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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미제火水未濟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00:11]
인생은 언제나 미완성으로 끝난다

화수미제火水未濟

인생은 언제나 미완성으로 끝난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4/27 [00:11]

물을 건너지 못했다는 뜻에서 미완성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완성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도 늘 미완성인 미제로써 끝을 맺는다.
 
미제는 앞에 할 일이 창창하게 남아서 형통하다. 그러나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린 여우가 물을 건너려고 겁 없이 뛰어 들었다. 거의 건너다가 결국은 꼬리를 적셨다. 못 건너고 만다[未濟 亨 小狐 迄濟 濡其尾 无攸利]. 이렇게 되면 그간 공들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미제의 시기에는 주의 깊은 심사숙고와 조심스러운 행동이 성공의 기본조건이다. 얼어붙은 물위를 걸어가는 노련한 여우처럼 늠름해야 한다. 미제는 모든 효가 제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강과 유가 서로 응하여 서로 돕는다[雖不當位 剛柔應也]. 음양이 서로 잘 응하기 때문에 처녀 총각이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그 가정이 모여 국가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음양의 상응은 바로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미제는 모두 제자리를 잃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 때에는 각 물건의 속성과 태생을 비롯한 모든 것을 분별하여 제자리를 찾게 해주어야 한다. 만물이 각기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이상사회의 실현이다[萬物各得其所]. 제자리에서 자신의 타고난 본성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성공적인 삶인 것이다.
❋狐여우 호, 迄거의 흘, 濡적실 유, 尾꼬리 미, 攸바 유
 
처음 얻은 음효 “겁 없이 뛰어들다”
 
이 효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욕심만 가지고 겁 없이 험한 물속에 들어가, 건너지 못하고 꼬리를 적시니 잘못된 것이다. 당치도 않은 짓이다. 이만저만 무지한 것이 아니다. 무지함의 극치이다. ‘해서는 안 될 짓을 왜 하느냐? 참으로 답답한 사람이다’[濡其尾 亦不知極也].
❋亦역시 역, 知알 지, 極다할 극
 
둘째 양효 “중도를 지켜 바르다”
 
이 효는 현명하고 분별력이 있다. 수레바퀴를 뒤로 당겨 가는 길을 멈추고 대오를 정비하는 자세이다. 지금은 미제의 시대라 못 건너는 상황임을 알고 타고 갈 수레를 굴러가지 못하게 잡아당긴다. 이 효는 아직 행동할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되, 때가 올 때까지 전진할 힘을 내부에서 길러야 한다. 바른 행동이고 그래서 길하다. 중도를 지키면서 바르게 하니 좋은 것이다[曳其輪 中以行正也].
❋曳끌 예, 輪바퀴 륜
 
 
셋째 음효 “조심조심 큰 내를 건너도 좋으리라”
 
건너면 흉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건너라고 한다. 여기서 못 건너면 영영 좌절하고 말지도 모르니, 조심조심 건너보라는 것이다. 만약 험함을 건너 위 효의 도움을 받게 되면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이 효는 강을 건널만한 능력도 없고 두려움도 있어 건너려고 하지 않는다. 이처럼 조심성이 있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건너기만 하면 이롭다는 것이다[未濟 征凶 利涉大川].
 
넷째 양효 “3년 전쟁이 끝나면 포상을 받으리라”
 
험한 것이 거의 다 지나고 다시 기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성공시대를 만들어 안정된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외부침입자인 귀방(鬼方)을 쳐야한다. 무장한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3년 동안 전쟁을 하여 이기고 돌아와 나라에서 큰 상을 받게 된다[吉貞 悔亡 震用伐鬼方 三年 有賞于大國]. 미제괘를 도전해 보면 기제괘가 된다. 이 효가 바르게 해서 길하고, 미제를 해결하고 기제로 가려는 뜻이 행해진다는 것이다.
❋震진동할 진, 伐칠 벌, 賞상줄 상
 
중심 음효 “성공시대의 주역”
 
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 효의 빛나는 활약이 모든 대중에게 믿음을 준다. 이 효는 존위에서 오래 닦아온 학식과 인덕을 만인이 믿고 존경하여 따른다. 군자다운 인격적 광휘가 환하게 빛나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성공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君子之光 其暉吉也].
❋光빛 광, 暉빛날 휘
 
위 양효 “스스로 즐기고 음미하는 음주문화는 일상에서 중요한 자리이다”
 
성실하게 믿음을 두고 술을 마신다면 탈이 없다. 그런데 세 잔만 마신다고 믿음을 두었던 술이, 믿음을 잃어 계속 마시다 보니 그만 머리가 술독에 빠져 적셨다[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 失是].
 
이 효는 모든 일선에서 물러나 한가롭고 외로운 사람들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술을 마시는 자리이다. 의로운 천명에 마음을 맡기고 스스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즐기자고 마시는 술을 과하게 마시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가 되면, 서로의 믿음이 깨지며 옳지 못한 행동이다. 󰡔역경(易經)󰡕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삶의 과정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인생을 살아간다는 일이 험난하고 고달픈데, 어찌 술이라는 달콤한 유인의 물건이 있었던가. 잠시라도 마음을 풀어 위로도 해주고,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인간만이 만들어 낸 신통한 선물이 아닌가. 그런 의미를 제대로 알고 믿음과 성실로 술을 마시라는 참으로 중요한 말을 마지막에 남긴 것에 대하여, 󰡔역경(易經)󰡕이 주는 훌륭한 인간 교육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인생은 쓰다. 술맛도 쓰다. 그러나 술맛은 쓰지만 기분이 좋아지듯이, 인생살이도 고해(苦海)라고 하지만 그러나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깊은 의미로 새겨 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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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효는 어두운 시대에 어리석고, 둘째 효는 무지한 행동이나 허욕은 없지만 아직 힘이 없고, 셋째 효는 어려운 때에 어떻게 해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넷째 효는 미제를 구제하는 능력있는 지도자이고, 중심 효도 존경받는 인물로 추앙받는다. 위 효는 세상일에서 물러나, 살아온 삶을 음미하면서 술을 마시는 도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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