
 
위 음효 “신부가 텅 빈 폐백 광주리를 들고 절을 한다”
 
여자가 시집올 때 시부모께 드리는 폐백 광주리 안에 대추 밤을 넣지 않고 빈광주리를 들고 왔으니 어쩌란 말인가. 자식을 낳아 대를 잇지도 못하고, 제사를 지내 조상을 받들지도 못하는 자격 없는 며느리라는 것을 예시해 준다.
 
그런데다 신랑 신부가 합방을 하는 데 여자가 월경불순이어서 임신이 불가능하여 대를 잇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女 承筐无實 士 刲羊无血 无攸利].
 
대추는 꽃이 피면 틀림없이 열매를 맺으니 자식을 의미하고 밤은 뿌리에 싹이 나면 썩지 않아 조상을 의미한다. 이 효에는 상육은 밤과 대추가 들어 있어야 할 광주리가 비어 있는 것이다. 남자가 점을 해서 이 효를 얻으면, 그 여자에게 장가들어 봤자 하나도 좋을 것이 없다. 여자가 이 효를 얻으면 애를 못 낳아 쫓겨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筐광주리 광, 刲찌를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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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효는 첩으로 들어가니 본처 뒤에서 뒤뚱거리며 따라가야 한다. 행여 앞서지 말고, 둘째 효도 역시 첩의 생활을 하니 보고도 안 본 듯, 총명한 것은 숨겨야 하고, 수행한 도인이 되어야 편하다고 말하고, 셋째 효는 못난이도 짝이 있으니 기다리라 했고, 넷째 효는 실력 있는 여자가 혼기를 놓쳤으나 때가 올 때 늦게라도 가게 된다고 했다 중심 효는 공주가 왕족이 아닌 실력 위주의 장래성 있는 남자를 만나니 트인 여자이다. 위 효는 며느리가 빈 광주리를 들고 여자구실을 못하여 가문의 근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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